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이 좔좔 흐르긴 하는데...
지난 CES에서 귀국하자마자 달려든 게 있었으니 새 '뻬이비'로 입양한 맥뿍. 두 아들과의 조우 후에 세번째 뻬이비로 데려온 맥뿍의 위용은 '참 멋지다'였다.
지난 한해 맥북에어를 살까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LG전자의 윈도PC 놋북으로 결정하긴 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새 뻬이비로 맥뿍프로로 선택. 기왕 사는 거 좋은 거 사자고 했는데, 이것 하나로 연말연초 우리집 가정경제가 좀 들썩였던 것도 사실. '나를 위한 마지막 투자'라고 마눌님한테 설득의 설득을 하고 질렀다.
용도는 두 가지. 첫번째가 풀HD급 영상 편집. 두번째가 팟캐스트 녹음과 편집. 팟캐스트는 윈도 구형 PC로도 충분히 됨. 많이 쓰는 큐베이스 5.0 버전으로도 돌리는 게 가능하니까. 작년초부터는 번들이지만 큐베이스 9.0 버전을 쓰고 있었음. 다만 앞으로 영상 편집할 일이 좀 생길듯 하고 이외 글쓰기 등 개인적 용무에 따라 맥뿍이를 지름 ㅋ
영상 편집용으로는 어도비 프리미어프로와 윈도무비메이커가 있었음. 그런데 HD급 이상 영상만 올려놓으면 렌더링 속도가 침대축구 쪔쪄먹을 정도. 한때 팟캐스트 편집도 프리미어프로로 하긴 했는데, 리어카에 냉장고와 장롱 싣고 오르막 올라가는 기분이라 프리미어프로는 잘 안씀.
디스카운트 하나 없이 정가 고대로 주고 산 맥뿍이를 한 4일간 써 본 경험을 얘기해보자면. (참고로 메모리는 16GB로 올림. 13인치. 싸게 사려고 하면 사기를 당하는 선량한 인상이라 애플 홈페이지에서 CTO로 삼 ㅠ)
첫번째, 금속성 묵직한 외형에 '예쁨'이 좌르르 흐르긴 함. 놋북을 열고 모니터를 연 순간 선명한 화질의 앞 화면이 댕그러니 나타나는데 '좋긴' 함. 첫날은 이 비싼 놋북 만지는 데 손이 떨려 제대로 손도 못대고 덮었음.
두번째, 호환성이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라는 것. 맥뿍을 지르는 데 있어 고민했던 것 하나가 가격과 호환성. 과연 집에 있는 외장하드나 마우스, 오디오인터페이스 등을 쓸 수 있겠는가였다. 금융거래는 안한다고 쳐도. 게다가 요새 나온 맥뿍이들은 고약하게도 '썬더볼트'만 쓴다. 일반 USB는 바로 꽂기 어렵다는 얘기. 어렵사리 모셔온 13인치 이눔도 썬더볼트 구멍이 달랑 두개. 하나를 전원선으로 전용하면 다른 하나에 갖가지 외장기기를 붙여 써야하는 상황.
그래도 그 남은 한 구멍에 마우스, 외장하드 등을 달아 쓸 수 있음. 물론 '젠더'라는 고귀한 중개인이 있어야 함. USB허브를 하나 살까 했는데, 그 쪼맨한 게 4~5만원 하니 마음 덮음. 블루투스 애플 마우스도 쓸데없이 9만원 이상이라서 포기함. 그런 것에 돈쓰고 나발할 때가 아니기 때문.
기존 윈도PC에 쓰던 외장하드는 '읽기'는 가능. 폴더 생성, 저장 등의 것은 안됨. 그러니까 '쓰거나' '변형시키는' 것 외에는 기존 외장하드도 똑같이 쓸 수 있다는 것. 덕분에 한시름 던 것도 사실. 괜한 걱정이었음. 그래도 백업용 외장하드를 맥용으로 하나는 사야할 듯.
윈도 PC에서 쓰던 마우스도 시험삼아 써봤는데 잘 굴러감. 미리 겁먹고 애플 마우스 사지 않기를 잘했음. 샀다가는 '맘찟' 상황 될 뻔. 일반 문서 작업은 터치패드만으로도 잘 됨.
맥뿍이 안에 '페이퍼', '키노트', '넘버스' 같은 것도 '예쁨'이 좔좔 흐름. 물론 요새 MS 오피스도 좋아졌다고는 하나, 왜 '애플 애플'하면서 사람들이 나대는지 대충 이해가 감. 뭔가 키보드에 손만 얹어도 글 하나 후딱 쓸 것 같은 느낌.
