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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Dec 16. 2022

'리스크'가 된 '머스크'...테슬라 괜찮을까  

트위터 인수로 두는 여러 惡手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말까지 거의 50여 명의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서 인터뷰했습니다. 성격도 외모도 제각각이었지만, 이들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 사업에 대한 열정'입니다. 자신이 맡은 사업과 그 분야에 대해 '통달했다' 싶을 정도로 꿰뚫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꾸리는 사업체에 대한 애정도 깊었습니다. 


이렇게 열심인데도 이들의 성공 확률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수차례 창업과 엑시트에 성공했던 노정석 연쇄 창업가는 '10곳 중 하나', 아니 '100곳 중 하나' 정도만 성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창업가들이 보인 열정과 비교하면 냉혹하리만큼 차가운 현실이었습니다. 


이중 성공하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기업이 됩니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으로 칭송받는 기업들입니다. 이들 기업을 창업한 이들도 좀 쉬고 누릴 만할 때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늘 말합니다. '불안하다.' 


왜일까요? 시장 상황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후발 주자들이 추격해 올라오고 자본력으로 무장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2017년 즈음에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는 식의 말을 기자들 앞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구글과 유튜브 등 기술력과 자본력, 세계시장 저변까지 갖춘 기업들과 상대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창업자가 안주하거나 다른 일로 본업에 소홀하면 그 기업은 어떻게 될까요? 그 기업의 상징과 같은 CEO가 방심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그 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일론 머스크가 보이는 행보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페이팔 창업자로 테슬라 자동차를 성공시켰고 스페이스X도 선두 우주개발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보이는 행보는 이상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트위터를 인수했고, 이에 따르는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창업자 본인이 본인의 기업의 지분을 판다? 이 자체만으로도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테슬라는 한국 투자자들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성장주였습니다. 


주가라도 양호하면 참을만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내년도 경기 불안으로 성장주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테슬라 주가는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양입니다. 


◇테슬라, 기아차마저 앞섰는데... 


사실 테슬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을만합니다. 국내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을 물리치고 그들만큼의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후발주자'인 데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자동차 사업을 시작해 (출하량 기준) 전 세계 10위 안에 들어간 자동차 회사는 우리나라 기업이 유일합니다. 수십 년에 걸친 엔진 개발 노하우와 양산 체계, 투자비가 뒤따라야 하는데, 몇 년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우리나라 기업은 이를 해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자동차는 더 큰 성과를 냈습니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을 배후지로 두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해도 20년도 안 되는 시간에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머스크가 페이팔 지분 정리 후 2004년에 테슬라 자동차 지분을 사들였던 때를 어림 잡아도 18년 정도입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에 전기 자동차를 선도적으로 상용화했고 양산 체계를 갖췄습니다. 실적도 우리나라 기아자동차보다 더 우수할 정도입니다. 


올해 3분기 테슬라의 매출은 214억 5400만 달러(약 28조 18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5.9%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아자동차가 올린 24조 원 매출보다 더 많습니다. 테슬라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7.2%로 비슷한 규모의 기아차보다 2배 수준입니다. 



이런 실적에도 테슬라의 주가는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나스닥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다고 해도 테슬라의 주가 하락이 유독 눈에 띕니다. 주주와 투자자들은 '머스크 리스크'가 있다고 봅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고점(2022년 1월 3일, 399달러) 대비 반토막도 안 되는 157달러(2022년 12월 16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5%를 기록했다는 점을 보면 박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주가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20달러 넘게 떨어졌습니다. 


