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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한국 상황이 유별나긴 해도 세계적인 현상
산업화와 도시화, 피임법의 확산, TV 등 대중매체 등이 촉진
저개발 국가에서도 저출산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적 영향력의 쇠퇴를 의미
국가별 주도 세력(인종)의 힘이 약화 → 다문화 사회로
인구 감소의 위험보다는 기후변화가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유성 : 안녕하세요, 팟캐하는 김기자입니다.
윰기자 : 안녕하세요, 윰기자입니다.
유성 : 오늘 나눠볼 말씀은 상당히 민감할 수 있고, 처해진 상황과 환경, 그리고 배워온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게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바로 저출산과 인구에 대한 부분입니다.
윰기자 : 얼마전 지난해 출산율이 나왔죠.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들어간다고 했어요.
유성 : 예, 사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이라고 말할 범주는 이미 넘었고요, 초초저출산이라고 말하면 맞을 것 같아요. 저출산의 기준점이 되는 출산율이 2.1 정도이고 이 선은 이미 1980년대 초에 무너졌어요. 우리나라는 거의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초저출산의 밑의 기준인 1.3 밑으로 떨어졌죠.
윰기자 :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 도시국가 정도라고 들었어요. 서울만 놓고 봤을 때는 이것보다 더 낮다고 했어요.
유성 : 예, 국가적으로 봤을 때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동독 사회가 한때나마 0.8로 출산율이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곧 회복을 했고요.
국가 정책적으로 봤을 때 초초저출산 문제는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불평을 할 수 있어도 해결법을 제시하기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가 않아요. 여기서 전 하나의 현상으로 다가가보려고 합니다.
윰기자 : 현상으로 다가간다는 게 무슨 뜻이죠?
유성 : 예, 어느 특정 국가에서 나타난다거나 특정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과 변화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 뿐만 아니라 앞선 선진 산업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을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겪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냐,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정보화를 거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되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예가 영국을 들 수가 있어요. 영국 이후로 산업화를 했던 나라들이 똑같이 이 저출산 상황을 겪었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은 우리도 이 같은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윰기자 : 서구 유럽이나 일본의 고령화 얘기는 이미 오래된 얘기이긴 하죠.
유성 : 일단 인구의 폭발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폴 몰랜드가 쓴 '인구의 힘'이란 책에서 상당부분 발췌를 했는데요, 산업화를 겪는 나라의 인구는 위생과 의료 환경의 개선으로 영아 사망률이 감소하고 평균 연령이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겪습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18~19세기 대영제국이 전세계 대륙을 식민지로 삼고 뻗아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인구의 급증 덕분이라고 합니다.
윰기자 : 그만큼 많은 인구가 이민 등을 가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면 되는거죠? 미국이나 호주 등도 영국에서 출발한 사람일 것이고요.
유성 : 예, 이 부분을 보셔야할 게, 국가의 3요소란 국민, 주권, 영토잖아요. 영토로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 나라에 사람이 가서 살아야 합니다. 실효적 지배를 해야하는데, 만약에 비슷한 시점에 두 나라가 영토를 갖고 싸운다면, 그 영토에 더 많은 사람이 사는 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이길 수 밖에 없어요. 사람이 없다면 그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든 것이죠.
하나의 예를 들어볼게요.
윰기자 : 예~
유성 : 1867년에 러시아가 알래스카 땅을 미국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프랑스는 아메리카 내 자신의 식민지였던 루지애나주를 미국에 팔았고요(1803년). 단지 돈 때문이었을까요? 일단 알래스카는 당시로서는 쓸모없는 땅 같았지만, 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생각했고요. 인접 미국의 인구는 늘고, 그것의 영향권은 커지고 있는데, 이러다 빼앗길 게 불보듯 뻔하다고 본 것이죠.
'이렇게 빼앗길 바에는 돈이나 받고 주자'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국가의 힘에 있어 중요한 게 바로 인구입니다. 완전한 영토가 되기 위해서는 군사적 점령도 필요하지만, 자국민이 가 정착해 살아야 하거든요. 그 숫자가 알래스카는 적었고, 러시아 본국에서도 (많은 군인을 보내기에) 너무 멀었죠.
