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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규연 Aug 05. 2021

중국의 퍼펙트 다이어리는 어떻게 로레알을 제쳤을까

중국을 알아야 중국을 넘을 수 있다

1. 퍼펙트 다이어리, 어떤 브랜드인가?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记)는 2016년 8월에 설립된 대표적인 중국 뷰티 브랜드다. 중국 여성 20-30대 소비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설립 이후 3년 만에 중국의 대표적인 뷰티 브랜드로 급성장하였다. 퍼펙트 다이어리의 아이섀도, 립스틱 등 메이크업 제품은 로레알(프랑스)·메이블린(미국) 같은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많이 팔릴 정도로 차이나 뷰티의 시작을 알린 기업이다.


> 주력 상품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주력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스킨케어 제품과 마스크 팩도 판매하고 있으나

색조 화장품 판매에 강세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Discovery와 콜라보했던 동물 컬렉션 아이섀도 팔레트가 대표적인 인기 제품이다.


퍼펙트 다이어리 X 디스커버리 동물 컬렉션 섀도 팔레트 (늑대, 돼지, 호랑이, 악어)




2. 성공 요인

1)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小红书)'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퍼펙트 다이어리는 샤오홍슈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샤오홍슈의 이용자가 중국의 20,30대 여성이라는 점과 플랫폼 내의 쇼핑 정보 공유 기능을 활용해 마케팅의 효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퍼펙트 다이어리는 론칭 직후인 2017년부터 제품 특징, 사용 방법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꾸준히 샤오홍슈에 올렸다. 그리고 리자치(李佳琦)와 같은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중소형 왕홍, 일반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브랜드 인지도, 긍정적 이미지 등을 쌓아나갔다. 그렇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샤오홍슈에서 제품 리뷰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 쇼핑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실제 퍼펙트 다이어리는 지속적인 샤오홍슈 마케팅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18년 11월 퍼펙트 다이어리의 샤오홍슈 노출도는 1월에 비해 1,200%나 급상승했고  이에 힘입어 그해 중국 광군제에서 제품 출시 1년 만에 매출 1억 위안(한화 약 170억 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2) 간단한 판매 절차

 "Direct to consumer -> 저렴한 가격"

퍼펙트 다이어리의 가격은 다른 뷰티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코트라 해외 시장 뉴스] 中, C-뷰티 대표주자 퍼펙트 다이어리의 성공 비결은? (2020.12)


위의 표를 참고하면 퍼펙트 다이어리의 립스틱은 약 7천 원, 파운데이션은 약 9500원,  섀도는 약 만 이천 원대다. 반면 Mac, 3CE와 같은 타 브랜드의 제품은 립스틱 약 3만 원, 파운데이션 약 5만 원, 섀도 약 3만 원대의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퍼펙트 다이어리의 가격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


퍼펙트 다이어리가 가격을 저렴하게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판매 절차를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기타 브랜드의 경우 '제조사-도매 업체-소매 업체- 소비자'의 과정으로 판매된다면, 퍼펙트 다이어리는 다르다. '제조- SNS 광고- 소비자'의 과정으로 절차를 간략화했다. 이 역시 중국 SNS 샤오홍슈 내에 있는 쇼핑 플랫폼 기능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그렇게 판매 절차를 간소화하여 지출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퍼펙트 다이어리가 가격을 저렴하게 제시하는 목적은 주 고객층을 Z세대(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젊은 세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학생, 사회 초년생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3) 중국인의 애국심 공략 마케팅

"Made in China 가 강점이 되다"

현재 중국의 MZ세대들은 중국에 대한 애국심이 높은 편이다. 중국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궈차오(国潮)'라는 용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중국을 뜻하는 궈(国)와 유행을 일컫는 차오(潮)를 더한 말이다. 한마디로 중국 제품을 쓰자는 운동이다.


루이 우다르(Louis Houdart) 크리에이티브 캐피털 차이나 대표는 메저차이나 웹 세미나에서 Z세대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중국 트렌드와 전통 브랜드에 관심이 깊다는 특징을 언급했다그리고 브랜드에 중국 전통문화를 입히는 것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로컬 기업이라는 점만으로도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퍼펙트 다이어리는  중국과 관련된 콜라보까지 진행하며 애국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중국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콜라보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중국 지형을 주제로 아이섀도 팔레트를 제작했는데 '푸른 호수', '찬란한 계단식 밭', '검푸른 고원', '붉은 노을'이라는 테마를 엿볼 수 있다.


