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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pr 10. 2024

마약 공급책을 때려잡으면 마약 소비가 감소할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는 마약 대책  

영화배우 고 이선균 씨가 작고한지 언 수개월이 지났다. 우리 머릿속의 그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가 남긴 여러 수작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 씨가 마약 논란과 관련해 심적으로 괴로웠다는 얘기는 이미 알려진 얘기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었던 그는 협박을 받았다. 협박 동기 등이 어찌 됐건 간에 마약과 관련된 여러 사회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나의 아저씨' 


그중 한 가지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쪽 업종을 잘 아는 한 사람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한 얘기인데 경찰이 마약 공급책보다 수요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마약 문제의 근본 문제는, 어쩌면 이를 공급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 대부분이 범죄와 무관하지 않은데 "왜 일반 사람들만 마녀시 하고 처벌하냐"는 얘기였다. 


그는 공급책에 대해서는 경찰이 소극적으로 단속한다고 비난했다. 의아하면서 이해가 됐다. 의아하다는 것은 '왜 경찰은 범죄자 소굴을 소탕하지 않는가'였다. 경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큰 이들을 잡는다면 큰 성과요,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형사라면 정말 크게 잡아보고 싶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마약조직 소탕은 경찰에게 있어 큰 성과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해가 됐던 것은 경찰과 마약 딜러 혹은 공급책 간의 유착관계다. 이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접한 내용이긴 하다. 일종의 정보원이라고 할까, 경찰도 어느 정도 이들과 연락선이 닿아 있어야 긴급하게 누군가를 잡아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범죄도시' 등 수많은 경찰 영화에서 수 없이 본다. 영화 내 현실이 실제의 모티브라고 한다면 범죄자와 경찰 간의 생태계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씁쓸하긴 했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처벌 구조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공급책을 그렇게 척척 잡아내면서도 현실에서는 '할 수 있으면서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짐작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마약 관련 사법제도가 옳을 수 있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를 중심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 말이다. 


'범죄자들'이라는 감정적 단어를 걷어내고 이곳도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라고 가정하자. 불법적이고 음성적이지만 마약이라는 재화가 유통되는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의 원리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은 늘게 된다. 경찰과 마약단속국이 제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마약의 공급은 탄력적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조직은 큰돈을 벌게 된다. 그깟 몇 년 징역형은 감당할 수 있다. 공급책에 사형을 때리는 중국 정도의 강력한 정부 통제가 없다면 충분히 모험을 걸 수 있다. 법적 처벌에 대해서는 내성이 생긴 사람들일 테니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적인 예다.) 


반면 마약 수요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다. 물론 상상 속(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마약 흡입자들은 범죄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마약 수요자는 일반인들인 경우가 더 많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극 중 대형교회 목사의 딸이자 성공한 예술가로 나오는 '이사라'는 마약 중독자다. 비싼 마약을 충분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구매력 있는 사람'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범죄'라는 감정적 단어를 걷어내고 마약이란 것을 보자. 물론 펜타닐 같은 값싼 마약이 사회문제시 되고 있지만, 마약은 사치재에 가깝다. 충분한 구매력이 있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마약 사용 사실이 드러나면 사회·규율적으로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의 신규 진입도 쉽지가 않다. 마약 수요는 비탄력적이라는 얘기다. 


중간 정리를 하자면, 마약의 공급은 탄력적이다.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공급자들은 법적 제재에 덜 민감하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마약을 들여와 팔려고 한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 


마약의 수요는 비탄력적이다. 마약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일이 적고, 마약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해서 수요가 줄지는 않는다. 마약을 맛본 사람들한테 이것들은 필수재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필수재는 쌀이나 밀 같은 것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다고 해도 소비를 줄일 수 없는 것들이다. 


'엄정한 법적 처벌의 관점'이 아니라 '마약 시장 축소'와 관련된 것으로 보자면, 범죄자인 공급책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까, 일반인들이 많은 수요자들을 처벌해야 할까.  


어떤 유능한 경찰이 마약조직 하나를 소탕했다고 가정하자.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몇십만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조직책을 잡았다고 알릴 것이다. 이는 마약 공급이 꽤 줄었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수요와 공급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간다. (중독된) 수요는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급작스럽게 올라간다고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 정부의 단속을 뚫고 공급에 성공한 범죄조직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마약 판매가의 상승은 지속적인 마약 공급책의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학적으로 마약 시장의 규모를 줄이고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약을 접하게 되는 신규 소비자들의 진입을 막고, 이미 수요자가 된 소비자들을 마약시장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교화 혹은 교육이 되겠고, 우리나라는 '망신주기'에 이은 감옥행, 중국은 최고 사형까지 언도하는 강한 법적 제재가 된다. 


시장경제원리 측면에서 봤을 때 수요자 중심의 강력한 처벌이 시장 규모를 줄이는 데 효과가 더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차피 안될 놈(공급책) 보다 해서 될 놈(수요자)을 관리하자라는 측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탄력성이 큰 마약의 공급량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도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미국의 마약 단속은 거꾸로 간다. 수요자에는 비교적 관대한데, 공급자에게는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요자가 백인 상류층이고 공급자는 유색인종으로 갈리다 보니까 시장원리와 반대되는 마약 단속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장을 숭상하는 미국에서 마약 단속만큼은 반시장적이라는 얘기다. 사회적 현상이 수요와 가격의 통제의 흐름이 아닌 '감성적(인종적 편견) 변인'에 좌우된다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등에서 마약 수요자에 대해 처벌보다 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일부 나라는 마리화나 같은 것을 합법화한 것도 마약의 양성화를 통한 시장 축소에 있다. 물론 이 정책의 효과성이 최근 들어 의심받고 있지만, 시장 원리적인 측면에서는 수요자 인권을 더 중요시하는 유럽에서 들어맞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이 최근 들어 의심받고 있는 것은 펜타닐 같은 값싼 마약의 등장에 있다. 값싸게 대량 공급을 하다 보니 새로운 시장 수요자가 생기고 시장 규모가 더 커진다. 게다가 '처벌이 아닌 교화'는 마약을 접하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게 된다. 새로운 수요의 등장이다. 빈민가 청소년들이 마약에 찌드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될 수 있다. 



약간 다른 얘기로 가서, 중국은 왜 마약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엄격하게 단속을 할까. 공급책의 경우 이유 불문하고 사형을 때리는 경우도 많다. 공산주의 국가로 국민들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 이유가 크지만, 과거 아편전쟁의 트라우마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차례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에 많은 이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무역적자를 겪어야 했던 영국은 인도산 아편을 공급해 이를 만회하려고 했다. 아편 수출을 통해 어느 정도 무역적자를 만회했다. 문제는 청나라 내 아편중독자들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것.) 



세계의 중심으로 여겼던 자신들이 변방 홍인(紅人) 오랑캐에게 굴욕적으로 당했던 역사다. 그 이후로 100여 년간 중국은 세계 열강의 침탈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 내내 일본에 탈탈 털렸다. 아편중독자 문제는 덤으로 크 사회문제가 됐다. 이 같은 역사적 교훈에 따라 마약만큼은 엄격하게 단속한다. 망국의 시작을 마약으로부터 본 것이니까. 


역사는 반복된다고나 할까. 세계최강대국 미국의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값싼 마약의 공급으로 휘청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이런 곳에 펜타닐에 중독돼 좀비처럼 다니는 사람들의 뉴스는 많은 곳에서 보도됐다. 이 펜타닐의 상당 부분은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한다. 미 의회는 이 때문에 중국의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신들의 조상들도 했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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