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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Dec 30. 2023

AI가 바꿔놓는 인터뷰 문화

'두다다다'가 사라진다? 

올해는 챗GPT 열풍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챗GPT가 사람처럼 문장을 만들고 대답을 해준다는 게 경이로웠다고나 할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인공지능(AI)이 크게 크게 발전했다고나 할까. 


더불어 유튜브 자동 자막을 보면서 '많이 바뀌었다'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95%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것 같다. 자막을 다는 수고로움을 덜어도 될 정도다. AI는 앞으로도 더 고도화될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AI가 몰고 온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게 있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것인데 '극명한 예'를 녹취에서 느끼고 있다. 코멘테이터나 인터뷰이가 하는 말을 사람이 아니라 AI가 바로 인식해 텍스트로 옮겨주는 식이다. 


본디 기자들은 인터뷰를 나가면 인터뷰이의 워딩을 두 가지 방식으로 정리했다. 먼저는 현장에서 바로 치는 식이다. 인터뷰이가 한 말을 바로 컴퓨터 키보드로 쳐 입력한다는 얘기다. 중국어나 일본어와는 다른 독보적인 한글의 우수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자음과 모음이 분리돼 있으니 손쉽게 음절별로 입력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은 개인의 타자 수에 따라 품질이 갈린다. 속기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오타와 문장 및 단어의 생략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 다시 읽으면 그 글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두 번째는 녹음을 하고 푸는 작업이다. 한중일은 물론 세계 각처 여러 나라 기자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사후에 글로 푸는 작업을 거치다 보니 정확성은 높다. 놓친 부분은 다시 들으면 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드는 게 문제다. 막일 수준이다. 


10여 년을 두 가지 방식으로 워딩을 쳤다. 키보드로 치고 녹음본을 들으며 수정하는 식이었다. 워낙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려니 했다. 


워딩을 빨리 친다는 것은 저연차 기자일 때 '잘한다' 칭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에서 커멘테이터가 한 멘트를 바로 손으로 친 다음에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과정 속에 정확도가 높을수록 '일 잘한다'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나 뉴시스 같은 통신사들은 아예 속기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기자들의 일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현장 유튜브 생중계 등을 통해 바로바로 텍스트로 옮기는 식이다. 통신사가 아닌 매체들이 부러워할만했다. 


이런 상황도 곧 바뀔 것 같다. 음성인식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굳이 일일이 타자를 칠 필요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클로바노트 같은 AI 음성인식 녹취 앱 덕분이다. 녹음된 음성 파일을 바로 문자로 옮겨준다.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녹음 환경이 괜찮아 인터뷰이의 음성이 명료하게 녹음돼 있다면 정확도는 더 올라간다. 


이런 앱은 몇 년 전부터 나오긴 했다. 그런데 저혈한 품질 탓에 외면했다. 정확도가 낮아서다. '그냥 내가 치고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정말 이 같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전적으로 이 앱을 의존해도 될 정도다. 방금 A4용지 6매 분량(약 8000자) 되는 녹취본을 문자로 옮겼다. 한 10분 정도 걸렸으려나. 손으로 칠 때 생략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 들어가 본 녹취본이었다. 군데군데 잘못 표기된 부분을 고쳐주고 행간을 맞춰주기만 하면 됐다. 


8000자 분량이면 녹음본을 직접 들어가며 타이핑하면 1시간은 족히 들 수 있는 시간이다. 많게는 2시간 넘게 걸렸을 것이다. 아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때문에 녹취본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퇴근 이후에나 했다. 그만큼 내 시간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노가다 작업이 AI 덕분에 확 줄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가. 클로바노트에 담긴 녹취본을 그대로 쓸 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음성을 문자로 옮기는 시간은 '제로'가 된다. 


이제는 현장에서 인터뷰이나 커멘테이터의 말을 녹음만 잘하면 된다. 굳이 타이핑을 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런 신기술을 뭇 기자들도 잘 안다는 얘기다. 다들 편리함도 잘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두다다다' 치기 바쁘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현장에서 일하던 관습, 문화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나 열심히 일해요'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두다다다' 키보드를 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느그들이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본다'며 '두다다다'를 시킬 것이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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