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그러니까 굵직한 국가 단위의 경제 활동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이 GDP입니다. GDP는 국내총생산으로 흔히 번역합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GDP가 국민들의 삶의 수준 척도가 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연구기관에서도, 심지어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들도 이 GDP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습니다.
이 GDP의 변화 추이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게 성장률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GDP가 얼마만큼 늘었는가'를 측정합니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들이 꾸준히 생산활동을 늘려가 이 GDP가 항시 우상향 선을 그리도록 노력합니다. (증가세를 유지하도록)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GDP를 보는 한 측면 중 하나가 '총가격의 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량과 무관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GDP가 늘어나는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이 착시효과가 '생산량 감소', '인구 감소' 등 여러 요소를 가린다면 문제가 있겠죠.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예컨대 30년 전 짜장면 가격이 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8000원에서 9000원 정도 갑니다. 절대적인 가격만 놓고 보면 '그때가 물가가 쌌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의 구매력을 놓고 봤을 때 짜장멱 가격 2000원이 싸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 기준으로 싼 가격일 수 있지만, 그때는 흔하게 먹기 힘든 가격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때는 그만큼 소득이 낮았으니까요.
이를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해 물가가 너무나 많이 올랐죠. 짜장면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의 가격도 올랐습니다. 우리의 소득 수준도 높아졌고요. 30년 전 짜장면 가격이 진짜로 싼 편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비교하려면 단일 선상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한 예로 마을버스 가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금 마을버스 가격이 1200원이라고 치고 짜장면 가격이 8000원이라고 봤을 때, 이 들의 격차는 6.7배 정도 됩니다.
30년 전 마을버스 가격이 250원이고 짜장면 가격이 2000원이라면 딱 8배가 됩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겠지만, 그때 30년 전 짜장면 가격은 (같은 구매력이라는 동일 선상에 놓았을 때) 약간 비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적인 계산은 이해하기는 쉽지만 논증적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경제학적으로, 숫자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학문적으로 보기 위해 나온 개념이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물가를 측정하는 방법 - GDP디플레이터
사실 물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CPI가 잘 알려져 있지만 GDP디플레이터라는 것도 참조해 씁니다.
잠깐 GDP디플레이터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명목 GDP와 실질 GDP 간의 격차를 나타냅니다. 명목 GDP는 단순히 숫자로 표현된 GDP라면 실질 GDP는 물가 상승률이 고려된 GDP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식은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누고 100을 곱하게 됩니다. 만약 명목 GDP가 103이고 실질 GDP가 100이라면, GDP디플레이터는 103이 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각해의 GDP디플레이터를 구할 수 있습니다.
(명목 GDP야 그해 발표되는 숫자를 보면 되겠지만 실질 GDP는 따로 구해줘야 합니다. 실질 GDP는 기준 연도를 놓고, 그 기준 연도에 따라 계산을 합니다.
진짜 진짜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가격을 그 기준연도에 고정을 시켜놓고 진짜 생산량이 얼마만큼 늘었는지 볼 수 있는 것이죠. (기준이 되는 해는 5년마다 업데이트를 합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GDP에 편입되는 숫자가 많고, 세월에 따라 기준 연도와 현재 연도가 벌어지면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매해 GDP디플레이터는 한국은행에서도 집계하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 GDP디플레이터를 갖고 올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하다면, 2022년 GDP디플레이터에 2021년 GDP디플레이터를 빼줍니다. 그 격차가 발생하겠죠? 이것을 2021년이랑 비교하면 됩니다. 그리고 100을 곱해주면 %가 나오죠.
2022년 인플레이션 = {(2022년 GDP디플레이터) - (2021년 GDP 디플레이터)} / (2021년 GDP 디플레이터) X 100
2022년 GDP 디플레이터가 130이고 2021년 GDP디플레이터가 120이라고 한다면 130에서 120을 뺀 10을 120을 나눠주고 100을 곱하면 됩니다. 계산을 해보니 8.3%가 되네요.
◇물가를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 CPI
GDP디플레이터를 통한 방법은 GDP의 변화량에서 물가 상승 정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정확해 보입니다. 물론 이 것은 일부분 맞고 일부분 틀릴 수 있습니다. GDP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한 예로 그 안에는 롤스로이스의 판매 가격도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큰 관련이 없는 것들이죠.
보다 좀 '생계비' 차원에서 고안한 개념이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CPI는 시간 경과에 따른 생계비 변동을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CPI를 구하는 방법은 약간은 인위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라면 평균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물건들을 한 바구니에 넣고 그 가격 추이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짜장면도 이 CPI 계산에 들어갑니다. 단, '평균적인 한국인은 한 달에 한번 짜장면을 먹는다'라는 고려를 하는 것이죠.
