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나를 찾아서> 미국 하와이
▲ 하와이 섬 화산해변과 망망대해 © Kyrene
마우나 케아(Mauna Kea) 화산 방문을 마치고 눈부신 햇빛 속에 조심조심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올 때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몰려오는 안개와 비바람, 그러나 이번엔 폭우가 쉽게 그치지 않는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Hawaiʻi Volcanoes National Park)으로 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비가 곧 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젠 놀랍지 않다. 조금 전 산 정상을 빛나는 햇살아래 둘러본 것이 꿈 만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맑은 하늘이 나타나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피어오른다. 곧이어 오른편 구름 아래 파스텔톤의 무지개가 선보인다. 하와이는 역시 무지개 섬이 맞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11번 도로 양쪽으로 산림보호구역과 자연보호구역이 여러 개 있다. 주택가를 약간 벗어나면 어김없이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그 너머에는 산이 자리한다.
1916년 설립된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화산 킬라우에아(Kīlauea, 해발 1,222 m/USGS)와 마우나 로아(Mauna Loa, 해발 4,170 m)의 정상을 포함하고 있다. 1980년 국제생물권보전지역으로,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극적인 화산 풍경과 희귀한 동·식물을 볼 수 있다(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
공원이 가까워지자 또다시 보슬비가 내린다. 관광안내소에 도착하니 많은 여행객들이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모여 있다. 표를 직접 판매하지는 않고 데스크에서 안내된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출입 차량번호 등록과 결제를 같이 하라고 안내한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인다.
다행히 공원 정상에 오르자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분화구 왼쪽 위로 다시 무지개가 보인다. 아직도 분화구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수증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정상은 여전히 안개에 덮여 있고 바람이 거세지만, 빗속을 달려와 이 정도의 화산모습이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공원 아래로 내려오니 오후 내내 비가 그치지 않아 국립공원 이곳저곳을 차로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마지막 여정인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Punaluʻu Black Sand Beach)로 향한다. 모래사장 양쪽에는 코코넛 야자나무가 무성하고, 행운이 함께한다면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커다란 호누(Honu, Hawaiian Green Sea Turtle, 하와이 녹색 바다거북)를 만나 볼 수도 있다.
새까만 모래 해변과 검푸른 바다, 맑은 하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진풍경이다. 야자수 옆 검은 해변을 한참 동안 거닐고 나니 벌써 해가 어둑해진다.
바다를 구경하고 어두운 밤길을 달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별이 총총하다.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꼭 필요할 때에 어김없이 좋은 날씨를 선물 받아, 오늘 여정도 즐겁고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