윰기자 : 러시아 얘기를 하셨는데, 러시아는 드넓은 땅에 인구가 1억 좀 넘지 않나요? 많이 불안하겠어요.
유성 : 예, 러시아의 인접 대국이 어디죠? 중국입니다. 내몽골을 비롯해 러시아의 영향권에 중국의 인구가 물밀듯 들어오는 것을 러시아는 두려워합니다. 중국도 그래요. 수천년간 이민족의 침입을 받고 지배를 당하고 했지만, 결국 절대 다수의 한족이 있다보니 오늘날 중국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더더욱 인구의 규모가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영제국도, 내부 안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다면 호주나 아메리카대륙 등에 진출하기 쉽지 않았을 꺼에요.
윰기자 :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했던 독립전쟁도 이 같은 맥락이었겠네요.
유성 : 예, 그렇습니다. 영국 군인의 전투력이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와 싸울 수 있는 병력의 수는 전체 미국 상비군의 몇백분의 일 밖에 안됐을 꺼에요. 결국 머릿수로 이긴 것이죠.
참고로 하나 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고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도 이미 저출산 국가로 들어가 있다보니 군인으로 쓸 수 있는 인적자원이 과거보다 적을 수 밖에 없어요. 소련 붕괴 이후 인구 자체가 줄었는데, 군인의 수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윰기자 : 뭔데요?
유성 : 러시아가 언론통제를 해서 실제 국민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다수 국민들, 특히 일반 가정의 러시아인들은 반대할 것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내 아들이 가서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 아들이 하나 혹은 둘 밖에 없다고 봅시다. 전쟁을 반대할 수 밖에 없어요. 저출산이 나타내는 하나의 사회 양상이 됩니다.
윰기자 : 저출산 사회는 출산이 많은 사회보다 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는 뜻이죠?
유성 : 예 그렇습니다. 아까도 언급했던 '인구의 힘' 저자는 '아랍의 봄'을 예로 들었어요. 아랍과 북아프리카 쪽은 중위 연령대가 높습니다. 이집트 등은 20대 혹은 30대 초반입니다. 기본적으로 젊은 남자들이 많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만약 이 아랍 국가들이 일본 수준의 출산율을 보였다면 아랍의 봄과 같은 혁명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어요.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역동적이지만 또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이고, 노인 인구가 많고 아이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는 뜻이죠.
윰기자 : 지금의 일본 사회를 보면 이해가 돼요.
유성 : 지금의 일본을 보면 상상할 수 없지만, 1960년대 일본은 젊은이들의 시위가 들끓었습니다. 이들이 누구겠어요? 2차대전 종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잖아요. 우리나라의 1980년대가 뜨거웠던 이유도 어디에 있겠어요? 젊은 세대가 많다는 것은 격정적이고 변화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대영제국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인구를 이른바 이민과 같은 수출을 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윰기자 : 인구가 왜 폭발적으로 증가했는지에 대한 것도 말씀해주셔야하겠는데요.
유성 : 예, 근대화와 함께 영아사망률이 뚝 떨어집니다. 1000명의 신생아 중 400명이 첫돌도 못되고 죽었다면, 근대화가 진행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 지수가 뚝 떨어지는 것이죠. 한 여성이 6~7, 그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것은 동일한데 살아남는 아이의 수가 많아지니 젊은 인구는 급증하게 됩니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과거에는 쉽게 사망했을 사람들이 또 살아남습니다. 인구 폭발에 단초가 되는 것이죠.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구가 엄청 늘어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어요. 출산율은 현대의학이 도입되기 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살아남는 신생아 수는 크게 늘었으니까요. 실제 20세기 초만해도 전체 아프리카 인구는 유럽의 인구의 절반 이하였는데, 이제는 거의 두배가 됐죠. 산업화가 완료된 서유럽이 저출산을 겪는 동안 아프리카 인구는 크게 늘었던 것입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윰기자 : 뭔데요?