이 방법은 미국에서 물론 고안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우지수 등 주가지수와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다우지수는 30개 기업의 주가 추이를 보면서 전체 주가 지수를 조망해 보는 것이죠. 전체를 다 채울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고 대표성을 지닌 기업들의 주가로 이를 계산하는 것이죠.
정말 단순한 나라에 무와 감자를 생산하는 나라가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2019년도에 무 가격은 100원, 감자 가격은 200원이었다고 칩시다. 이 단순한 나라의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한 해에 무를 5개, 감자를 3개 산다고 가정합시다. 이 2019년을 기준으로 해서 2020년, 2021년까지 가격 추이를 조사합니다.
조사했더니 2020년에는 무 가격이 200원 감자 가격이 300원이 됐습니다. 2021년에는 무 가격이 250원, 감자 가격이 400원이 됐습니다. 2022년에는 무 가격이 300원, 감자 가격이 420원이 됐습니다.
계산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단순한 나라에 사는 '함사요' 씨가 감자를 아예 안 먹든, 무 알레르기가 있던지간에 평균적인 국미들이 이렇게 소비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합니다. 참 CPI는 소비자물가지수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상승률은 기준연도에서 또 다른 기준연도 사이의 CPI가 변화하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CPI도 여러 가지
앞서 CPI는 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이지만,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된 품목과 수량(가중치)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유연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한 예가 근원 CPI, 곧 core CPI입니다.
이건 뭐냐, 푸드와 에너지 가격을 빼고 재는 것입니다. 이것들의 가격은 작황과 수급 정도에 따라 널 뛰곤 합니다.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동성이 큰 것을 뺀 내구제나 가전, 용역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가지를 측정합니다. 석유와 석탄 등 전체 에너지와 푸드를 빼는 것과 석유류와 농산물만 빼고 재는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CPI보다 범위가 넓은 지수를 갖고 물가 상승률을 봅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정책 등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 참고하는 지수입니다. 바로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입니다. 미국 가계소비지출을 포함하는데 직장 보험료 등 더 포괄적인 항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생산자 물가지수도 있습니다. 생산자들의 구매 목록을 보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이나 용역을 생산하는 데 있어 들어가는 요소들의 가격 추이를 보는 것이죠. 이것은 CPI의 선행지수로 매우 중요합니다.
◇GDP디플레이터보다 왜 CPI를 더 쓸까?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GDP디플레이터보다 CPI를 더 많이 씁니다. 어느 경제신문이나 뉴스를 봐도 GDP디플레이터에 대한 얘기는 나올까 말까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조차도 GDP디플레이터를 잘 쓰지 않고 있죠.
왜냐하면 GDP디플레이터는 그 자체로 한 나라의 경제 움직임을 볼 수 있지만 지나치게 '국내적'이라는 데 있죠.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하면서 사는 지금 시대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한 예를 들까요. 우리 주변 제품은 무수히 많은 중국산 제품이 있습니다. 우리가 수입해서 온 것들이죠. 이것은 한국에서 생산된 게 아닙니다. 당연히 중국의 GDP에 잡히겠죠.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널뛴다고 해도 GDP디플레이터는 크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GDP 항목에 이들 중국산 제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중국산 제품을 가공해서 판다면 다른 얘기가 됩니다.)
한 예로 지난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를 들 수 있습니다. 이때 석유류 제품의 가격은 확 뛰었습니다. 물가는 당연히 크게 올랐죠. 특정 품목의 가격 추이를 추적하는 CPI는 이를 잘 잡아냈지만 GDP디플레이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때 격차가 꽤 크게 났습니다.
이미지 출처 : 멘큐의 경제학 p.375
만약 연준 같은 곳에서 GDP디플레이터만 주구장창 보고 있다면, 이 같은 변화를 포착하기 힘들었겠죠.
◇30년 전 짜장면 가격과 지금의 짜장면 가격은?
물론 CPI도 기준연도에 따른 보정이 있지만 대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CPI지수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와 짜장면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그때의 짜장면 가격이 비쌌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는 것이죠. 경제학에서 원하는 보다 '숫자적'인 부분에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CPI가 또 중요한 이유는 우리들의 구매력과 실질 이자율을 측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올해 CPI상승률이 5%인데 우리의 임금상승률이 3%라고 한다면 -2% 정도의 구매력 감소가 있는 것이죠. 그만큼 우리가 살 수 있는 물건의 수량과 범위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실질 이자율은 명목 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입니다. 은행에서 아무리 5%대 예금 이자를 준다고 해도 물가상승률이 10%라고 한다면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는 다른 곳에 투자를 하거나 소비를 더 해야겠죠. 올해 사는 물건 값이 내년에 사는 물건값보다 더 쌀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