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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ug 12. 2023

정치의 세계, 정말 무섭다

그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국회 정치부 기자로 온 지 한 3주 정도 됐을까. 마치 3개월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7월에는 수해와 관련돼 여야가 논쟁을 벌였고 8월 들어서는 잼버리 등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8월 15일 광복절이 지나고 회기가 시작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 같다. 


우리의 일은 복잡할 게 없다. 정치인들이 말로 하는 공격을 활자로 가다듬어 옮기는 일이다. 정당 사람들이 말로 공격하면 기자들은 부지런히 활자로 옮긴다. 


그 공격의 칼날은 무던히도 날카로워 보이나 받는 사람들은 별 내상을 입지 않는 것 같다. 이미 많이 단련됐다.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모 의원도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니고 자기 의사를 피력하니까. 정치권에서 보내는 세월만큼 얼굴도 갑옷처럼 두꺼워지는 것 같다. 


이들이 내뱉는 공격의 칼날을 안 받아본 사람은 모른다. 말로 사람을 어떻게 죽이고 나락으로 내모는지. 2021년 말에 민주당은 새로운 인재라면서 여성 한 명을 영입했다. 육사 출신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었다. 워킹맘으로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은 단단해 보였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20919/115522066/2


사생활의 영역일까, 그의 이혼 스토리가 반대편 공격의 도구로 쓰였다. 정치인 출신으로 인면수심으로 이름난 누군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에 대해 폭로했다. 선정적이었다. 부지런히 살아온 그의 인생은 순식간에 부정당했다. 호사가들은 너무 쉽게 그가 살아온 인생을 논했다. 


얼마 뒤 그는 사라졌다. 정치권에 욕심을 냈던 대가라고 할까. 반대편 사람들의 주장처럼 파렴치한인데 잘 숨겨왔던 것일까. 크나큰 상처를 입고 어디에선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최근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란 사람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사외이사처럼 민주당 외부인으로 민주당의 비호감성을 덜어내기 위해 영입된 인물이다. 


그 또한 무던히도 바지런하게 살아왔다. 한국외대 법대를 나와 해외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왔다. 서울대 기득권이 강한 법조계에서 학자로 살았다. 금감원 부원장까지 지냈다. 면면을 보면 훌륭한 인물이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일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했던 말을 확대 해석했고 '노인 폄하'로 몰았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으로 보여서 그런 것일까, 싹부터 밟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 사는 시누이라는 사람이 폭로를 했다. 그 진위는 확실치가 않은데 그의 슬픈 가족사가 담겼다. 아들이 공개 글을 쓰며 자신의 어머니를 두둔했지만, 상황은 쉬이 쉬워 보이지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그의 인생은 계속 부정당할 것 같다. 


말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일반 사람의 멘털 갑옷으로는 버티기 힘든 곳이 그곳이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는 웬만한 인신공격 정도는 감내하고 참아낸다는 의미인 것 같다. 


권력 앞에서는 반대편의 누군가는 적이다. 찍어내야 한다. 같은 편이라고 해도 이권이 같다면 경쟁자다. 물리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정치권만큼 인간 세계의 '약육강식', '약강강약'을 보여주는 곳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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