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주간보호센터에 4개월.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8개월을 누워계셨다. 그러다가 결국 평생을 해 오시던 세탁소를 폐업한 지 딱 15개월 만인 작년 10월에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여러 날이 지났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해진다.
처음 겪는 부모님 상을 당해 우리는 다들 경황이 없었다. 장례식장은 어디로 해야 하는지 화장을 한 후에는 어디로 모셔야 하는 건지 전혀 준비가 안돼 있었다.
다행히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고 우리는 무사히 장례를 마칠 수 있었고 아버님도 멀지 않은 곳으로 잘 모시게 됐다.
문제는 장례가 끝난 후 생겼다.
어머님의 슬픔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그렇게 예뻐하시던 둘째 사위를 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례식 전까지 어머니는 늘 둘째 딸에게 말했었다.
"ㅇㅇ아! 미소애비한테 잘해라. 그런 신랑 세상 어디에도 없어. 정말 너한테는 과분한 사람이다."
"난 복도 많지. 며느리랑 사위들을 이렇게도 잘 봤으니....." (내자랑도 살짝)
그랬던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해졌다.
"미소애비 그게 어른이니? 애지 애야! 철이 없어. 미소나 애비나 어휴....."
둘째 사위가 덮고 잔 이불을 가리키며
"저거 미소애비가 덮고 잔 거 아니니? 덮고 잤으면 빨아놓고 가야 될 거 아냐! 아무튼 철이 없다니까."
"아니 걔네들은 시켜 먹었으면 치워야 할 거 아냐? 쓰레기통에 이거 치킨 뼈 아니니? 미소 머리카락은 또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어휴....."
대체 갑자기 왜 그렇게 둘째 사위가 미워지신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갑자기 보인 이상행동이라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남편과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그 이유를 찾던 중 짐작할 만한 일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뼛속까지 불교신자셨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절에서 받아온 달력이 거실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걸렸고, 무교인 내게 염주를 건네며 차 안에 걸어두라며 신신당부를 하신다.
때가 되면 자식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등을 달았고, 절에서 하는 수많은 행사에 참석하셨다.
문제는 불교신자인 것에서 떠나 이상하리만치 교회를 싫어하셨다.
오죽하면 내가 결혼하기 전 조건 중 하나가 교회만 안 다니면 된다는 거였다.
그렇듯 왠지 교회를 극도로 싫어하셨다.
문제의 장례식 당일 둘째 시누이의 시부모님이 문상을 왔다.
여기서 참고로 말하자면 시누이의 시아버지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여의도의 대형교회 장로님이셨다.
문상을 마친 사돈부부가 기운 없이 앉아있는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순간 안사돈이 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리고 얼굴에 연민의 표정을 가득 담고 말했다.
"사돈! 집에서 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교회에 나와서 은혜받으세요."
어머니의 표정이 차갑게 식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