퍼펙트 다이어리와 중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콜라보한               중국 지형 아이섀도 팔레트
출처: 바이두


4) 온라인 마케팅+ 팝업 스토어의 시너지 효과

퍼펙트 다이어리는 온라인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팝업 스토어를 개장하기도 했다. 직접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각자의 얼굴에 맞게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팝업 스토어는 제품 판매 목적이 아닌, 제품 체험과 소비자 교육을 목적으로 개장한 것이라고 한다.  Cos'in의 기사에 따르면 팝업 스토어의 영향으로  지난 2018년 7억 6000만 위안 수준이던 매출액이 2019년 3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64%나 성장했으며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38억 위안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Q. 다른 브랜드도 팝업 스토어 있지 않나?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팝업 스토어의 운영이 퍼펙트 다이어리의 성공 비결 중 하나라는 게 의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더샘 등)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거나 올리브영, 롭스 등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중국 역시 복합 쇼핑몰에 있는 Sephora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고, 직원에게 사용법을 문의하며 소통할 수도 있다. 더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뷰티 제품의 발색, 제형 확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싶어 할 텐데 화장품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문화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 다른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매장이 많을 텐데 왜 퍼펙트 다이어리의 팝업 스토어가 화제가 되는 것일까? 의아하기만 했다.


하지만 중국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중국의 문화는 달랐다. 중국에서는 '외국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만 대중적이라고 한다. 물론, 간혹 중국 로컬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더욱 익숙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퍼펙트 다이어리의 온라인 매장 운영과 팝업 스토어 동시 운영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획기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퍼펙트 다이어리의 팝업 스토어 (출처: 바이두)

2020년 9월 기준, 퍼펙트 다이어리는 북경, 상해, 광저우, 심천 등에서 200개 정도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그리고 2025년까지 팝업스토어를 600개까지 늘리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한다.



3. 실제 반응


2019년 3월 출시된 퍼펙트 다이어리 X 디스커버리 콜라보 제품은 야생 동물의 눈을 모티브로 한 12색 아이섀도 팔레트 '동물 컬렉션'이다.  이 제품은 '퍼펙트 다이어리'를 언급하면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중국인과 한국인의 리뷰를 직접 조사해보았다.

(물론, 개인이 검토할 수 있는 분량에는 한계가 있기에 대중의 반응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중국인 반응]

-방식: 샤오홍슈와 징둥 닷컴의 리뷰를 읽으며 반응을 조사해보았다.

-제품: 동물 아이섀도 팔레트


장점: 색이 예쁘다/ 번지지 않음/ 섬세해서 좋음/ 가성비 좋음

단점: 내장된 브러시가 별로다/  가루 날림/ 아이섀도가 쉽게 깨져버렸음/ 발색력 별로



[한국인 후기]

-방식: 인스타그램에 있는 리뷰, 네이버 검색, 주변 지인들에게 질문

-제품: 동물 아이섀도 팔레트


장점: 가격 저렴 / 컬러 구성 좋음

단점: (애교 살 글리터로 쓸 경우) 점성이 덜 해서 빨리 말라버림/ 가루 날림/ 짝퉁 제품이 있어서 주의해야 함




4. 한국 브랜드와의 비교

1) 콜라보레이션 유형

중국 퍼펙트 다이어리의 경우에는  브랜드와 협업해 중국의 특색을 담은 테마를 기획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내셔널 지오그래피와의 콜라보를 이뤄 중국 지형 아이섀도 팔레트를 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우주 비행 브랜드와 협업해 옥토끼 아이섀도 팔레트를 제작했는데, 이는 2020년의 중국 우주 비행 관련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애국심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의 전통문화, 지형, 업적을 제품의 테마로 선정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퍼펙트 다이어리가 중국의 우주 비행을 테마로 출시한 옥토끼 아이 섀도 팔레트 (출처: 바이두)


하지만 한국의 트렌드는 다르다. 한국의 뷰티 브랜드의 경우, 제품에 한국적 특색을 입히기보다는 SNS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의 이미지를 더한다.


