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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Feb 23. 2020

투기와 거품..희소성에 인간의 욕망이 만났을 때

아빠가 전해주는 경제금융 이야기 ②

규현아 규민아 앞선 시간에 '희소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지. 우리가 하는 경제활동이 자원이 갖고 있은 유한함, 다시 말하면 '희소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얘기였어. 아빠가 벌어오는 한정된 '월급'을 갖고 꼭 필요한 재화를 우선 순위에 놓고 산다는 의미지.  그렇기 때문에 가장 효용이 큰 재화를 사오는 게 중요해. 


참, 여기서 재화라는 의미가 좀 모호할 수 가 있어. 일단 이렇게 알아두자. 네가 돈을 주고 소비를 하는 것들 중에서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물질을 '재화'라고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인간활동을 '서비스'라고 한단다. 


좀 다른 것은 재화는 財貨(재화)라는 한자말이고 서비스는 영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네. 재화의 재는 재물을 뜻하는 '재'와 물건을 뜻하는 '화'가 합쳐진 거야.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지. 


은행에서 자산 컨설팅 같은 것을 받는 것도 '서비스'의 일종이란다 (여기 브런치 내용이랑 상관없음) 


무형의 소비재를 뜻하는 '서비스'는 라틴어에서 비롯됐다고 하는구나. 라틴어는 2000년전 고대 로마에서 사용하던 언어인데, 현대 유럽어와 영어의 뿌리가 되는 언어야. 라틴어에서 노예를 뜻하는 단어가 '세르부스(Servus)'였다고 하네. 이게 어원이 돼 오늘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배려를 주는 행위를 뜻하는 게 됐어. 


이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아. 이것도 희소성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지. 제아무리 2000년전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라고 해도 사막에서 죽어가는 이에게는 물 한모금의 가치보다 못하지. 희소성은 때와 장소, 사용하는 이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단다. 


우스운 예기같지만 씹다 버린 껌도 어떤 스토리가 붙는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가 있어.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유명한 축구 감독 할아버지가 씹다 버린 껌이 5억8000만원에 거래가 됐다고 하구나. 이해가 안되지? 그 돈이면 집도 살 수 있는데.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thesun.co.uk/sport/football/8674120/sir-alex-ferguson-man-utd-chewing-gum-390000/) 


퍼거슨 할아버지가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고, 그 할아버지가 껌을 씹던 당시가 또 중요한 경기여서 그럴꺼야. 이 할아버지가 씹다 뱉은 껌을 누군가 주워서 '이야기'를 담았지. 그 이야기가 신비한 힘을 냈던 거야. 흔하디 흔한 껌이지만 '퍼거슨이 씹었던 껌'이라는 이야기를 넣어서 '무척 구하기 힘든 껌'으로 둔갑시킨것이지. 


이런 희소성의 힘은 인간들의 욕망과 망상에 따라 생기기도 한단다. 그리고 그것에 '가격'이라는 이름으로 가치가 붙으면 천정부지로 올라가기도 해. 이 욕망은 '돈을 더 갖고 싶다'라는 욕심에 근거하고 있어.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이 욕망에 근거하고 있지. 


한가지 재미난 것은 이 욕망은 자본주의 사회나 공산주의 사회, 고대나 현대, 혹은 중세 때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단다. 사람들은 과거를 보고 배운다고 하지? 과거 많은 사람들이 욕망에 눈이 어두워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을 봤으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단다. 지금 소개할 사례도 그렇단다.  




1600년대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일이야. 이 대 네덜란드는 대서양 무역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어. 영국이 본격적으로 힘이 세어지기 전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했단다. 


이때 바다를 통한 무역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어. 풍랑에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고 해적을 만날 수도 있어. 수 개월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어야하기도 했고. 지금으로 치면 '돈을 잃을 위험이 무척 큰' 투자였다고나 할가. 


위험성이 큰 만큼 큰 돈도 벌 수 있었단다. 아메리카 대륙을 다녀온 무역선이 무사히 유럽으로 오게 되면, 선주(배 주인)은 큰 돈을 벌게 되는 것이지. 네덜란드 사람들이 바로 그랬던거야. 


한때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에도 부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이른바 '자수성가'한 사람들이야. 귀족보다 배운 것이 적고 집안은 미천할지 몰라도 '내 힘 스스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이지. 자존감도 높을 수 밖에. 


돈을 벌게 되고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특징이 하나 있어. 바로 '교양 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지. 돈도 벌었고,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는데, 그것에 대한 '표시'를 내고 싶었던거야. 


쉬운 방법은 왕이나 귀족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겠지. 그들이 입는 옷을 입거나 그들이 사는 보석 같은 것을 잔뜩 사 들이는 일인거지. 


이런 때 들어온 게 튤립이야. 튤립은 지금 봐도 매우 예쁜 꽃이야. 현대 네덜란드의 상징과도 같고. 이 튤립은 오스만투르크에서 교배에 성공하면서 더 예뻐졌어. 아시아에서 건너온 신비한 꽃에 유럽 사람들은 매혹됐지. 귀족 등 상류 계층 사이에서는 튤립을 기르고 장식하는 게 유행처럼 됐어. 