◇주주 친화적이지 못한 머스크 


주주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미국 기업에서 머스크의 행보는 전혀 주주 친화적이지 못합니다. 본업과 상관없는 트위터를 비싼 값으로 인수했고,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빚까지 내고 자기 지분까지 팔고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주주들과 투자자들은 그에게 묻고 있습니다. 왜 트위터를 인수했냐고. 전기자동차나 우주개발과 상관없는 트위터를 단지 '본인이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440억 달러나 들여 샀다는 것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머스크가 2021년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과 비트코인의 가격에 강력한 영향력을 줬을 때가 차라리 나았다는 반응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머스크가 느낄 재무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440억 달러 중 130억 달러를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에서 빌렸습니다. 1년 대출 이자만 10억 달러(1조 4000억 원)를 써야 합니다. 


가뜩이나 트위터는 돈을 벌지 못하는데, 이번 인수로 재무적 부담마저 상당해졌습니다. 트위터는 최근 10년 중 8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머스크는 그전에 있던 임직원의 책임으로 트위터 상황이 안 좋은 것처럼 몰아붙입니다. 인수 당일 트위터 CEO와 주요 임원 4명을 잘랐고 전 직원에 주 7일 24시간 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루 뒤 전 직원의 절반인 3700여 명을 해고했습니다. 머스크의 일방적 해고 조치는 곧 부작용을 낳았고, 필수 인력까지 해고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급기야 수십 명의 직원들에게 복귀 요청 이메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멍청한 건지...) 


◇트위터를 산 이유 황당 그 자체 


60조 원 넘게 돈을 들여 트위터를 산 이유도 옹색합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는데, 머스크는 '광범위하게 포용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라고 합니다. 


트위터 인수 확정 후 머스크가 날린 첫 트윗


그간 머스크는 트위터가 증오 표현, 백신 음모론 등을 올린 계정을 삭제하거나 영구 정지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은근히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 정지 조치에 대해서도 '옳지 않다'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줘야 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모든 표현이 옳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증오 표현,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는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은 필요합니다. 머스크는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있다고 보지만, 사람들은 '결국 당신 마음대로 하려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업계에서는 트위터 내 유해 콘텐츠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칫 10여 년 전 발생했던 특정인에 대한 음모론, 혐오 메시지가 무분별하게 유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려한 광고주들의 트위터 이탈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광고주가 떠나는 마당에 실적 개선은 요원할 것 같습니다. )


◇테슬라는 괜찮을까? 


테슬라로 다시 한번 돌아와 봅시다. '테슬라가 여전히 참신한가'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선도자 위치에 올라서고,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1등 기업이 된 것도 높은 기술력에 기반한 '참신함'에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초로 전기차 세단을 만든 것도, 그 안에 다양한 SW 기술을 가미한 게 새로웠고 참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도 열심히 테슬라를 뜯어보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참신함도 곧 따라 잡힌다는 뜻입니다. 


실제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질 전망입니다. S&P Global Mobility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79%였습니다. 2021년 71%로 떨어졌고 올해 3분기에는 65%까지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25년에는 20% 선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료 : S&P Global Mobility


그나마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과 비교해 상대적인 경쟁 우위를 보여왔습니다. 2019년 일본 엔지니어들이 모델3를 뜯어보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6년 앞섰다'라고 경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애플이나 구글의 자동차가 곧 나옵니다. 테슬라보다 훨씬 오래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고, 단말기 제조 기술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은 테슬라가 갖지 못한 강력한 단말기(아이폰, 맥북) 생태계와 앱마켓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M1, M2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북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애플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 것입니다. 



애플이 만든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도 높은 편입니다. 지난 9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직 비전'이 미국 내 20만 명 신차 구매자에게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 중 애플카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26%였습니다. 테슬라(20%) 보다 앞선 수치였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로도 애플이 우위였습니다. (저라도 애플카라면 사고 싶습니다. 돈만 있다면...) 


◇머스크 정말 괜찮을까? 


이쯤에서 머스크 정말 괜찮을까 싶습니다. 이사진에서 그에 대해 불신을 보이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독선적인 행보로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의 전차를 머스크가 다시 밟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후에 머스크가 어떻게 각성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행보만 놓고 봤을 때 전 세계 테슬라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리스크가 '머스크' 자신 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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