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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다. 사람은 변한다.

애착과 관계, 그리고 신경생리학

애착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한번 내려진 사람에 대한 평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도대체 왜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 그 까닭을 John Bowlby와 Mary Ainsworth가 대표하는 '애착(Attachment)'이론에서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을 애착이라고 한다. 

심리학 용어 사전에는 ‘부모나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금 더 간단히 말하면 주로 자신을 키운 사람과 만든 친밀한 관계를 애착이라고 한다. 

이 애착은 태어난 후 3개월 이내에 결정되는 것으로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더구나 이때 결정된 애착의 형태, 즉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은 성인기에 실시한 성인 애착 면접에 의한 분류와 68%~78%가량이 일치한다고 애착 심리학자인 Fonagy는 말하고 있다. 심지어 Mary Main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80%가 넘는 수준의 일관성을 보였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만든 애착이 성인이 되어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출생 후가 중요할까?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주양육자와 눈빛, 목소리, 표정, 몸의 움직임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가까이에서 아이를 주의 깊게 바라보던 주 양육자의 사려 깊은 반응으로 자신의 욕구가 해결되는 경험을 한다. 이때 주양육자, 주로 엄마나 아빠가 아이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아이와 눈 맞춤을 하게 되고, 아이는 이때 보이는 엄마나 아빠의 눈 맞춤과 목소리, 표정이 가리키는 주양육자의 정서가와 표현의 일치를 느끼면서 자신에게 부모가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바로 이 경험이 아이의 애착을 결정한다. 이때 결정된 애착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니 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  

눈맞춤이 중요하다.

과연 과학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은 어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자. 우리의 뇌 중에서 애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첫 번째 부위는 바로 편도체(Amygdala)다. Schore(2003)는 편도체가 경험에 대한 직감적인’ 반응을 책임지고 있다고 하였고, Baron-Cohen(1999)은 ‘눈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의 중심이 바로 편도체이며 선택적으로 얼굴 표정 단서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을 전해 준다고 하였다. Rothschild(2000)는 편도체가 위험 시 뇌간으로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하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하였으며, LeDoux(1996)는 무의식적이고 상징화되기 이전에 감정적 기억의 형태로 경험을 편도체에 저장하고, 이 흔적은 자각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현재 경험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언어로 표현하기 이전에 비언어적 표현을 활용해서 정서적 의사소통하게 되고, 생애 초기의 의사소통 경험이 편도체에 저장된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응용 프로그램에서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것과 같다. 이 초기 설정값은 추후 아이의 스트레스 자극에 대한 역치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달라서 부모의 동일한 반응에 모든 아이가 전부 안정 애착을 획득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감각이 예민한 아이도 있고, 또는 지나치게 무딘 아이도 있다. Belsky, Fish와 Isabella(1991)에 따르면 예민한 아이일수록 안정애착을 획득하기 어렵고, 무딘 아이일수록 안정 애착을 획득하기 쉽다. 하지만 둘 다 안정애착을 획득할 수 있다. 부모가 가까이에서 인내심을 갖고 적절한 정서적 반응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러한 반응을 Karlen Lyons-Ruth(1999)는 협력적 의사소통(collaborative communication)이라고 부르고 4가지 요소를 주장했다.     

아이의 경험에 수용적이고, 부모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아이 말로 표현하도록 하며, 아이의 실수를 이해하고 더 나아질 기회를 주는 것이 협력적 의사소통이다. 

첫째, 양육자는 아동이 경험하는 것의 전 범위에 대해 수용적이어야 하고, 아동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고 믿는지에 대해 가능한 많이 배우도록 시도해야 함. 이런 개방성포괄성은 통합을 촉진한다.

