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나를 찾아서> 미국 하와이
▲ 호놀룰루와 마말라 베이 © Kyrene
하와이섬(Island of Hawaiʻi , Big Island)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오하우(O‘ahu)의 호놀룰루(Honolulu)로 향한다. 화창한 아침 날씨에 코나(Kona) 공항으로 가는 길 옆에 펼쳐진 파란 하늘과 진청색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해변의 작은 집은 바다와 어우러져 평화롭기 그지없다.
11월 중순 하와이 섬은 푸르른 야자수, 붉은 꽃 무리,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펼쳐진 늦여름을 닮았다. 나에게 이 섬은 그냥 ‘지상낙원’이다. 날마다 이 풍경에 젖어 사는 이곳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든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무척 붐빈다. 이곳의 날씨도 여전히 쾌청하고 멀리 호놀룰루의 빌딩 숲과 마말라 베이(Māmala Bay)도 다시 보니 정겹다. 공항을 벗어나 H1고속도로에 들어서니 하와이 섬의 여유와 평온은 사라지고 도로를 가득 매운 차들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꽉 막힌 도로와 도심을 지나 호텔에 도착하니, 난생처음 겪는 아수라장이다. 체크인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는 차와 사람이 인산인해, 차산차해! 도착해서 확인한 사실이지만, 리조트 단지에 호텔 건물이 십 여동 있는데 체크인·아웃을 한 곳에서 통합운영하고 있고, 도보로 5분 이상 거리에 호텔 지하주차장 한 곳을 함께 이용한다.
호텔 체크인을 위해 현관 앞에 임시 주차할 여유 공간도 없고, 잠시 정차하고 있으니 발레 파킹 대행하는 직원이 차 빼달라고 닦달한다. 주차장에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직원에게 차를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시 찾아온 호놀룰루여서, 와이키키 해변(Waikiki Beach)과 연결된 가장 좋은 호텔을 선택한 곳인데 막상 와 보니 한국의 아파트 숲보다 더 지독한 호텔건물들이 숨 막히게 둘러 서 있다. 주차비, 발레 파킹 추가비, 캐리어 객실 운반비는 물론 리조트 이용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곳이다.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한 젊은 시절, 아마도 30여 년은 지난 것 같다. 그 당시 호놀룰루는 시간의 흐름이 느긋한 초록세상이었다. 가벼운 빗줄기 사이사이 무지개가 뜨고 와이키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유로웠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는 거대한 호텔리조트 단지와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곳곳에서 진행되는 야외공연과 대형스크린의 화려함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캐리어를 정리하고 따끈한 커피 한잔과 함께 발코니에서 바라본 바다와 모래 해변과 야자수는 그래도 아름답다. 고층이라 좀 전의 북새통은 잠시 잊을 수 있다. 변화무쌍한 섬 날씨에 오늘 같은 쾌청한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잠시 휴식 후 해변으로 향한다. 호텔 왼쪽 끝에는 듀크 카하나모쿠 공원(Duke Kahanamoku Park)이 해변과 바로 연결된다.
모래사장을 걸어 바다 쪽으로 힐튼 선착장(Port Hilton)이 있어서 유람선을 타고 해변을 따라 주변을 관광할 수 있다.
선착장 오른쪽에 있는 카하나모쿠 비치에서 안전하게 프리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호텔 앞의 힐튼 라군(Hilton Lagoon)에서 페달 보트, 수영, 카누 등 온갖 액티비티와 즐길거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이 호텔의 장점이다.
카하나모쿠 비치는 바다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상보다 평온하고 한가하다. 해변 산책을 마치고 나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다. 하늘은 노을빛에 물들기 시작하고 혈기왕성하던 야자수는 검은 실루엣 만을 남긴 채 고요히 바다를 지킨다.
호텔에 돌아와 발코니에서 보는 마말라 베이는 어느새 어둠에 잠기고, 저 멀리 하늘에는 한결같은 나의 벗 달님이 기다리고 있다.
리조트는 여전히 작은 공연과 놀이터 불빛으로 현란하고, 해변은 조명이 빛나고, 바다 저편에는 크루즈의 불빛이 아련하다. 호텔 도착과 체크인에서 겪었던 번잡스러움도, 리조트가 갖는 편리함과 다양한 놀거리와 비교하면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목적과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여행지와 호텔의 호·불호는 다양할 것이다. 오래전 바닷물에 발 담그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몰려와 함께 놀던 열대어의 추억, 여행 중 만난 교포의 호의로 근처 농장을 방문하여 잘 익은 각종 과일을 맛보던 기억을 안고 찾아온 호놀룰루이다. 그때의 평온함과 신선함은 덜하지만, 남편과 함께한 오늘의 여정도 감사함으로 채운 따뜻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