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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및 업무 배정에 대한 생각


1. 2월이다. 학교는 사람들이 드나들며 인계와 인수로 바쁜 시기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야 한다. 나에게 맞춤이던 자리가 누군가에는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란 약이 적응이란 선물을 줄 것이고, 누군가는 내가 앉은자리를 자신에게 맞출 것이다. 이건 바람이고 현실이다. 그러나...


2. 원하는 학년, 원하는 업무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들이 꺼리는 학년, 어려워하는 업무를 맡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가르치기 쉬운 학년, 손쉬운 업무를 맡으려고 한다. 나이가 어려도, 나이가 많아도 이는 공통 요인이다. 기억하자. 


3. 바라는 점은 공통이지만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대학원, 임신 및 출산, 신체 및 정신 건강, 경력, 업무 경험 등 개인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1학년 담임과 6학년 담임, 교과 전담, 기피업무를 나누는 일도 쉽지 않다. 각종 변수를 고려하여 학년 및 업무를 배정해도 규정을 활용한 태업에는 도리가 없다. 두 번째로 기억해 두어야 할 점이다.


4. 학년 및 업무 배정을 하는 교감은 각 구성원이 처한 상황과 인사내규에 따라 처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잘 알지만 타인이 처한 상황은 잘 모른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의도를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재 왜 저래?'같은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는 악플, 뒷담화의 양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타인의 행위에 대한 의도 해석은 부정적 해석이 자연스럽다. 세 번째로 기억해야 할 점이다.


5. 해결책은 무엇일까? 학교장과 교감이 업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좋다. 교육 전문가로서 승진했으니 기피업무인 학교폭력과 방과 후 학교, 돌봄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 가능할까? 누구나 쉬운 학년, 손쉬운 업무를 맡으려 한다는 공통점을 떠올려보자. 법이 강제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6. 관리자 각 개인의 선의에 따라 여러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집단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개인이 선의를 갖고 업무를 한다한들 이것이 집단 전체의 문화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7. 코로나-19로 인하여 수업과 직접 상관없는 수많은 행사나 사업이 취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등교 일과 수업시수 안에 교육 3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는 수업과 연수를 법령으로 강제하고 이를 점검하는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만큼 폐지되는 법과 제도가 생겨야 한다. 


8.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학교는 수업보다 업무를 더 부담스러워하게 되었고, 수업하는 사람보다 업무 하는 사람의 수가 더 급격히 증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 부하량은 크고, 중요하게 수행해야 할 수업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수업과 생활지도를 모르는 학교 밖 사람들이 만든 법령의 피해가 결국 아이들에게 미치고 있는 셈이다.


9. 정리해보자. 


- 누구나 쉬운 학년, 손쉬운 업무를 맡고 싶어 한다.

- 개인이 처한 여러 가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 학년 및 업무 배정 결과 해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 교감, 교장 고유 업무에 더한 업무를 부여하기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불필요한 업무를 축소, 폐지, 간소화해야 한다.


10. 학교 급별 업무 총량제가 필요하다. 각종 업무가 수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수업 영향평가 혹은 교육과정 영향평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업무 자체를 축소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무하다. 결국 학교 현장이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더 많은 교사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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