둘째, 양육자는 아동과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겼을 때 먼저 관계를 복구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데, 이 시도는 아동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적 평형상태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구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셋째, 양육자는 아동에게 즉발적으로 나타나는 의사소통 능력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는(scaffolding)’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하는데, 발판을 제공한다는 것은 아동이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말로 표현해 주려고 시도한 후 아동에게 네 말로 해봐.’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넷째,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아이의 감각이 발달적으로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시기 동안, 양육자는 적극적으로 아동과 함께 하며한계를 설정하고 아동이 저항하도록 허용해 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아이의 미숙함에도 함께하고, 한계를 설장하며 저항을 허용하는 양육자의 기꺼이 하는 마음이 아동에게 전달되면 아동이 분리감을 느끼는 동안에도 양육자와 연결되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한 아이 당 육아휴직을 3년 정도 준다. 묘하게도 이때쯤 되면 아이들이 걷고,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대소변을 가릴 줄 알게 된다. 홀로 보다 넓은 세상을 탐험하고, 타인과 스스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신체적 발달이 이뤄진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기질적으로 불안정 애착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아이와 얼마나 자주, 좋은 정서적 상호작용을 하느냐가 하워드 가드너가 말하는 대인관계 지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마가 가동되는 2~3세에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대소변을 가릴 줄 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애착과 관련된 두 번째 뇌 부위를 살펴보자. 애착과 관련된 뇌 중에서 편도체 다음으로 발달하는 부위가 바로 해마다. 해마는 무차별적이고 통제되지 않고 극도로 예민한 반응하기 쉬운 편도체의 경향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Siegel(1999)에 따르면 순서와 맥락에 맞게 정보를 조직화하고, 변별 능력이 없는 편도체가 교감신경계를 준비시키는 가속장치라면 해마는 제동장치로 부교감신경계를 작동시켜 진정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였다. 해마는 생후 2~3년이 되는 시점에 가동되기 시작한다.(육아 휴직 기간 3년이 생각나는 이유는 우연일까?)

 생후 첫해에는 경험과 학습이 무의식적인 감정적 기억으로 편도체에 저장되며 이 기억은 심리치료 시 신체적, 감정적, 실연적 표상을 반영하는 감각과 느낌, 충동으로 접근한다. 한편 해마는 대뇌피질의 좀 더 높은 수준의 뇌 중심부와 연결되어 있고, 사춘기 후반기까지 계속해서 성숙해진다. 이 해마의 도움으로 저장된 기억은 명시적이고 언어적 형태로 인출 가능하며, 시간과 장소 및 사람에 맞게 맥락화 된다고 하였다.


즉, 해마는 2~3세부터 발달이 시작되며 이렇게 기억을 언어로 표현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뇌량을 통한 좌뇌와의 연결을 활성화하고, 때와 곳, 그리고 사람이라는 맥락에 맞게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정서를 훨씬 쉽게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많은 교사나 상담자들은 감정카드라는 것을 활용해서 학생이나 내담자들이 자기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 태어난 후 3개월 이내에 결정된 애착은 이후에 변화할 가능성이 정말 없는 걸까? 아니다. 변화가 가능하다. Mary Main은 ‘획득된 안정(earned secure)’애착이라고 불리는 성인들을 발견해 냈다. Main, Goldwyn

 (1984-1998)에 따르면 과거에는 불안정 애착이었으나 획득된 안정 애착을 보인 성인들은 과거사에 대해 일관되고 협조적으로 이야기하였고, Siegel(1999)은 가까운 친구나 연인 혹은 상담사들과 감정적으로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했다.       

가까운 친구나 연인 혹은 상담사들과 정서적으로 중요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Diana Fosha(2003)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람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주는 것은 사랑해주고 아껴 주며 조율해주는 침착한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또한 그 사람의 마음과 가슴속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감정을 조율해주는 침착한 누군가의 마음과 가슴속에 아이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며 아이의 미숙한 감정을 받아주는 존재, 그 존재의 가슴속에 아이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획득된 안정애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부모가 이혼이나 별거 중이어도, 혹은 아이에게 부적절한 양육태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좋은 친구나 교사 혹은 이웃과 친밀한 정서적 상호작용을 나눈다면 충분히 안정애착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교사 학생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던 버지니아 대학교의 Pianta 교수는 1학년 교사의 경우 매우 전문성을 가진 경력 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초기 경험이 이후 학교 생활의 학업 성취나, 사회적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교사는 소위 제2의 애착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알려주는 신호로 보이는 부위의 뇌 기능이 있어 잠깐 소개해보고자 한다.

Siegel(2006)에 따르면 중전전두엽피질(middel prefrontal cortex)이 편도체와 감정 지향적인 우뇌와 많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중전전두엽피질은 전전두엽피질 내 배외측 영역(dorsolateral brain)과 함께 하는 부위로서 안와전두피질, 전대상회, 그리고 섬엽으로 나뉜다. 이 중전전두엽피질은 몸 자체와 뇌간변연계대뇌피질을 서로 연결해주는 통합적 영역이며, Schore(1994, 2002)와 Siegel(1999, 2006)은 둘 다 애착 행동과 정서 조절사회적 의사소통정신화의 매개체로서 이 중전전두엽 피질영역의 역할을 강조했다. 


