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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교사 생활

교육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1. 학부모와 아이에 대하여.


-관계 결핍이 추세


1) 부모도 아이도 친밀한 관계의 양과 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성숙한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어렵다. 이웃은 층간소음 혹은 잠재적 범죄자로, 종교는 착취의 수단으로 여긴다. 생활소득이 낮은 계층은 친구와의 왕래도 줄어든다. 경조사비조차 부담스러우니까.


2) 건강한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책을 읽을만한 시간도, 알맞은 책을 고를만한 역량도 없다. 도대체 어디에서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아니 정말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있기나 한가? 


3) 상담을 받으려 해도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직장 동료와 이웃 혹은 종교단체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들과의 상호작용조차 쉽지 않다. 회식자리에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 순간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테니까.


4) 아이도 부모도 부적 편향과 충격 편향에 휩싸이기 쉽다. 타인의 말과 행동을 늘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내 아이만 미워하고, 내 아이만 차별하고, 내 아이만 무시한다고 여긴다.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만큼의 여유 따위 없다. 아니 있어도 무시한다. 왜냐고? 확증편향은 고립된 사람들의 특징이니까. 


5) 그래서 벽이 높고 두텁다. 어떻게 벽을 넘어서야 할까? 교사로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나는 학부모회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녹색 학부모회나 폴리스 활동보다 중요한 건 학부모끼리의 건강한 교류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6) 학부모의 건강한 교류는 대화가 중심이어야 한다. 만들기, 배우기 같은 활동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나는 이영근 선생님의 학부모 공부모임이 아주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2. 동료와 교장 교감에 대하여


-실수와 고립, 그리고 권한 집중


1) 수업과 생활지도는 교사의 업무다. 타인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하여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더불어 자신의 수업과 생활지도 방식에 대한 개방을 꺼린다. 실수나 잘못을 받아들이는 일은 누구나 두렵고 공포스러우니까. 까닭은 무엇일까?


2) 자기 결정성 때문이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누구나 스스로 잘하고 싶어 한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바꾸어 말해 유능한 사람으로 타인에게 인식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타인의 지적은 자신의 유능성을 부정당하는 느낌을 준다. 이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자기 개방을 하기 어렵다. 자기 개방을 하지 않으면 자기 인식이 낮아지며 이는 결국 교사로서 성장을 가로막는 두터운 장벽이 된다. 


3) 교감, 교장 전직(승진-이하 전직제도) 제도가 가진 구조적 문제가 있다. 수업과 생활지도 역량을 키운 사람보다 조직에 대한 헌신과 상급기관의 요구에 잘 따른 사람을 선발한다. 어렵고 힘든 학생이 모여있는 학급을 맡은 교사보다 학생보다 문서를 더 자주, 오래 만나는 교사에 대한 근무평정 점수가 높다. 성과급도 준다. 


4) 전직제도 구조는 어떤 교사를 키울까?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일까? 아니면 상급기관의 요구에 정확히 대응하는 사람일까?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5) 수업과 생활지도보다 업무 대응을 우선시하는 사람과 업무 대응보다 수업과 생활지도를 우선시하는 사람은 반드시 갈등을 일으킨다. 학교는 공공기관이고 교사는 공무원이다. 특히 교사는 호봉과 경력을 존중하는 데다 권한이 학교장에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6) 권한이 집중될수록 학교 문화가 학교장 개인의 역량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장의 부임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권한의 분산을 위해 전결의 비율을 조정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 학교장이 갖고 있다. 학교 민주주의에서 제도적으로 교사가 배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7) 대안은 무엇일까?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교류를 늘려야 한다.  교원 회의는 업무보다 수업과 생활지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침에 따라, 규정에 따라 필요한 서류와 숫자를 맞추는데 애쓰기보다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더 나은 지도 방법을 나누는 학교여야 한다. 


8) 학교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필요한 권한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는 교사들에게 주어야 한다. 권한에 따른 책임은 교사가 져야 한다.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하여 학교장이 책임지지 않으니까. 


3. 교사 자신


-홀로 배워야 한다


1) 교사대 4년. 졸업 후 임용고사. 기간제 교사이건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이건 둘 다 겪는 어려움이 있다. 해마다 새로운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는 한 아이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 하는 반면 교사는 한 아이의 1년 만을 함께 한다. 


2) 대학과 달리 초중학교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가정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다.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발달의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아이들을 파악하려면 끊임없이 자세히, 오래도록 관찰하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3) 관찰한다고 알 수 없다. 관찰한 내용이 언어로 명명될 때 이해가 시작된다. 이론이 필요한 이유이자, 전문가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교직 생활 내내 연수를 받고, 책을 읽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공부모임을 만들어 참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조집단이다.


4)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용서하고, 수용하며 해소된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동료를 만나 회식을 하는 이유다. 교사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마음을 나눌 동료를 만나기 어렵다. 이유가 무엇일까?


5)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기회가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감정을 표현할 자리가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교사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의 높은 가사 양육에 대한 부담은 방과 후 동료 간 교류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둘째, 학교 이동이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동료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보다 익숙한 사람을 선호한다. 이는 보편적 현상이다. 


6)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교원단체가 그 답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을 초월하고, 업무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교육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교사모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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