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튜브 올리던 거나 다를 게 없어요"
지난 2월이죠, 유튜브에서 팟캐스트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도 소개가 됐습니다. 2023년 5월 기준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팟캐스트'라는 탭이 생겨났습니다. 아직은 '재생목록' 중 하나로 존재하지만 기존 팟캐스트를 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기대를 가졌습니다. 한정된 팟캐스트 시장이 한정적이다 보니 청취자 확대에 한계를 느끼곤 했는데,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죠.
그동안 책을 쓰고 쉬느라 팟캐스트 제작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겸사겸사 유튜브 팟캐스트 이용기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아니 '올리다 만 경험기'가 되겠네요.
일단 저는 시간 상의 이유로 팟캐스트 녹음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AI 기술 중 하나인 TTS(Text to speech) 기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TTS는 글을 AI가 읽어주는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년 전까지는 '로봇이 말하는 말투' 같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흡사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느낌까지 듭니다. 잘만 활용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아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카테고리 만들기
유튜브 스튜디오(제작자 화면)에 들어가서 만들기 탭을 눌러보면 '새로운 팟캐스트'가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에 없던 항목인데 이것을 누르면 '새로운 팟캐스트'라는 팝업창이 뜹니다. '새 팟캐스트 만들기'와 '기존 재생목록을 팟캐스트로 설정'이 뜹니다.
'새 팟캐스트 만들기'를 누르면 요런 게(3번 이미지) 뜹니다. 제목과 설명을 쓰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헷갈립니다. 지금 내가 올릴 에피소드를 쓰라는 것인지, 새 채널(혹은 재생목록)을 만들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이죠.
일단 요거는 새 재생목록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종의 시리즈를 구성하는 것이기에 에피소드 제목보다는 시리즈 제목으로 정해야 합니다. 팟캐스트 썸네일도 만들어서 넣어야 합니다. 애플팟캐스트나 팟빵 채널 썸네일처럼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재생목록 이름을 짓고 간단하게 설명을 만들고 썸네일까지 올리면 다음과 같은 재생목록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다음은 콘텐츠를 올리기인데, 이게 꽤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반 유튜브 영상 올리기 때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팟빵과 같은 플랫폼에 올리듯이 mp3 등의 파일을 바로 올릴 수 없습니다. wmv나 mp4, mov 같은 영상 파일을 만들어서 올려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이게 뭔 팟캐스트야'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말이죠. 동영상 편집기에 음성 파일을 올리고 그림이든 영상이든 같이 붙여서 영상 파일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인데, PPT나 그림 하나 올려놓고 음성만 나오게 하는 것, 그런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영상 편집 요소가 들어가야 하기에, 동영상 편집에 공을 들이기 힘든 저 같은 사람은 쉽게 쓰기 어려웠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
막상 올려놓았다고 칩시다. 이걸 어떻게 따로 들을 만한 게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플랫폼에 들어가면 기존 영상 보듯이 봐야 합니다. '팟캐스트'라는 재생목록이 더해졌을 뿐 '사용자 경험'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뜻이죠.
기대했던 기능(화면을 꺼놓고 소리만 듣는 것)도 현재로서는 제공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유튜브 뮤직으로 이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게 한다고 했는데, 이 마저도 미국에서만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비스 예정'인 것이죠.
여기서 하나.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가 제공하는 '유료 플랫폼'이란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가세까지 포함해 1만 원 약간 넘는 돈을 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취지 자체는 음악을 듣는 유튜브 뮤직 사용자들에게 '듣는 콘텐츠'도 제공하자는 것 같은데, 제작자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유튜브뮤직 사용자들은 어디까지나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내기' 때문이죠. 정보성 콘텐츠는 기존 유튜브에서 찾을 것입니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봤을 때 말만 '팟캐스트'이지 사실상 기존 유튜브 서비스랑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저는 다른 문제로 애써 올려놓으려던 콘텐츠를 비공개로 해뒀습니다. 당초 음성용으로 만들었던 터라 뒤늦게 사진이나 PPT를 넣는 게 번거로웠죠. 억지로 억지로 몇 개 이미지를 붙여 놓았는데, 오히려 욕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성은 그럴듯한데 눈에 보이는 영상은 엉망이었던 것이죠.
다른 이유로는 배경음악 저작권 때문입니다. 팟캐스트 에피소드의 도입음악이 저작권에 위배된다는 유튜브 측의 경고를 받은 것이죠. 애플의 음악 프로그램 '로직프로 X'의 라이브러리에서 음원을 몇 개 골라 만든 것인데, 다른 아티스트가 이미 썼던 것 같습니다. 혹은 그 아티스트가 썼던 음원을 애플이 추출했을지도요.
유튜브 팟캐스트에 올리려면 배경음악부터 다시 골라야 할 듯합니다.
◇가능성은 있다
다만 유튜브가 하는 새로운 서비스라는 점에서 기대는 가져볼 만합니다. 이른바 플랫폼 시작 초기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죠. 지금의 유튜브 팟캐스트가 불편하다는 얘기는, 기존 제작자들이 새롭게 시작하거나 진입하기에 허들이 있다는 뜻으로 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뮤직이 멜론보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가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IT 산업에는 안된 일일 수 있지만, 유튜브뮤직이 기존 팟빵이나 네이버 오디오클립보다 사용자 확보 측면에서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죠.
이런 상황에서 내용이 괜찮고 음질마저 좋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의 우선 픽업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가 오디오클립을 처음 시작하고 제작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편의를 제공한 것처럼요. 후발 주자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어 보입니다.
결론!!
1. 유튜브 팟캐스트라고 하지만, 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재생목록' 추가하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2. mp3나 wma 같은 음악 파일을 바로 올릴 수 없다.
3. '화면 끄고 듣기' 기능은 유튜브 뮤직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
4. 이 마저도 현재 기준 '서비스 예정'일 뿐 한국에서는 쓸 수 없다.
5. 이제 시작인만큼, 유튜브 팟캐스트와 같이 성장할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