Cozolino(2002)는 특히 눈 바로 뒤편에 있는 피질 영역, 즉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또는 Ofc)이 피질의 한 부분이면서 변연계의 확장’ 일 수도 있다고 강조하였고, Goleman(1995)은 ‘감정적인 뇌의 사고하는 영역’으로 정서 조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안와전두피질이 하는데, 이 안와전두피질이 위협의 지각에 대한 편도체의 신속한 반응을 조정할 때 정서조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눈 뒤에 있는 안와전두피질이 위협에 맥락을 부여하고 위험의 정도를 결정하는 변별은 자기 조절(self-regulation)과 사회적 관계성(social-relatedness) 촉진한다는 것이다.

안와전두피질이 손상되거나 결손이 있으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타인에게 자신이 미치는 영향 가늠하고 타인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와 마음 상태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안와전두피질의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통로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을 종합하는 역량은 생애 초기에 편도체에 형성된 내적 모델을 갱신할 수 있고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능력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게임중독과 독서는 안와전두피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안와전두피질이 시각정보의 해석에 맥락을 부여하고 위험의 정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체와 뇌간(교감 및 부교감 신경계 관련 부위), 변연계, 대뇌 피질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우리의 눈은 어떤 정보에 자주 노출되어야 할까?

우뇌가 주로 하는 경험에 대한 감정적, 직관적, 비언어적, 관계적 반응을 좌뇌가 언어로 표현하고 맥락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 과정에서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야 할지,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야 할지 결정을 내리고, 편도체는 Fight or Flight 반응을 결정한다. 이 과정이 자주, 그리고 효과적으로 반복될수록 정서적 자기조절력이 키워진다. 어떻게 해야 대뇌피질과, 변연계, 그리고 신체와 뇌간의 연결 및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PC나 휴대폰 게임으로? 아니면 독서나 대화? 미루어 짐작컨대 당연히 독서와 대화일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안와전두피질의 위쪽 뒤편에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라는 것이 있다. 이 또한 애착과 정서 조절 및 정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대상회는 모성적 행동과 자기에 대한 암묵적, 명시적, 감각 및 감정의 의식적 경험을 위한 신경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몸의 상태에 대한 가장 통합된 관점의 근원일 수 있으며, 감정의 안내를 받아 순간마다 주의의 방향과 운동 반응을 결정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Allen & Fonagy, 2002; Cozolino, 2002; Damasio, 1999).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전대상회가 주의의 방향과 운동의 반응을 결정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주의를 선택하고, 선택한 주의를 지속하는 부위로서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본다.


마지막으로 중전전두엽피질에는 섬엽(insula)이 있다. 이는 교육과정의 운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까닭을 살펴보자. 섬엽은 신체적 상태, 특히 내부 장기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아차리는 ‘내부 감각(interoception)’을 위해 꼭 필요한 부위로,  Damasio(2003)에 따르면 섬엽과 관련되어 있는 내부 감각은 감정의 바탕을 이루므로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아는 주된 수단일 것이며, 섬엽이 타인의 정서적 행동에 대한 감각운동 인상들을 대뇌피질로부터 편도체로 전달하기 때문(Iacoboni, 2005)에 공감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 이것이 공감과 거울 뉴런의 영역이라고 하였다. 프린스턴 대학의 A. D. Craig은 그의 책 'HOW DO YOU FEEL?'(2014)에서 이 섬엽의 기능으로 1) 내부 감각, 2) 신체 움직임, 3) 자기인식, 4) 정서 지각, 5) 움직임의 시각/청각적 자각, 6) 시간 지각, 7) 주의, 8) 지각적 의사결정, 9) 인지적 통제나 수행 모니터링과 관련이 깊다고 하였다.


