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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ene Aug 19. 2024

어떤 교실 풍경

<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가치관과 삶

▲  학령인구 붕괴로 텅 빈 교실  © https://www.kindernews.net






OECD는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으로 제시하고 있다(출처: OECD교육지표 2020). 한국은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이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하던 당시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상한으로 법제화할 것을 주장했다. 코로나 시대 학교수업 전면 폐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우리의 과밀 학급을 조정해서 미래의 재난도 대비하자는 취지이다.


그렇게 혼란과 공포의 시기를 지나고 지금 2024년 통계청 데이터 저위 추계기준에 의하면 2024년 학급당 학생수는 20여 명, 10년 후 2034년 약 9명이며, 인구감소가 지금 수준으로 이어지면 2026년 5.5명, 2070년 2.7명이 된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붕괴’가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초등학교가 폐지되면, 젊은 층의 유입이 줄고 마을도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는 서로 고소·고발·민원을 제기하고 교사는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호존중 되어야 마땅한 교권과 학생인권은 마치 양립할 수 없는 양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일컫는다. 백 년에 훨씬 못 미치는 1960-70년대로 돌아가 본다. 당시 지역에 따라 학급당 학생수는 100여 명이 넘어서, 학교와 교사가 이 상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학교는 2부제 수업을 실시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학생들을 등교시켰고, 교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과밀 학급으로 2부제 수업하는 초등학교 학생들  © https://archives.kdemo.or.kr


100여 명이 줄지어 앉아 있는 교실은 교사가 학생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마저 확보되지 못해, 딴짓하는 학생을 통제하는 도구로 분필이 학생 머리로 투하되곤 했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의 학력차를 개선하는 궁여지책으로 교실 가운데 한 분단을 정해, 공부 잘하는 아이와 뒤처지는 아이를 짝꿍으로 만들어 공부를 도와주도록 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보조교사 역할을 한 셈이다.


만약 이런 모습이 오늘날 교실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잠시 아찔해진다. 아이들이 교사의 지시에 순응할 것인가, 내 아이 공부시간을 빼앗긴 학부형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조차 어렵다.


요즘 정부와 교육계는 한 목소리로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는 산아제한 포스터와 현수막이 벽마다 거리마다 넘쳐났다. ‘셋만 낳아 잘 기르자, 둘만 낳아 …, 잘 키운 딸 하나 …' 이제는, 출산장려 공익광고가 TV화면에 수시로 등장한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는 것이 애국자라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다양한 콘텐츠로 화면을 장식한다. 출산 장려는 광고문구로 계도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가 예상되어(출처: 2023 고령자 통계) 인구소멸이 걱정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가 보여주는 학령인구 붕괴 사태를 맞이하기 전에, 각계각층 사회전반의 뜻을 모아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넘쳐나던 산아제한 구호는 출산장려 구호로 대체된 지 오래인데, ‘백년지대계’를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교육전문가와 행정가들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


교실 가운데 한 분단에 앉아 친구의 공부를 돕던 나는 이제 은퇴를 하고, 바라보는 모든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어린 날의 교실 풍경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 참고: ‘저위 추계기준’이란 인구통계의 경우 추계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써, 출산율과 기대수명은 낮고 국제 순 유입이 가장 적은 가정을 조합해 내놓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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