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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ug 22. 2022

여성 대출은 왜 연체율이 낮을까

팟캐스트 스크립트 버전 "사회적 약자가 봉"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금융, 돈 빌려주고 '겁박과 망신주기'로 채무 독촉

세계적인 마이크로크레딧 기관들도 가난한 여성들을 상대로 가혹한 채권 추심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아가씨대출'이 하나의 예 

사회적 약자 착취하는 구조의 금융, 스스로 무너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사진 : 픽사베이 


유성 : 안녕하세요, 팟케하는 김기자입니다. 


윰기자 : 안녕하세요, 윰기자입니다. 


유성 : 윰기자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 금융을 보면 참 실감합니다. 부자이면서 돈이 많은, 그러니까 굳이 돈을 절실하게 빌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싼 이자로 양껏 맘껏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대출이 절실한 사람일 수록 이자도 비싸고,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적어요. 


윰기자 :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는 기준은 신용도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든 돈을 갚을 수 있으니까, 은행에서 싸게 돈을 마음 놓고 빌려줄 수 있고. 


유성 : 그렇죠. 지난해였을꺼에요. 삼성가에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 은행권에 대출을 받았는데 그 규모가 일반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어마어마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에서 납부해야하는 상속세 규모만 11조원 가량 됐는데, 이중 일부를 신용대출로 냈죠. 일반 대출이 아닌 특별대출로 승인받아서 약 1조7000억원 정도 됩니다. 명목상 담보인 주식이 있긴 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대출이었습니다. 


표 출처 : 헤럴드경제


윰기자 : 삼성가 사람들이라고 하면 정말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부자일텐데, 이들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도 이채롭긴 하네요. 이자는 얼마 정도 되었죠? 


유성 : 이 때가 2021년 초반이고 금리도 낮을 때라서 웬만한 직장인의 신용대출 정도의 이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시민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돈을 신용대출로 내줬으니, 당시에는 특혜 대출 등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특혜지만, 금융의 시각으로 보면 당연한 처사이거든요. 


윰기자 : 그렇긴 하죠. 오늘 하실 얘기도 이것과 관련된 것이죠?


유성 : 예, 맞습니다. 금융의 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빈자들, 즉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금융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제활동, 아니 사회 구조도 ‘있는 자’, 즉 권력 있고 자본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2017년도에 이목을 끌었던 한 경제뉴스를 말씀드려볼게요. 이때 화제를 모았던 경제뉴스가 있었는데 바로 타워팰리스와 고시원 간 ‘면적 당 월세’ 비교 기사였습니다. 물론 절대 금액으로는 타워팰리스의 월세가 더 높지만, 면적당 액수로 따져봤을 때는 얘기가 달라졌어요. 


이 때 통계를 보면 타워팰리스 3.3제곱미터 당 월세는 11만6000원, 고시원은 13만6000원이었습니다. 단위 면적당 기준을 보면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월세를 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타워팰리스


윰기자 : 같은 면적을 놓고 봤을 때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부담을 진다는 것이잖아요. 이건 규모의 경제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유성 : 예, 그렇죠. 타워팰리스는 면적이 넓고 이외 관리비 등의 비용도 더 많겠죠. 우리 사회의 비용 부담 구조에 대한 한 단면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2019년 5월 기사를 보면 쪽방의 주인들, 이들이 바로 ‘큰손’들이라고 합니다. 월 소득 50만원도 안되는 사람들이 내는 월세가 이들에게 흘러내려가는 것이죠. 


이게 약간 계급론의 논리가 될 수 있긴 하지만, 전형적인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이 착취 구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는 게, 돈을 가장 쉽게 버는 방법은 바로 가난한 사람의 등을 치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가 쉽다는 얘기가 됩니다. 


윰기자 :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쉽다? 무슨 얘기죠? 


유성 : 이럴 때 금융의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지금은 신용등급이란 말 대신 신용점수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신용등급을 갖고 얘기해볼게요. 한번 생각해볼게요.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과 신용등급 9등급인 사람. 이 둘중 누가 더 가난할까요? 


윰기자 :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1등급인 사람이 고소득자이고 9등급이 저소득자, 소위 말하는 신용불량자 비중이 높을 수 있겠죠. 


자료 :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유성 : 예,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에게서 돈을 벌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은행 입장에서요. 이 사람은 여러 은행 중 하나 고를 수가 있고, 아쉬운 게 없으니 이자도 굉장히 낮죠. 그런데 9등급인 사람은 ‘떼어먹고 도망가지만 않는다면’ 상당한 수준의 이자를 받아낼 수 있어요. 물론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부도율이 높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고요. 


또다른 맥락 하나 말씀드려볼게요. 은행 중에 전북은행이란 곳이 있어요. 지방은행으로 분류되는데 이 은행의 마진율은 꽤 높습니다. 왜냐, 1등급 고신용자보다는 3~4등급 중신용자 대출을 많이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자를 많이 받죠. 


윰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중 후발주자에 속하는 토스뱅크가 중금리대출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계산이 있는 것이겠네요. 그런데, 단지 이자율이 높다고 해서 돈을 쉽게 번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아닐까요? 아무리 이자를 많이 받는다고 해도 갚지 않고 부도를 내면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유성 : 그렇지 않다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해줘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사례입니다. 바로 방글라데시에서 유래돼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그라민뱅크입니다. 


그라민뱅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어요. 마이크로대출의 원조 격으로 빈민층에 소액 신용대출을 해주고 그들의 자활을 돕는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윰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그 같은 힌트를 얻어서 나온 여러 정책금융이 있지 않나요? 