여기서 내부 감각(interoception)과 관련된 학자의 의견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Siegel(2005,2006)은 심장과 내장은 각기 순환과 소화 작용을 맡은 기관일 뿐만 아니라 지각하는 기관이라 하였는데, 그 까닭으로 내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 구조는 의 세포 구조를 꼭 닮아 있음을 지적하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서 애간장을 태운다는 말이나, 속이 끓는다거나, 이별 후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은 감정을 나타내는 신체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감정을 심장이나 내장기관이 지각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감각을 지각하는 행위 자신의 정서를 파악하는 효과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활동으로 마음 챙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을 활용해서 하나의 사물에 대해 지각하는 활동이 꽤 의미가 있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경험을 무시해버린다. 


과거의 경험이 패턴으로 자리를 잡아 현재의 경험을 해석하는데 들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편견 또는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며, 타인과 어떤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토의를 하는 것을 회피한다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쉽게 사로잡혀 사고가 굳기 쉽고, 단단히 고정된 사고방식이 현재 이곳에서 느끼는 나의 경험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각에 집중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경험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 뿐만이 아니다. Austin(1999)은 숨을 내쉬는 것도 편도체의 흥분을 감소시키고, 흥분이 가라앉은 뇌는 차분해지며, 몸을 진정시킨다고 하였고, Lazar와 동료들(2005)은 호흡에 집중하는 수련을 하는 명상가들 대뇌의 섬엽(대뇌피질을 변연계에 연결시켜 생각을 몸에 기반을 둔 감정과 통합시킴으로써) 피질이 두꺼워짐을 확인하였으며, 여러 개의 공이나 접시 등을 공중에서 돌리는 재주를 배울 때 피질의 시각 운동 영역이 두꺼워진다는 이전  연구를 인용하며 내부 감각기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내부 감각수용기의 수련으로, 이 수련이 섬엽을 ‘튼튼하게 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 과정이 자기감정에 접근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역량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숨을 잘 쉬고, 운동을 적절히 하며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는 것이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경험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뉴런은 새롭게 생성된다. 여기서 생성된 뉴런이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서로의 연결을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학습에 있다는 것이다.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우리가 책을 읽거나, 언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거나, 해당 영역에 대하여 타인과 상호작용을 지속할 때 연결 속도가 빨라지고 확대된다. 

운동은 뉴런에 신경세포 성장인자라는 비료를 공급해준다.

1995년 네이처에 운동이 세포 성장촉진제의 수치를 높여준다는 연구가 실렸다. 운동을 열심히 하자 쉽게 퇴행하지만 학습에 꼭 필요하며 편도체의 정서 반응을 조절하는 해마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뉴런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성장인자가 해마에 존재하며,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뉴런 간 연결이 장기 강화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자원을 운동이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된 신경세포 성장인자라는 자원으로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을 강화하는데 학습이나 운동, 사교활동과 같은 자극으로 뉴런 간 연결이 더 많아지고, 시냅스를 둘러싼 신경 수초가 두꺼워져서 신호를 보다 효과적으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뇌가 보다 빨리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리코더를 부르며, 리듬 악기를 다루는 음악을 배워야 하는 이유,  그리고, 칠하고, 만지고, 붙이고, 자르는 미술을 배워야 하는 이유, 숨이 차오르도록 걷고, 뛰고, 움직이며 균형감을 키우는 체육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전부 이 중전전두엽피질 내의 안와전두피질, 전대상회, 그리고 섬엽과 관련이 있다. 이 부위들이 정서적 자기조절력을 키워주고, 안정된 정서를 바탕으로 대뇌피질이 인지기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탐색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며 이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뇌로 성장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문예체 교육은 필수적으로 교육과정에 자리해야 한다. 


사람은 변한다. 그것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그 변화는 부모아 자녀의 혹은 교사와 학생의 정서적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가정의 사회경제적인 안정과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보장에서 시작된다. 

부모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휴직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철저히 뒷받침하며,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 주체인 교사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람이 아닌 서류로 교육을 평가하고, 교사가 아닌 교육부의 전문성에 의존하여 시도 때도 없이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교사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다면 교사는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자율성 위에 유능성을 포기하며,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라는 교육의 핵심 관계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부모를 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와 정책으로는 절대로 아이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은 더 나아진다는 믿음, 반드시 성장한다는 깊은 확신을 바탕으로 한다. 안정애착마저도 획득할 수 있다는 Mary Main의 연구가 주는 희망은 강력하다. 그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학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가정과 학교를 위해 철저히 '지원'에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고.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저. 학지사. 2010년 판.

운동화 신은 뇌. John J. Ratey, Eric Hagerman 저. 북섬. 2009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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