유성 :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는 각 나라별로 시차를 두고 진행됩니다. 영국이 선도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했고 이 물결은 프랑스, 독일, 미국 등으로까지 옮겨 갑니다. 이들 나라도 산업화 정도에 따라 영국과 같은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됩니다. 의료와 위생의 향상으로 영아 사망률이 줄고 공산품의 확대로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일자리도 그만큼 더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어느정도 되면서 출산율 하락을 겪게 된 영국 사람들은 특히 독일의 산업화와 인구 폭증을 불안하게 바라봤어요.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자신들 입장에서 6명, 7명 낳던 여성들이 3~4명 정도로 줄었는데, 독일 여성들은 많은 아이를 낳는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저봐라 독일은 저렇게 아이를 많이 낳는다'라면서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윰 : 그 불안감은 무엇인가요?
유성 : 머릿수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죠?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긴 것은 그 곳에 사는 자국민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서 그들의 영토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본 것 때문이었다고 봤던 것이고. 머릿수에서 밀릴 것이라는 근본적 불안감이죠.
그러나 독일도 이런 산업화 과정을 겪고 성숙기에 접어듭니다. 독일도 도시화를 겪기 때문이죠. 도시에 살면 아이를 적게 낳을 수 밖에 없어요. 전원 생활과 도시 생활을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공간이 부족할 뿐더러, 도시에서의 아이는 '먹는 입' 즉 소비의 창구지만, 시골에서의 아이는 '노동력'인 것이죠.
즉 산업의 중심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가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늘면 늘 수록 아이를 덜 낳으려는 게 뚜렷해집니다. 따라서 산업화는 도시화라는 다른 말로 바꿔 쓸 수 있어요.
20세기 들어서 독일의 도시화도 빨라집니다. 이런 독일도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들의 눈에 러시아가 들어온 것이죠.
러시아가 중국과 비교해 인구가 적을 뿐이지 유럽의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인구가 많죠. 게다가 산업화가 안된 상황에서 농촌 인구가 많다보니 출산율이 높을 수 밖에 없어요. 현대화된 의료와 위생 시설의 확대는 러시아 인구의 급증을 불러옵니다. 최근에 선진국이 아프리카 인구의 급증을 바라보는 것이나, 18세기 인구학자 멜서스가 빈민들의 출산 확대를 걱정했던 것이나 다름 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죠.
윰기자 : 영국이 자신들을 바라봤던 시선으로, 똑같이 인접 나라를 바라보는 것이네요.
유성 : 실제로 20세기 나치는 우생학적으로 게르만민족을 더 늘려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인구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우려한 것도 커요. 러시아는 끝없이 많은 아이가 나오는데 자신들은 다를 수 있으니까. 실제 이는 독소전에서 드러납니다.
독일군은 당시 현대화된 장비에 훈련도 잘된 군인들로 이뤄져 있었어요. 이들은 당시 소련군을 전투력 면에서 압도합니다. 개전 초기에 그랬고, 독일군이 사실상 궤멸돼 동부전선을 완전히 빼앗기는 와중에도 개별 부대 단위별 전투력에 있어서는 소련군을 앞섰고요.
반면 소련군은 훈련이 부족했고 장비의 성능도 독일군과 비교해 떨어졌어요. 개전 초기 연전연패를 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인구의 힘 앞에서는 제 아무리 독일군이라고 해도 무릎을 꿇수 밖에 없습니다. 이겨도 이겨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소련군의 힘에 결국 밀려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죠
윰기자 : 이랬던 러시아가 지금은 저출산 국가라고 하니 아이러니 하네요.
유성 : 현재 러시아의 인구는 1억3000만명 정도로 출산율은 1.3입니다. 초저출산 국가의 초입에 들어와 있는 것이죠. 소련 시절 인구 2억에 출산율 2.0과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합니다. 달리 말하면 소련 때와 비교해 그만큼 도시화율이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윰기자 :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산업화와 도시화를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유성 : 예, 그렇죠. 20세기 중반 이후 들어서는 출산율과 산업화는 어느 정도 무관한 모습을 보입니다. 산업화가 덜된 나라에서도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특히 1960년대 이후 여성피임법이 확대되면서 출산율은 극적으로 떨어집니다. 이 부분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출산율 떨어지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피임법에 대한 지식을 선진국 여성이 더 쉽게 쌓을 수 있다는 점이겠죠. 그러나 이 부분도 각국 나라가 홍보 켐페인 활동을 하면서 많이 알려졌어요.