유성 : 예, 그중 하나가 미소금융입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을 했고 주요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현해서 운용했습니다. 그라밍뱅크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살인적인 사금융 금리보다 훨씬 싼 돈을 담보없이 신용대출을 해준다’, ‘가장은 이를 자본금 삼아 장사를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한다’입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낚싯대를 빌려줘라’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숭앙하는 ‘노동과 복지의 결합’ 형태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어요. 바로 연체율입니다. 연체율이 2% 미만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시중은행 연체율과 비교해보면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말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정말 획기적인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고요. 


미소금융 출범 사진 기사 (2009년 12월 24일 중앙일보 기사) 


윰기자 :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신용이 있을 수 있다라는 하나의 예가 되겠네요. 


유성 :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정치인은 물론 세계 각국 정치인들에게 감명을 줬습니다. 그래서 이를 본딴 마이크로대출 혹은 마이크로크레딧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윰기자 : 예, 그런데요. 


유성 : 1% 연체율,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신용이 있다라는 그 이면에는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 돈을 빌려가는 ‘가장’이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봐야 해요. 그 사회에서 여성들, 즉 힘겹게 살아가는 ‘엄마’들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저개발 국가 내 가난한 가장의 상당수가 ‘엄마’로 대변되는 아이 있는 여성들이었다는 얘기죠. 


2015년 11월 한국에도 출간된 적이 있는 ‘가난을 팝니다’라는 책에서 잘 드러납니다. 책에 따르면 이들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은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고려한 ‘망신주기’와 ‘겁박’을 채무 독촉을 했다고 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곳에서 이 같은 방식은 그들의 생명마저 위협할 수 있는 것이죠. 가정과 마을 공동체의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요. 


물론 남성들도 ‘망신주기’와 ‘겁박’이 통할 수 있지만, 여성에게 향하는 그 방식이 더 강력할 수 밖에 없어요. 


관련 기사 


윰기자 : 빈곤여성들은 다른 데에서라도 꿔와 이들 기관의 돈부터 갚아야겠네요. 


유성 : 이들 여성이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부양한다는 점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도망갈 염려가 없는 채무자’인 셈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딧금융기관들은 이를 철저히 이용했고요. 


윰기자 : 웬지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Ps4iYhaC8uk (구 씨가 돈받는 장면) 


유성 :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 보셨나요? 거기서 구 씨라는 사람이 한 여성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는 장면을 전 언뜻 본적이 있어요. 그야말로 망신주기의 한 방법인 것이죠. 


그리고 1금융권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2금융권 등에서는 ‘아가씨 대출’이란 게 있었어요 


윰기자 : 아가씨대출이요? 


유성 : 2012년 모 경제지에서 ‘KB지주 ‘아가씨 대출’ 아깝네’라는 기사가 나왔어요. 부실대출로 말썽을 빚었던 모 저축은행을 인수한 KB금융의 고민을 담은 기사입니다. 10여년전 저축은행 사태 때 여러 저축은행들이 매각되었거든요 이때 KB금융이 ‘마이킹대출’을 파산재단에 넘긴 것을 보고 쓴 기사입니다. 내용은 금리가 높고 부실률이 낮은 우량대출 자산인데 KB가 운용하지 않고 포기한다는 뜻이었고요.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2052807561 (관련 기사) 


윰기자 : 마이킹대출은 뭔가요? 


유 : 아가씨대출은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실행한 대출입니다. 주된 채무자는 그곳에서 일하는 접대부 등 여성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선불로 접대부 등에 대출을 해주고 분할해서 갚도록 하죠. 이것을 일본어로 ‘마이킹’이라고 합니다. 성매애 업소에서 신용을 담보로 선불금을 빌려주는 것이죠. 이 부채가 여성을 옭아매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업주와 전주, 종업원 간 암암리에 유통되던 대출이 금융을 만나 상품화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일부 대부업체들까지 나서 이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 대출도 ‘망신주기’와 ‘겁박’ 등의 채무 독촉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과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여성들에게 ‘폭로’라는 겁박을 무기로 썼던 것입니다. 


윰기자 : 예전 케이블TV 광고에서 나왔던 여성대출 광고도 이런 맥락인거죠? 


출처 : 노컷뉴스 


유성 : 예, 그렇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채권 추심 면에서도 한결 수월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2001년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 ‘나쁜남자’도 이런 교묘한 대출 사기를 동원해 여주인공을 옭아맵니다. 


그라민뱅크에서 시작하다보니 여성에게 가혹한 금융의 한 면만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금융의 한 이면은 가난한 약자에 대한 착취가 있습니다. 그만큼 돈을 벌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윰기자 : 이건 어떤 맥락인거죠?


유성 : 요 얘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해볼게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은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남발한 파생상품이라고 합니다. 이 파생상품은 애초에 실행되지 말아야 했던 중저신용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이 기초자산이 됐던 것이었고요. 


다시 말하면 2000년대 은행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중저신용자들에게까지 주택을 사도록 부추겼고 고율의 대출을 내줬습니다. 고신용자 대출이 더이상 늘지 못하니까 이랬겠죠. 


이들 은행의 탐욕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금융 시스템을 ‘금융은 원래 이래’라면서 흐르면 흐르는대로 놓아두면 안된다는 얘기죠.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감독해야합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있고 금융위가 있는 것이죠. 


한국 사회는 어떨까요?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금리 상승과 경기 불황에 신음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https://www.music-flo.com/detail/episode/anhn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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