2021 페리페라 X 테틈 콜라보 제품 (출처: 테틈 공식 홈페이지)


2021년 6월에 출시된 뷰티 브랜드 페리페라와 일러스트 브랜드 테틈(TETEUM)의 콜라보 제품이다.

페리페라의 아이라이너, 파우더, 블러셔, 글리터 제품에 테틈의 캐릭터를 조합해 소비자들에게 귀여움을 어필했다. 그리고 콜라보 제품 구매 시 테틈 씰 스티커를 증정하고, 15,000원 이상 구매 시 테틈 파우치를 선착순 증정하는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쇼핑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는 페리페라X테틈 제품의 준비된 물량을 하루 만에 완판 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2021 이니스프리 X 다이노탱 에디션 (출처: 이니스프리 공식 홈페이지)


이와 같은 콜라보레이션은 이니스프리와 다이노탱의 콜라보 제품에서도 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는  노세범 파우더의 출시 15주년을 맞아 파우더 케이스에 다이노탱을 그린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다이노탱은 인스타그램에서 26.9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캐릭터이기에 이니스프리 노세범 파우더의 소장 가치를 높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중국과 한국의 콜라보레이션 유형이 다른 이유는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젊은 소비자들은 고속 성장한 중국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강하다. 따라서 제품의 디자인보다도 어떤 내용의 테마로 제작한 것인지, 즉, 중국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훨씬 더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SNS의 화제성을 기반으로 '귀여우면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기획 의도, 테마를 중시하는 것보다 현재 SNS상에서 인기가 있는 캐릭터, 유행이 무엇인지를 재빠르게 캐치하는 역량이 중요해 보인다.



2) 아이섀도 색상 구성


[중국 퍼펙트 다이어리]

중국 퍼펙트 다이어리의 동물 섀도 팔레트 (출처: 바이두)


[한국 페리페라]

페리페라 올테이크 무드 팔레트 (출처: 페리페라 공식 홈페이지)



중국 퍼펙트 다이어리와 한국 페리페라의 아이섀도 12색 팔레트 구성을 비교해보았다. 중국의 퍼펙트 다이어리는 동물 컬렉션에서 각 동물이 지닌 고유의 색을 그대로 팔레트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연두색, 파란색, 카키색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색상 구성이 다양하고, 한국 제품에 비해 펄 (반짝이)이 섞인 색상이 더 많은 편이다. 샤오홍슈를 보면,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이 펄이 있는 섀도를 자주 사용하고 다양한 색을 활용해 그라데이션 기법을 선보인다. 그러한 중국의 메이크업 트렌드가 아이섀도 팔레트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페리페라 제품의 색상은 브라운과 핑크 계열의 컬러로 구성되었으며 중국 제품에 비해 색상의 채도도 낮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데일리템'을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한국의 뷰티 브랜드들은 튀는 색상보다는 무난하고, 다양한 색과 조화를 이루기 쉬운 색상으로 팔레트를 구성하는 특징을 보인다.


출처: 페리페라 공식 홈페이지


5. 결론

"상승세인 중국 브랜드와 하락세인 외국 브랜드,

한국은 지켜만 볼 것인가"

퍼펙트 다이어리는 중국의 현지 기업답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 트렌드를 매우 잘 반영했다. 이제 더 이상 중국인은 외국의 유명 브랜드라는 네임 밸류에 혹해 돈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더라도 그들의 마음만 움직인다면, 그저 믿고 선택할 뿐이다. K-Beauty 역시 마찬가지다. 한류 문화의 위세가 뷰티 업계에도 호황을 가져오고, '한국 제품 = 믿고 산다'는 전제가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의 인기 순위가 점점 밀려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한국 브랜드가 밀려날 것이라는 아찔함이 몰려온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도 못 간다. 중국을 분석해야 우리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참고 문헌


1)후아연,「화장품 포장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 사례 연구 : 중국 로컬 브랜드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2021

https://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db8ca420f1ce4614ffe0bdc3ef48d419



2) 김현주, 김정수, 박문수, 「중국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2020」, 비즈북스, 2020


-이외의 자료 출처는 링크로 연결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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