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도움받아 책까지 쓰기
“챗지피티에 대해 책을 써 볼 생각 없으신가요?”
2023년 2월의 어느 날 출판사 메이트북스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새 뜨거운 챗지피티(ChatGPT) 관련된 입문서를 쓸 의향이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때마침 원고 하나를 탈고해 다른 출판사에 보냈던 터라 시간은 됐다. ‘다음 프로젝트는 뭘 할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인공지능(AI) 분야는 아니었다. 2014년부터 4년 반 넘게 IT 기자 생활을 했고 2016년 알파고 쇼크를 현장에서 봤다지만, 2019년 이후로는 다른 분야를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분야인 AI에 관한 책을 써 보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10여분 고민했을까, 출판사에 전화했다. “할게요.” 인공지능 역사부터 서술해가면서 챗지피티에 관한 얘기를 써 보자고 생각했다. IT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서적으로 쓰면 될 것 같았다. 챗지피티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온 게 아니라는 게 다소 마음이 놓였다. 멀리로는 19세기, 가까이로는 1950년대부터 인공지능은 꾸준히 발전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챗지피티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니까.
다만 문과생 출신 기자로 수많은 전문가가 있는 AI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부담스러웠다. 당장 내용 구성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 곁에 이미 챗지피티가 있었다는 것. 챗지피티는 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 전문가에게 물어보기에 너무 단순하거나 쉬운 질문도 챗지피티는 소상히 답변했다. AI라는 것을 빼면 ‘듬직한 멘토’ 하나 두고 일하는 것 같았다.
챗지피티와 대화하고 때로는 깊숙이 물어가면서 관련 지식을 체득했고, 검색과 논문을 통해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내 생각의 뼈대를 만들고 지식의 옷을 입혔다. AI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일 수 있겠으나, 비전공자들이 챗지피티를 알기 위한 필수 지식을 책에 구성해 넣으려고 노력했다.
책 뒷부분에는 실제 챗지피티가 우리 삶과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증하는 부분도 넣었다. 나 자신 또한 챗지피티를 통해 자기 계발의 계기를 마련했으니 많은 이들이 챗지피티를 ‘신기함의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의 조력자’가 되길 원했다.
물론 챗지피티는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다. 사람처럼 말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챗봇에 지나지 않고, 자기가 학습했던 데이터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한국어 정보도 완벽하지 않고 역사나 사회 등에서는 ‘낮은 지식수준’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내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고 한국어 정보 숫자도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국어 데이터가 몇몇 포털사이트에 독점적으로 담겨 있고 구글 검색엔진의 접근이 어려운 점도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
그러나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지적된 챗지피티의 약점도 순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챗지피티 개발사 오픈AI 외 구글, 페이스북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도 챗지피티 뺨칠 만한 수준의 대화형 챗봇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기존 검색 서비스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밖에 없다. 검색 페이지에 나열된 지식을 ‘주워 오는 것’이 아니라 챗봇이 내놓은 지식을 ‘통째로 베끼거나’, AI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나만의 지식을 정립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선택에 따라 각자 인간에게는 ‘지식의 저주’가 될지 ‘자기 계발의 축복’이 될지 갈릴 것이라고 본다.
끝으로 챗지피티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밝히면서 이 장을 마치고자 한다.
챗지피티는 1950년대 정립된 인공지능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는 이정표라 본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이정표까지 오는 데만 70년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컴퓨터는 급속한 발전을 이뤄냈고 AI에 대한 이론과 알고리즘은 정립됐다. 또 거대 연구소와 대학, 기업 내 실험실에서 천재적인 공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AI는 이제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돼 있다.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가 협업해 개선하고 있다. AI는 앞으로 70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본다. 챗지피티가 지금 우리에게 보여준 가능성과 그 역량은 이제 ‘시작이면서 과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