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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Sep 15. 2022

쉽게 읽는 론스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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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이종태 시사인 기자가 쓴 '론스타는 어떻게 떼돈을 벌었나'를 토대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


유성 : 윰기자님은 론스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죠?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하면 다들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라고 봐요. 


 : 예,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서 팔고 나가면서 수조원의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진 사모펀드죠. 


유성 :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가 요 론스타 먹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요. 물론 제작진은 직접적으로 이를 인정한 바는 없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조진웅이 열혈검사로 나오고, 그 안에 여러 경제·금융 관료가 어떻게 해외 자본과 결탁되는지 등등이 나옵니다.   



한 해 전인 2018년에는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나옵니다. 그 영화는 IMF 구제금융을 한국이 어떻게 피할 수 없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영화적인 기법으로 표현합니다. 상당부분 픽션과 팩션이 혼재돼 있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라고 하니, 우리 사회에 꽤 큰 충격을 줬습니다. 


약간 영화 얘기를 더 해볼게요. 


 : 예~ 


유성 : 헐리우드 영화 중에 '빅쇼트'라는 영화가 있어요. 브레드피트가 나오는 영화이고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에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빅쇼트가 영화이면서 약간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것 같고, 선과 악의 구분을 명확히 짓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의 저혈함을 표현했다고할까, 그런데 앞서 만든 두 영화는 선과 악의 구도를 가져갑니다. 그 악의 구도에 속하는 게 바로 해외 자본, 해외 펀드가 되겠고, 이들의 조력자가 바로 금융관료입니다. 


 : 금융 관료라고 하면, 모피아로 많이 알려져 있죠? 



유성 : 예, 마피아와 재정경제부(Ministry of Finance and ...) 관료들을 합친 단어입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이들의 그릇된 판단과 실책, 그리고 무책임, '블랙머니'는 적극적인 유착을 했다고 보고 있어요. 검찰 등도 마찬가지일 수 있는 게, 블랙머니라는 영화 상에는 조진웅이 정의로운 검사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자본과 권력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 사모펀드가 싼 값에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를 정상화시켜서 되파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요? 


유성 : 예, 그렇습니다. 다만 단지 론스타가 한국에 와서 은행과 부동산 등을 싸게 매입해서 수 조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해서 비난 받는 것은 아닙니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면서 수 조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나가면서까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46억795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원 넘는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죠. 


ISDS라고 하죠, 투자자-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지난 8월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900억원을 배상해야한다고 판결이 나왔어요. 6조원이라는 돈과 대비되어서 그렇지, 2900억원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아마 전대미문의 배상액이 될 것입니다. 


: 그 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해서 번 돈은 얼마였나요? 


유성 : 론스타는 2012년 초에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3조9157억원에 팔고 철수합니다.얼마에 이 지분을 매입했는가, 1조3834억원이거든요. 10년만에 2조원 넘게 차익을 거뒀어요. 여기에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배당금만 2조9027억원을 받았어요. 거의 5조원 넘는 돈이죠. 


 : 론스타 본인도 1조원이란 돈을 날릴 수도 있는데 베팅을 한 거 아닌가요? 수 조원의 돈을 벌든 잃든 해당 사모펀드에 달린 건데, 단지 수 조원의 돈을 벌어갔다고 해서 너무 비판만 하는 게 아닌가요? 물론 6조원 넘는 돈을 더 내놓으라고 소송을 건 것은 괘씸하긴 하지만... 


유성 : 맞습니다. 은행법상 금융기관이면 그 국적이 한국이든 해외든간에 인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JP모건이 외환은행을 사고 그만큼의 차익을 거둬갔다면 문제 될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론스타는 JP모건이랑 다릅니다. 


 : 론스타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인거죠? 


유성 : 예, 그렇습니다. 론스타류의 사모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매각하면서 차익을 거두죠. 원천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것이죠. 론스타가 당연히 비금융자회사도 두루 갖고 있을 것이고, 론스타는 국내에서 부동산이나 건물 등 여러 자산에도 투자했어요. 따라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것이라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를 하면 안되는 것이었죠. 실제로 론스타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산업자본이다라는 규정이 나오기도 했어요. 


 : 그런데도 인수를 할 수 있던 배경에는요? 


유성 : 우선 외환은행 상황이 급박하다라는 게 있었고요. 정부는 은행을 망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외환은행을 독일의 코메르츠방크가 경영권을 잡았어요. 여기에 수출입은행이 조력을 했죠. 그러다 2000년대 들어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납니다. 은행 입장에서 못받을 돈이 커지니까, 코메르츠방크는 손을 뗐고, 누구한테 팔아야 하나 전전긍긍할 때 론스타가 손을 내민 것이죠. 그때가 2002년입니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과 관료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급박한 상황이었다. '안될 일도 되게 만들어야 했다'라고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론스타는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합니다. 외환은행 경영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관료들, 김앤장은 어떻게서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윰 : 법적으로 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강행했던 이유는요? 


