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상이 아닌 음성에 시간을 들였을까
2018년 막바지에 이른 12월 11일, 드디어 1만명을 찍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팟캐스트 플랫폼 구독자를 합한 숫자다.
11일 오전 시간 기준으로 오디오클립의 구독자 수는 7593명, 팟빵의 구독자 수는 2407명이다. 더 늘어날 수도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신규 구독과 구독 해지가 워낙에 빈번하게 이뤄지는 분야가 또 팟캐스트 분야인지라, 1000명 정도 구독자가 더 있어야 마음 놓고 '우리 1만명 구독자예요'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1만명 모은 게 자랑만은 아니예요
굳이 1만명을 강조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다른 게 없다. 우리 내부의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독자 1만명 모아놓고 이렇게 돈 안되고 영향력 적은 플랫폼이 또 있을까. 물론 각각에 플랫폼에 구독자가 분산된 게 주된 이유이지만, 음성 플랫폼이 아직은 시장이 넓지 않다. 게다가 모여서 이를 같이 만드는 멤버들은 유명인이 아니다. 방송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우리가 모여서 '팟캐스트'를 만들만한 동기를 이끌기란 쉽지 않다.
수익이라고 해봐야 오디오클립은 제로, 팟빵은 한 달 5000원에서 1만원 정도 나오는 광고 수익 정도다. 한때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의 PPL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이유로 거절했다. (지금은 후회한다)
그나마 올린 수익은 팟캐스트 플랫폼 운영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얻는 용역 수입 정도다. 편집 등의 부탁이 오고, 소소하게 올라가는 수입이다. 그렇지만 멤버 모두가 아직은 무료 봉사에 가깝다. 되레 자신들의 돈을 써가며 팟빵 광고를 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멤버들이 '팟캐스트를 계속 해야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1만명이라는 숫자는 강조돼야 한다. '우리는 성장하고 있어요'만큼 강한 동기 부여가 또 있을까.
유튜브 등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는 '우리끼리 하는 자랑'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절박하면서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가 이쪽 분야다.
◇영상이 아닌 음성을 선택한 까닭
그런데 왜 영상이 아니라 음성을 선택했을까. 지금도 이 고민은 하고 있다. 영상 분야로 넓혀야 한다는 고민이다. 딜레마다.
유튜브가 워낙 대중적으로 쓰이니, 여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만큼 시장 영역이 넓다. 대세란 말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음성을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다. '시간 비용'과 '지속 가능성'이다. 시간 비용은 편집과 업로드에 들어가는 시간을 뜻한다. 지속성은 시간 비용과 연결돼 있다. 얼만큼 지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는가이다.
왜 그런가. 영상 편집은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성과가 나기 전까지 참고 꾸준하게 올릴 수 있는가이다. 촬영편집 실력과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업무 효율성 편차도 크다.
게다가 영상에 대한 실험은 이미 2015년에 한 적이 있다. 게임 업계를 출입하던 때였다. 게임 전문지 기자들은 이미 카메라를 기본 들고 다니면서 영상을 찍고 편집하곤 했다. 경제지 기자 눈에는 생경해보였지만, 그들 안에서는 당연했다.
당시 처음 도전했던 것은 '영상을 찍어서 올리자'였다. 편집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아이무비'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텍스트 기사를 마감하기도 바쁜 시간에 영상에 손을 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감을 다하고 영상 편집을 하는 것도 한 두번은 괜찮겠지만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는 게 어려웠다. 간단한 영상이라고 해도 만들어서 올리는 시간은 제곱으로 든다.
렌더링과 느린 업로드 속도는 참으로 죽을 맛이었다. 어찌해서 8메가 램에 인텔코어i5 노트북을 2016년에 회사로부터 얻어 쓰게 됐다. 어도비 프리미어프로에서 영상 편집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뿐이었다.
몇십분짜리 HD급 영상을 프리미어프로 위로 올려놓는 렌더링 과정, 그리고 이후 인코딩을 해서 업로드용 파일을 만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윗선에서의 양해가 없다면 평일에는 할 수가 없었다. 토요일에 해봤지만 하루를 꼬박 보내야 했다.
혹자는 물어볼 수 있다. 그러면 좀더 좋은 노트북이나 맥북 등 사라고. 영상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 정도는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있다. 내 주업무가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내 본업은 취재를 하고 텍스트 기사를 쓰는 일이다. 텍스트로 된 기사를 내야 회사에 소속된 조직원으로서 제 본분을 다하게 된다. 영상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본분의 일부를 할애애향한다는 얘기가 된다.
영상을 올리고 붙는 댓글을 보는 재미보다 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하루를 잘 마감했다는 안도감이 더 중요했다.
이후 도전한 게 음성이었다. 팟캐스트. 마침 팟캐스트를 시작하려던 2016년 즈음에는 팟캐스트가 다시 주목 받았다. '이이제이' '지대넓얕' 같은 채널이 인기를 대중적으로 얻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기자들은 일찌기 시작했다. 뉴미디어에 관심 많은 홍보인들도 이에 합류했다.
이들도 알았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틈새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물론 그 성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다.
◇시작은 스마트폰으로
시작은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에 마이크를 꽂고 중얼중얼 읊기 시작했다. 그 즈음 말 잘하는 지인들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친한 형과 같이 하게 됐고 이후 생각이 같은 파트너가 합류하면서 좀더 오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음성 파일은 1시간을 녹음해도 mp3 기준으로 100MB가 안됐다. wav 파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인코딩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니 편했다.
편집 툴은 기존 동영상 편집기를 사용했다. 조금 고급진 편집기에는 여러 목소리를 한번에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편집후에 소리만 추출하면 됐다. 조금 더 나아가면 '큐베이스' 같은 전문 음악인용 프로그램도 있다.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편집에 대한 시간 부담이 적다는 점은 오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같이 하는 동료들도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와 생각이 나갈 수 있고, 누군가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곤 했다.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지침'은 이거 하나였다. '힘들게 만들지 말자'였다. 다시 말해 재미나 정보성보다는 '오래가자'는 데 목표를 뒀다. 오래가려면 힘들게 만들지 말아야 하니까.
재미나 정보성은 하다보면 생기고, 말 언변은 하다보면 개선된다. 이 모든 게 '오래 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다. 일단 하고, 하면서 오래하고. 구독자들과의 호응, 수익화는 나중에 생각하자였다.
편집 과정이나 구독자 모으는 것 등은 다음 번 브런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