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동유럽여행
▲ 블타바강 카를교 © Kyros
베를린을 떠나 체코(Czechia)를 향해 2시간쯤 달리던 중 모든 차선의 차량들이 일제히 멈추더니 그대로 주차장이다. 속수무책으로 서 있다가 서서히 움직이며 정상속도로 한참을 달리자 오르막길 저 앞에 번쩍번쩍 불빛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경찰차 두대와 완전히 타버린 차량 한 대가 견인차에 실려있다. 아찔한 순간이다. 몇십 분 기다린다고 투덜대던 바로 전 모습이 한심하다. 운전자는 어찌 되었을지 새삼스레 드는 생각이다.
체코 국경을 지나니 도로 풍경이 사뭇 다르다. 나무와 숲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드넓은 초원과 농지가 펼쳐진다. 체코 비넷(Vignette)을 사러 국경 근처의 주유소에 들어가니 직원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우리가 방문한 독일은 영어 사용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독일과 체코의 교육환경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여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라이프치히(Leipzig) 근처 교통사고로 1시간 지체 후 2시간을 더 달려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에 도착한다. 이곳은 테플라 강(Teplá River)이 흐르는 유럽에서 가장 큰 스파 단지이다.
도심에 들어서니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호텔 그리고 상점들로 가득하다. 시내를 약간 벗어나니 여느 중소도시처럼 아담하고 깨끗하다.
호텔 NH 프라하 시티(Hotel NH Prague City)에 도착하여 안내를 받은 후, 안내데스크 오른쪽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호텔 NH 컬렉션 프라하(Hotel NH Collection Prague)로 향한다. 케이블카가 있는 언덕 위의 호텔이 매우 독특하여서 힐튼 프라하 호텔을 해약하고 선택한 곳이다.
동유럽 지역은 적절한 주차장 선택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곳인데, 다행히 관리인이 있는 안전한 주차장(Parking garage Rudolfinum)에서 여유 있게 주차를 하였다. 카를교(Karlův most, Charles Bridge) 동쪽 관문에 도착하니 여행객들로 붐비고, 다리 아래를 흐르는 블타바강(Vltava)에는 관광객으로 가득 찬 유람선과 화물선이 오가고 있다. 서편 끝 언덕에는 내일 방문할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카를교는 1402년에 완성된 블타바 강 위의 중세 석조(Kamenný Most, Stone Bridge) 아치교이다. 다리 위에 세워진 30개의 바로크 양식 조각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리의 중간쯤에 조각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체코의 국민적인 성인(聖人, Saint), 스바티얀 네포무츠키(Svatý Jan Nepomucký)의 상이 보인다. 보헤미아 왕비의 고해신부로서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최초의 순교자이며, 그의 무덤은 프라하 성의 성 비투스 대성당(Katedrála sv. Víta)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순교지점에 있는 조형물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있다. 카를교의 양쪽을 지키는 수많은 성인들은 다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사연을 조용히 듣고 있는 듯하다.
구 시가지 교탑 근처에 예수 수난 십자가(The Crucifix and Calvary) 상 또한 매우 유명하다. 조각상 중 유일하게 히브리어로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는 성십자가 모독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유대인 엘리아스 백오펜(Elias Backoffen)에 대한 형벌로써 1696년에 제작되었다. 문구는 선지자 이사야(Isaiah)에서 유래한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주님이시다’라는 뜻이다. 1861년 에마누엘 막스(Emanuel Max)가 완성한 사암 조각상이다(출처: https://archiv.radio.cz).
코비드로 인해 하늘 길 마저 닫아버리고 지구상의 많은 것들을 멈추게 한 무서운 일들이 어느 역사 속의 사건처럼 낯설게 기억된다. 가까운 곳에서 혹은 먼 나라에서 끊임없이 발걸음들을 끌어들이는 문화의 위력을 생각하게 한다.
편안하게 걸으며 여행할 수 있는 쾌청한 날씨도 여행자에겐 커다란 선물이다. 발코니에서 커피를 나누며 우리의 이야기는 이국의 밤 풍경처럼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