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가치관과 삶
▲ Table Eight © https://www.thewinesisters.com
오랜 기간 주말주부하다가 유학 덕분(?)에 한 지붕 한가족이 된다. 집 근처의 유서 깊고 고풍스러운 종교시설(한국에도 있는 오랜 역사의 종파)에 함께 참석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젊은 동양계 여성이 다가와 일본에서 왔냐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집에 식사초대를 한다. 낯선 이국(異國) 땅에서 비슷한 동양인을 만나서 인지 과할 만큼 친근하게 다가온다.
며칠 후 초대받은 집에 도착하니, 백인 남편과 함께 우리를 맞이한다. 젊은 부부만의 단출한 가정이어서 그런지 준비한 요리 또한 매우 소박하다. 초대해 준 것이 고마워서 맛있게 잘 먹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답례차 우리도 식사대접을 약속한 후 자리를 뜬다.
일본여행을 제외하면 개인적 친분으로 일본인을 만난 적이 거의 없어 문화의 차이려니 짐작한다. 다음 주 종교 모임이 끝나고 그들 부부를 기다리는데 여러 명의 여성들이 함께 다가온다. 그중 우리의 얼굴을 아는 한 여인이 대뜸 “Eight, OK?” 라며 초대받은 부부와 함께 우리의 식사 자리에 합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나는 반사적으로 “No”라고 답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떻게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여덟 명이 함께 몰려와서(?) 식사대접을 받겠다는 것인지. 아마도 우리가 답례로 초대한 그 여인이 그들에게 오늘 우리가 식사대접을 한다니 함께 가자고 한 듯하다.
한 학기 수업료로 수천만 원씩 내는 지역 명문 사립대학에 다니며,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행색을 보고 작정을 한 듯하다. 이 학교를 다니는 몇몇 동양인을 다년간 겪으며 체화된 행태일까?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이국에서 무난하게 함께 어울려 보려는 다수의 유학생과 같을 것이라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 부부와 음식점에 도착하니, 여덟 명의 여인들도 함께 와서 건너편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나의 직설적인 “No”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는 이미 이 단체에서 한국과 비교하여 매우 독특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종교 모임이 끝나고 종교시설의 리더를 포함하여 참석자 몇 명과 점심식사를 하러 음식점에 가는데, 일행 중 몇몇은 우리 부부와 같이 리더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몇몇은 약간 많거나 적었다. 오래된 친분 때문인지 그들은 리더를 향해 존칭이 아닌 이름(First name)을 부른다. 문화적 충격이다.
더욱 생소한 것은, 점심을 마친 후 그 누구도 리더의 밥값을 지불하지 않고 각자 계산을 한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더치페이(Dutch Pay)의 장면이다. 그들의 문화이긴 하나 종교지도자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고 누구 하나 점심대접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체험도 한 우리에게, 느닷없이 “Eight, OK?”는 터무니없는 일이다. 벌써 오래전 경험이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하여 교양 있게 ‘오늘은 우리를 초대해 준 부부를 위해 준비한 자리이니, 다음에 함께하면 어떨까요?’라고 했어야 하나? 아니면, 그때의 나의 반응이 그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 비추어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