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라 발길 따라> 미국 하와이
▲ 다시 찾아온 하와이 © Kyrene
다시 찾은 하와이, 수십 년 전의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한다. 한국 출발 4℃, 하와이 호놀룰루 27℃, 지구촌의 모습이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하와이안 항공을 타고 빅아일랜드( Big Island/Island of Hawai'i의 별칭)의 코나(Kona) 공항으로 향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유럽의 바다와 사뭇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모양의 섬들이 산처럼 높고 넓은 형태로 둥둥 떠있는 듯하다. 화산 폭발과 함께 바다로 흘러 들어온 용암이 얼마나 거대했으면 바다를 메우고 섬과 산이 되어 바다 가운데 솟아 있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제주도 가듯 짧은 비행으로 코나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운전해 호텔로 향한다. 며칠사이에 유럽의 늦가을 단풍숲에서 한국의 아파트 숲을 거쳐 빅아일랜드의 검은 대지를 달린다. 달리면서 보는 모습은 용암과 화산재가 대지를 뒤덮은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듯 촉촉하고 윤기가 있어 보인다.
아주 가끔씩 사이사이에 카이위(Kiawe)가 서 있고 노랗게 말라 버린 채 거센 바람에 누워버린 수상화(穗狀花/Fountain grass)가 널리 자리하고 있다. 화산 폭발 당시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대지를 뒤덮고 있는 끓어오르는 용암을 상상하니 온몸이 오싹해진다. 주변이 온통 새까맣다.
호텔 근처에 도착하니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다. 갖가지 꽃과 나무와 초록의 잔디들이 검은 대지와 대비를 이룬다. 리조트호텔은 아름드리 고목, 야자수 등 이름 모를 수목과 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파도가 출렁거리는 광대한 바다를 바라보며, 비치호텔이 자리한 드넓은 이 대자연은 인간의 놀이터다. 상상 초월의 골프장, 각종 운동시설, 오락시설이 넘치는 곳인데 워낙 넓은 부지라 찾아보기도 어렵다.
발코니에는 바다를 향해 안락한 선베드(Sun bed)가 준비되어 있다. 저 멀리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선배드에서 햇빛을 받으며 책 읽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골프 치는 사람, 요가하는 사람 모두 자연 속에 머물고 있다.
호텔비용에는 대부분의 시설과 자연을 즐기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멤버십 혜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객실에서 자고 휴식을 취하는 이외의 시설은 이용하는 일이 드물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해변에 늘어선 거목의 야자수, 아름드리 고목을 흔들고 사람과 차량을 날려버릴 듯 힘자랑을 해대는 바닷바람, 바람과 맞서는 수많은 나무들의 부대끼는 소리, 돌담과 벽을 유유히 기어 다니는 손가락크기의 초록도마뱀, 이 모든 것들이 나는 편하지가 않다.
유럽에서도 몇 번 스스로에게 하소연을 했듯이, 여행 내내 아름다운 전망과 독특한 자연경관을 보여주려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넣은 남편에게는 한 없이 고마우면서 미안한 부분이다.
이곳 호텔 역시 평생 다시 보기 쉽지 않은 훌륭한 대자연의 풍광을 넘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남자들(남편)은 대체로 야생의 거칠고 도전적인 자연환경을 선호하지만, 나는 압도당하고 위축되는 이 거대함이 부담스럽다.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과 윤슬에 눈부시던 바다, 낭만적인 야자수는 지금 어둠 속에서 거세게 물아치는 바람에 묻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