유성 : 수 조원의 대형 거래이죠.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도 어마어마했고요. 물론 그들은 '이 나라 금융산업을 위한 충정'이라고는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일반 다른 금융사라면 마땅히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어차피 떠나갈 PEF를 인수자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봐요. 


이들 관료들과 법률가, 경영진은 은행법의 예외조항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외조항에 '망할 부실 금융기관'이면 산업자본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냅니다. 그 기준은 BIS비율 8% 이하인 은행을 뜻합니다. BIS는 자기자본비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은행이 최소한으로 갖고 있어야하는 자기자본의 양을 뜻해요. 


윰 : 외환은행이 부실하고, 망할 위기에 있으니, 이런 것을 보면 론스타의 주장이 맞는 것 같은데요. 


유성 : 문제는 '답정너'라는 데 있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라는 답을 정해놓고 그 수식을 정했던 것이죠. 은행의 BIS는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BIS를 높이기 위해 은행은 채권을 발행해 채워 넣을 수 있어요. BIS를 낮추기 위해서 부실자산 예측액을 장부상에서 과감히 높이는 방식도 쓸 수 있고요. 평소에는 가만히 내버려두지만, 마음만 먹으면 만지작거리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죠. 



실제로도 2003년말 외환은행이 최악일 때 예상됐던 BIS가 9.3%였어요. 최악일 때 말이죠. 


이제 이들의 미션은 뭐죠? BIS를 8% 밑으로 낮추자. 이러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외환은행의 부실함이 더 강조되어서 론스타의 인수를 더 쉽게 만들 수 있죠. 


블랙머니에 나오는 팩스가 나오는데 외환은행은 팩스를 보냅니다. BIS가 6.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죠. 금감원은 외환은행을 즉시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지정합니다. 이에 따라 합법적으로 론스타는 산업자본임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합니다. 


 : 이렇게도 될 수 있네요. 


유성 : 이때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이었던 사람이 2012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어요. 론스타가 들어올 때, 그리고 나갈 때 있는 것이죠. 


또 하나 있어요. 2004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외환카드를 합병합니다.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지분을 경영권을 완전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럴려고 했는데 만만치가 않은 게 있어요. 외환카드 2대 주주가 미국계 사모펀드였던 것이죠. 


윰 : 외환카드 지분을 놓고 사모펀드 간의 대결이 되는 건가요? 


유성 : 예, 당연히 해당 사모펀드는 비싼값에 팔려고 하겠죠.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비싸게 사기 싫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때도 꼼수를 동원합니다. 


 : 뭔가요? 


유성 :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죠. 론스타 측은 2003년 11월에 '외환은행의 감자 검토 발표 방침'이라는 보도자료를 냅니다. 외환은행의 지분이 당시 43%였는데, 이 보도자료를 낸 것이죠. 당연히 주가가 떨어집니다. 싸게 샀죠. 이른바 주가조작 의혹입니다. 


: 외환카드 주주 입장에서는 화를 낼만한 상황이네요. 


유성 : 예, 선진자본이 돈 앞에서 어떻게 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죠. 검찰은 2006년에 당시 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공모와 배임 혐의로 기소합니다. 


이런 와중에 론스타는 부지런히 매각 대상자를 찾아요. 2006년 5월에 국민은행과 6조9000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지만 곧 파기됩니다. 계약서에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없어야 매각대금 지급'이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죠. 론스타에게 불리한 내용이었고요. 


이후로 매각은 계속 지체가 됩니다. 금융위원회가 판단을 미뤘죠. 누가봐도 인수과정이 석연치 않아서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7조원에 육박했던 매각대금은 5조원대로 떨어집니다. 


2011년에는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유죄로 최종 인정합니다. 론스타가 금융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공식 확인이 된 것이죠 


윰 : 그런데도 론스타가 나갈 수 있었던거에요?


유성 : 2012년 1월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외환은행의 매각을 승인했어요. 이미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라는 게 밝혀졌고, 주가 조작 등의 범죄도 유죄로 인정받았지만, 금융위원회가 관대했던 것이죠. 


오히려 론스타를 변호해줍니다. 막연한 해외 자본에 대한 반감은 좋지 않다고. 금산분리 원칙은 은행을 국내 재벌이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뿐 해외 자본에는 해당되지 않았다고 했고요. 


이때 금융위원장이 누구냐, 바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할 때 관계회의까지 참여했던 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모피아의 대부로 이후로도 꽤 승승장구했고요. 


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당시 김앤장의 고문이 누구였는가, 바로 한덕수 현 총리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죠. 


: 론스타는 왜 2012년에 ISDS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유성 : 매각이 지연되면서 본인들이 입은 손해가 크다는 것이죠. 그간 한국 시장에서 얻은 수익이 약 7조원 가량 추정되는데, 이 와중에 불법적인 일을 했던 정황도 있고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탈법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사모펀드에 먹잇감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허점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됩니다. 적절한 통제와 함께 정부 자체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전문화된 관료집단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국가의 부에 수조원에서 수천억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봐야 합니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단체나 NGO, 언론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요. 론스타 사태는 자본의 로비 앞에 무력했던 관료와 국가 조직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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