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올 연말 진정 국면 예상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가 급박하게 인상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공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공포가 커진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언제 정도 진정이 될지,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올릴지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연 연준은 언제까지 기준금리를 올릴까요?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약발 있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있어 0.5%포인트를 올리는 것을 '빅스텝',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이런 단어가 존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얘기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불과 1~2년 전까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저물가 상황이었고, 시장금리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낮은 상태였던 것도 큽니다.
이런 이유로 연준의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은 시장에 꽤나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 도시 소비자물가지수(U-CPI)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 가지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물가나 성장률의 통계를 볼 때 '전년 동월 대비'인지' 전월대비'인지 혹은 '전분기 대비'인지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가처럼 월 단위로 발표되는 수치에 대해서는 '전년 동월'이 많이 쓰입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끔가다 '전월대비'를 쓰기도 합니다. '전달과 대비해서 이번 달 얼마나 올랐는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장기 시즌을 중심으로 추이를 볼 때는 '전년 동월 대비'를 봐야 하겠고, 기준금리 인상처럼 최근의 정책적 변화에 따른 효과를 볼 때는 '전월 대비'를 봐야 합니다.
참고로 '전분기 대비'는 성장률 추이 등을 볼 때 많이 씁니다. '전년 동기 대비'와는 수치 상 격차가 크기 때문에 꼭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경제 기사를 쓰는 기자도, 기사를 읽는 독자도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0.25%로 올렸습니다. 당초 공언했던 2023년보다 1년 정도 빨라진 것인데요, 4월 도시 CPI 지수 상승률은 전월대비 0.56% 오르는 데 그칩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간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시장이 읽은 것입니다.
전월대비 0.56% 상승이 어느 정도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 2022년 3월만 해도 도시 CPI 상승률은 전월대비 1.32%를 기록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1년 물가 상승률은 15%에 근접할 수도 있습니다. 물가상승률 목표가 2% 정도였을 정도로 저물가 상황이 심각했던 미국에 있어 너무나 큰 격변입니다.
다만 3월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한 달 정도였습니다. 5월 들어 물가 상승률은 1%대를 기록합니다. 5월에는 1.09%, 6월에는 1.35%였습니다. 이 두 달 동안 상승한 CPI가 예전 1년 목표치(연간 2%)를 상회한 것이죠.
다시금 물가상승률이 1%를 상회하자 연준은 5월 들어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기존 기준금리 0.5%에서 0.5%포인트를 또 올려 1%를 맞춘 것이죠.
다음 달 6월 연준은 0.75%포인트 인상합니다. 자이언트 스텝입니다. 7월에 0.75%포인트, 9월에 0.75%포인트 올립니다. 4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2022년 5월 4일 이전)였던 기준금리는 2022년 9월 22일 이후 3.25%가 됩니다. '올릴 때 화끈하게 올린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이 같은 행보는 효과를 냈습니다. 7월 도시 CPI 지수는 전월대비 0.01% 하락했습니다. 8월 들어 0.04% 떨어졌습니다. 9월 CPI는 0.21%로 상승했지만, 올해 CPI 급등기와 비교해보면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전월대비로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7월 들어 수그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8~9%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수준도 좀 낮아져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정도를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까지 올릴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연준의 인플레이션 기준점은 2.0%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는 목표점을 2.0%로 두고 '이 수치가 달성될 때까지 돈을 풀겠다'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을 때는 '이 수치가 평균적으로 움직일 때까지는 돈을 풀겠다'였습니다. 인플레이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2% 정도 되는 선까지 연준은 긴장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안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11월 이후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빨라야 내년 4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좀 풀어 말씀을 드리자면, 마지막 자이언트 스텝이 있던 6~9월 동안 매월 도시 CPI는 296선을 유지했습니다. CPI가 상승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CPI는 consumer price index의 약자입니다. 소비자들이 사는 물품에 가중치를 둬 계산해 지수를 만듭니다. 특정 시점을 100으로 놓아두고 이때부터 이 지수의 상승률을 계산하는 것이죠.)
자이언트 스텝이 효과를 봐서 이후에도 297을 유지한다면(전월대비 도시 CPI 상승률이 0%라면) 내년 5월이 되어야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1.61%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때도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면 경기 침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어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 것입니다.
◇연말 '인플레이션 완화' 호재 기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효과를 냈다는 가정 아래 올해 11월부터는 '핫'했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 같습니다. 8~9% 대였던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11월 되면 6%대로 떨어지게 됩니다.
경제 뉴스에서는 '심각했던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분위기'라는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계속된 악재 속에 호재가 목말랐던 투자자들은 환호할 것이고 이는 증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보인다면 연말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위기의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충격에 대한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누적돼 있다가 '어느 기점'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2005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의 도산을 맞아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비화된 것처럼요.
◇한 가지 아쉬운 점... 연준은 너무 안일했다
연준의 본래 역할은 '물가 안정'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맡게 된 '경기 활성화'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전까지 연준은 물가의 폭등을 우려해 '돈을 푸는 정책'에 대해 신중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판데믹은 이런 연준의 눈을 멀게 했다고 봅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다가올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눈감았던 것이죠. 자신의 본래 역할을 등한시했다는 얘기입니다.
도시 CPI를 보면 연준이 '경기 진작'에 신경 쓴 나머지 금리 인상 카드 제시를 주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에 조금이라도 올려놓았으면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2021년 4월 도시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로는 0.82%, 전년 동월 대비로는 4.16%를 넘었습니다. 첫 번째 경고등이 떴지만 연준은 자산매입(시장에 돈 풀기) 속도 조절만 했을 뿐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6월 들어 도시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를 넘겼고 10월에는 6%를 넘겼습니다.
만약 이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면, 혹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라는 취지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줬고 실행에 옮겼다면 올해 들어 9%대 물가상승률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연준은 2021년 왜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망설였을까요? 본인들이 공언한 바대로 연평균 물가상승률 2%를 훌쩍 넘겼는데도 말이죠.
그동안 저금리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풀린 통화량을 고려해보면 인플레이션 사태는 불 보듯 뻔했을 터인데, 이를 무시한 것입니다. 겪어보지 않았던 일에 대한 무시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쇼크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이제 막 살아난 경기를 '기준금리 인상' 쇼크로 초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연준이 조금만 행동에 옮겼어도,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비했어도 자이언트 스텝을 3번 연속할 필요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참고 :
https://kr.investing.com/economic-calendar/interest-rate-decision-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