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 세비야 대성당 루프탑 투어(Rooftop Tour) © https://pt.actualidadviajes.com
여행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 중세 유럽 건축물 중 상당수는 가톨릭 성당이다. 내부와 외관을 동시에 감상할 기회는 많지만, 지붕 꼭대기에 올라 건물 구조를 직접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마침, 세비야 대성당(La Catedral de Sevilla/정식 명칭: Catedral de Santa María de la Sede) 루프탑 투어(Rooftop Tour)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기로 한다.
루프탑 투어는 6월~9월 중 월요일~목요일은 오전 9시와 9시 30분, 저녁 8시 30분과 9시에 그리고 금요일~토요일은 저녁 9시 30분이 추가로 운영된다. 10월~5월은 오전 10시와 10시 30분, 매일 2회 방문할 수 있다. 온라인 구매 시, 성인 입장료는 €20(약 3만3천원)이다.
루프탑 투어 전용 출입구는 대성당의 남쪽 입구에 해당하는 성 미구엘 문(Puerta de San Miguel)이며, 투어 시작 15분 전까지 도착을 권장한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 가파른 계단을 통해 대성당 지붕 위에 오른다. 건축 당시의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설비들을 둘러보며 건축물의 각 부분을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붕 한편에 설치된 해설 공간에서, 대성당 건축 당시 사용하였던 도르래 실물의 작동원리 및 대성당 건축 과정 등 설명을 들은 후 지붕 각 부분을 탐사한다. 건축 장비가 발달되지 않은 당시에 이런 과학적 원리로, 크고 무거운 건축자재를 운반하여 거대하고 웅장하며 우아한 대성당을 건설한 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지붕 연결 통로(Pasarelas Superiores)를 따라 걸으며 성당 상부 탑과 다양한 구조물의 건축요소를 관찰할 수 있다.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지붕 위 곳곳의 도르래 구멍을 덮고 있는 볼록한 버섯 모양 덮개가, 건축 당시의 역할을 자랑하듯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성당 건축 당시에 사용했던 토기류가 출토되어 지붕 위 해설 공간에 전시되고 있다.
대성당의 벽과 외부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반아치 형태의 지지 구조물인 비량(飛梁, Arbotantes)은 하중을 분산하고, 높은 천장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비량의 각 부분에는 첨탑(Pináculos)이 설치되어 있다.
18세기 중반 왕실 예배당이 붕괴된 후 벨기에 출신 건축가인 세바스티안 판 데르 보르흐트(Sebastián van der Borcht)가 1764년~1765년 재건한(출처: https://core.ac.uk), 예배당 랜턴(Linterna de la Capilla Real)이 왕실 예배당 돔 꼭대기에 보인다.
돔과 랜턴은 신성한 빛과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축적 정체성의 핵심이며, 돔에 구조적 안전성과 웅장함을 더하고 자연광(自然光)이 위에서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알모하드 모스크(Almohad mosque, 1184~1198)의 기도 시작(Adhan)을 알리던 탑 미나렛(Minaret)으로 건설되었던 히랄다 탑(La Giralda)은, 1568년 르네상스 양식의 종탑이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탑으로 건축이 완료되었다(출처: https://en.andalucia.org). 탑의 이름은 탑 꼭대기에 있는 히랄디요(Giraldillo)라고 불리는 풍향계에서 유래되었다.
탑의 기단(基壇)에서 로마 히스팔리스(Hispalis) 시대의 건물 유적과 석조물이 사용된 무어 양식(Estilo Morisco)을 볼 수 있다. 탑의 본체는 정사각형이며, 꼭대기 부분은 에르난 루이스 2세(Hernán Ruiz II)가 설계한 세련된 양식을 보여준다(출처: 上同). 곳곳에서 섬세한 에술적 감각이 느껴진다.
바르톨로메 모렐(Bartolomé Morel)이 제작한, 기독교 신앙을 상징하는 3.5m 높이의 회전 풍향계 조각상 히랄디요(Giraldillo)는 세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상징물 중 하나이다(출처: 上同). 갑옷을 입은 여성 형상으로 오른손에는 십자가 달린 깃발(Labarum), 왼손에는 승리의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으며 기독교가 이슬람을 극복하고 세비야를 재 정복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종교적 상징으로 “승리의 신앙(Triunfo de la Fe Victoriosa)”이라 불렀고 한때 유럽 르네상스 시대 최대 규모의 청동 조각상이었다.
히랄디요와 종루(鐘樓, Belfry) 사이에 “PROVERB, 18”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잠언 18장 10절 "여호와의 이름은 견고한 망대라"를 의미한다. 이는 신앙의 등대인 히랄다 탑의 영적인 상징성을 반영하며, 기독교화(基督敎化)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히랄다 탑에는 24개의 종(鐘)이 있는데, 그중 18개는 회전하는 종이고 6개는 추(錘, Clapper)가 달린 종이다. 성당 중에서 종이 가장 많은 곳이다.
대성당 내부(內部) 천장 관람을 위해 좁다란 통로를 따라 이동한다. 성전 돔은 조명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무대 뒤편의 번잡한 분위기와 달리, 투어 경로인 이곳은 잘 정리된 모습이다. 대성당의 십자가상 뒷면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대성당 내(內) 제의실(Sacristía Mayor) 위에 있는 자비의 그리스도(Cristo de la Clemencia)상은 1603년 스페인 조각가 후안 마르티네스 몬타녜스(Juan Martínez Montañés)가 제작한 목조상이다(출처: https://www.juntadeandalucia.es). 고통을 강조하기보다는 자비와 평온함을 표현하여, 고통 극복과 구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 목재에 정교하게 채색을 입혀 살결과 피의 표현이 생생하며, 대성당의 성스러운 분위기와 예술적 깊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루프탑 도보 탐사를 할 수 있는 좋은 날씨와 독특한 경험을 선물 받은 감사한 일정을 마친다. 루프탑에서 바라본 또 다른 성당과 세비야 도심 속 저 멀리 우리의 숙소, 유로스타스 토레 세비야(Eurostars Torre Sevilla)가 새삼 친근하게 느껴진다. 남스페인 여정을 마무리하고, 내일 포르투갈(Portugal)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