회사 작업용으로는 부적합할지 몰라도 (인트라넷 접속, 편집기 운영 등의 이슈) 개인 글을 쓴다거나 영상을 편집한다거나 할 때는 꽤 쓸만. 폴더를 여는 과정이 꽤 괜찮음. 윈도 PC를 쓰다보면 폴더 열다 길을 잃고 헤맬 때가 가끔 있음. 그런데 맥뿍이는 그렇지 않게 잘 UI를 짜 놓은듯.
속도나 활용성 등은 후에 생각해보고. 아직은 맥뿍이의 영롱한 예쁨에 눈이 멀어 있음.
달랑 5일 써보고 쓰는 소감이긴 하지만, 맥북이 어떤 사람들(윈도PC사용자인데 맥북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이 사도 괜찮을까.
★일단 PC 외장 기기에 '돈 쓰는 게 취미'인 사람들한테 강추.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썬더볼트 구멍 두개가 달랑. 15인치 버전은 더 있지만, 젠더든 USB허브든 필요. 기존 랜선도 젠더를 써야하고. 참고로 간지나는 맥북용 가죽 파우치(애플에서 팜)가 한 30만원 정도 함. 아이패드 미니 중고로 살 수 있는 가격.
★프로그램도 돈주고 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한테도 강추.
요새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도 '크랙'과 '해적판'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던 내게 있어, 프로그램 깔면서 돈 쓰는 게 아깝긴 함. 포토샵도 구형버전 갖고 공짜로 잘 써왔는데, 맥뿍이에도 포토햡 깔고 쓰는 게 가당치 않음. 예전처럼 자르기, 붙이기, 글자 넣기 하려면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야함.
맥뿍이 프로그램은 아이폰보다도 비쌈. 물론 공짜도 있지만, 성이 안차는 것도 사실. 왜 애플이 돈을 긁어모으는지 조금 알겠음.
큐베이스 사는데 99유로를 냄. 그동안은 번들제품을 공짜로 썼지만, '나를 위한 투자'로 큐베이스10 LE를 구매. 정말 프로용 프로그램은 40만원 넘는다고 생각하면 싼 것일 수도 있음.
다만 맥북속 '가라지밴드'가 있지만, 새로 배우기 귀찮아 돈칠을 한거임. 편집은 가능하겠지만, 여러개의 보컬 목소리를 녹음하기에는 가라지밴드가 협소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래도 큐베이스는 윈도PC에서 쓸 때가 더 깔끔한 느낌. 13인치 모니터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맥 프로그램에서 봤던 '예쁨'이 안타나남.
★기존 익스플로러 기반 웹페이지를 탐색하면서 안되는 거에 대한 문제해결을 즐기는 사람들한테 강추.
본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어떻게 편집을 해서 음성파일을 만들고 이것을 올리려고 하는데 기존에 쓰던 웹페이지들이 지랄들함. 예컨대 네이버 오디오클립 같은 데는 관리자 페이지에서 '사진 올리기'가 안됨. 맥에서는 100% 기능이 다 구현이 안되는 거임. 게다가 사진을 편집해서 올리려니 돈주고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사야함. 공짜 프로그램을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깔아봤는데 마음에 안듦.
★하드디스크나 SSD를 오래된 창고처럼 쓰는 사람들한테 강추.
그 유명하다던 파이널컷 프로를 황송하게 어제 좀 써봄. 길지 않는 영상, 수십초 단위라면 렌더링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10분 이상 길게 늘려 찍은 영상은 올리는데 이것도 시간이 꽤 걸림. 맥뿍이가 윈도PC보다 쾌적하게 잘 관리되어서 그나마 나은 것은 분명한데, 환상속의 속도는 아니었던 듯.
그래도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자막을 쉽게 넣을 수 있는 구조라서, 편집시간 효율성은 윈도무비메이커나 어도비보다는 좀 더 나은듯. 실제 대충 만든 영상을 유튜브로 올리기까지 체감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리긴 했음. 다만 편집할 때마다 무지막지하게 쓰는 SSD 용량은 눈에 거슬림. 원본 폴더에서 라이브러리 폴더로 복사해서 옮겨 놓고 쓰기 때문. 파이널컷이 알아서 해주니 편집할 때마다 영상 띄우는 시간이 줄어 좋긴 한데, SSD 용량이 걱정되긴 함.
그래서 이 라이브러리 내 파일을 어떻게 지우는지 찾다가 포기. 축구보다가 잠. 한중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이김. 손흥민 클래스가 돋보인 경기.
p.s. 다 끝나고 안쓰게 된 영상 프로젝트는 어떻게 지우나요? 주절주절 길게 썼지만 궁금한 것은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