윰기자 : 과거에는 산업화와 근대화에 따라 인구가 급증했고 저출산 국가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였다면, 최근 저개발국가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죠?
유성 : 예, 맞습니다. 저출산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도시화입니다. 20세기 이후로 추가된 게 하나 더 있어요. TV입니다. 아프리카 오지의 여인도 TV가 있다면 서유럽 국가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21세기 이후에는 모바일이 이를 더 앞당겼어요. 누구나 손쉽게 들고 다니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산율도 20세기 중반 때 처럼 6, 7 뭐 이러지 않아요. 상당수 국가가 3~4를 가리키고 2명대를 기록한 나라도 나타났어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엄청난 규모지만, 50년 사이 시차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산업화 없이도 이 같은 출산율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세계 인구는 100억을 넘어서겠지만, 그 이후로는 감소할 것이라고 봅니다.
윰기자 : 출산율 하락이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인데, 달리보면 당연한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유성 : 이런 모바일과 TV 등 매체의 확대는 여성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카니스탄 같은 종교 원리주의자들은 여성들의 TV 등 매체 접촉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고요.
저는 한국의 출산율이 낮을 수 있는 당연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정보화를 언급하고 싶어요. 경제가 정점에 이른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의심받게 된 결정적 요소라고 봅니다. 사회 자체도 복잡해지다보니까 각 개인의 삶도 다양해진 게 큰 것이라고 보고요.
윰기자 :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유성 : 저출산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라고 봐요. 수천년간 인류의 숫자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전쟁이나 재난 같은 때에는 때로 줄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를 봐서 그렇지, 과거 임진왜란 때나 19세기 경신년 대기근 때, 혹은 질병이 돌 때 인구는 크게 줄었어요. 그때 인구 감소가 수 년에 걸친 단기 현상이었다면, 지금의 인구 감소는 수십년에 걸칠 장기 현상이라고 봅니다. 어느정도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저점을 지나면 또 바뀌지 않을까요? 그 저점이 어느 시기냐, 무엇 때문에 나타나느냐는 예측하기 힘들고요.
윰기자 : 일단 우리 사회가 보수화되고, 활력을 잃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성 : 도시화가 완성된 시점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는 시점에서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사람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다만 사람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근본적 불안감은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말로 경제성장률 저하라고 하겠지만, 직접적인 말로 머릿수 경쟁에서 밀릴 것 같다라는 불안감이겠죠.
게다가 주변에 중국과 같은 인구대국이 있잖아요. 동남아 인구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필리핀 인구가 1억을 넘겼고, 베트남도 거의 그 수준이라고 하죠. 우리 인구가 줄어든 공간을 이들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채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필연적이고 이에 대한 거부감도 크잖아요. 미국도 50년 뒤에는 백인들의 나라가 아닐 것이라고 하고. 본인들의 나라 정체성이 크게 바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 나라 지도층에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윰기자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유성 : 세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대로라면 소멸된다고 했는데,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그 안의 한국인의 모습들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100년 뒤 한국인의 소멸보다 50년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위기가 더 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약간 딴 얘기 같지만, 앞으로 인구가 비고 남을 지방 땅에 대한 관리와 활용성에 대해 잘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한다고 봅니다. 이미 지방 소도시들은 소멸단계에 들어갔잖아요. 이들 도시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다 광역권으로 통합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한 환경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죠. 그리고 논과 밭 등 농업을 대규모 대량화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독일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한국 농산물의 경쟁력도 올라가게 되고, 인구까지 줄어들게 된다면 자급력도 높아지게 되겠죠.
부족한 인적 자원에 대한 효과적 활용도 고민해봐야겠죠. 노인에 대한 개념도 바꿔야할 것 같고. 윰기자님이나 저나 나이 60이 되어도 지금의 마인드와 삶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저는 당당히 노인이란 평가를 거부할 것입니다.
인구 고령화의 고민은 중국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할 것이고.
전세계가 노인국가가 돼 있다면, 오히려 이들 나라와의 전쟁이나 충돌은 적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세계 정세가 안정되고 앞으로 올 기후변화에 협력해서 대응하면서 적절한 인구 정책을 공유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일상화, 즉 뉴노멀에 대해서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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