생긴 것도 예쁜데다 쉽사리 사기 힘들고, 귀족 등 소위 잘나가는 상류 인사들이 기르는 꽃이 된 거지. 돈을 벌어 부자가 된 살마들도 이 튤립을 찾게 됐어. 돈 있는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하다보니 가격도 뛰었고. 


튤립 (위키피디아) 


튤립을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도 생겨났어. 유산으로 받은 튤립 유근(뿌리)을 팔아 부자가 된 고아 얘기까지 돌면서, 튤립 투자 열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됐지. 튤립 유근 하나 가격이 농장 가격 하나 정도가 될 정도였다고 하니... 대단하지? 

(2009년 50원에서 2017년 20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또 생각나네^^)


그런데 튤립 유근에서는 어떤 색깔의 꽃이 피울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데. 복불복으로 유근을 사는 것이지. 못생긴 꽃이 나올 수도 있고 곱디 고운 꽃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지. 그야말로 투기 상품이 된거지. 이를 두고 '튤립버블'이라고 한단다. 튤립 가격에 엄청난 거품이 붙어서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가지? 꽃 하나에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은 매번 반복이 된단다. 그 대상이 튤립에서 바뀌었을 뿐이지. 최근의 아파트 가격 상승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네.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암호화폐 투자 열풍도 그렇고. 




이들 사건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어. 지금부터 하나씩 얘기를 해줄게. 100원짜리 껌이 5억원에 팔리는 것처럼 '이야기'가 입혀지는 것이란다. 


먼저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해. 좀 어려운 말로 '시장에 유동성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다'라고 할 수 있겠네. 이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은 '투자'라는 활동을 통해서 자신들의 돈을 더 불리고 싶어해. 17세기에는 '무역선'과 '튤립 유근'이었다면, 21세기에는 '기업'(정확히는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이겠지. 


이들은 뭔가 돈이 될듯한 것에 '투자'를 하고 그것의 가격이 올라가. 같은 물건이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그러면 초반에 그 물건을 산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게 되겠지. 


필요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거품이 만들어진다'고 해. 거품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는 '누가누가 돈을 벌었다'라는 소문이 나. 이때 정도 되면 그냥 보통의 사람들도 투자에 나서게 돼.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이들이지. 가격은 더 오르게 되고. 


그런데 가격이란 게 무한정 오를 수는 없어. 언젠가는 그 값을 주고 대부분이 살 수 없게되는 시점이 오게 된단다. 그때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비싼 값에 산 사람들은 서둘러 '팔자'에 나서. 손해에 대한 두려움인것이지.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야. 가격은 급락하게 되고, 비싼 값에 해당 물건을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돼. 거품이 터지는 거야.  


이런 일들은 필연적으로 반복될 수 밖에 없어. 사람들의 욕망은 무한하고, 이를 실행시켜줄 재화는 유한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거품이 한창 올라와 있을 때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항상 '패배'를 하지.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은 부자가 아닌 보통의 사람이거나 그 이하의 사람들이고.


금융 저널리스트면서 역사가였던 제임스 그랜트는 이렇게 말했어 "과학과 기술은 크게 진보했지만, 금융은 반복됀다." 왜냐하면 금융의 밑바닥에는 돈에 대한 사람의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일꺼야.   (p.100, 금융투기 역사) 


규현아, 규민아 '희소하다'라는 개념은 '자원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적용되지만 '사람들의 욕망과 욕심'에 따라서도 발생한단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당하는 게 우리 인간들이고. 너희들이 어른이 돼 경제생활을 할 때 이런 관점에서 꼭 경제 현상을 살펴봐야 한단다. 




정리할게요 


거품 혹은 버블 :  경제생활을 하다보면 흔히 맞닥드리게 되는 현상일 수 있어요. 그것이 갖고 있는 적당한 가격(효용가치)보다 과도하게 올라가게 되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지요. 적당한 거품은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수익이 생겨야 투자를 하고, 이자가 생겨야 저축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과열돼 올라가는 현상은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질 때 충격이 크기 때문이지요. 경제는 무한정 성장하지 않아요. 경제가 성장하면서 거품이 형성되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가라 앉는 상황이 반복되곤 합니다. 


기회비용과 합리적 선택 : 소비와 투자를 함에 있어 기회비용을 꼭 고려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A, B, C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데, B를 선택하게 된다면 A와 C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지요. B를 선택하면서 포기하게 되는 A와 C를 기회비용이라고 일부라고 부를 수 있어요. 


합리적 선택은 A와 C를 포기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손실 혹은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선택을 의미해요. 이것을 ‘암묵적 비용’이라고 합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용이라는 얘기입니다. 설사 숫자로 표현한다고 해도 이걸 보고 판단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가격을 메기곤 한답니다. 


이와 상대되는 개념이 ‘명시적 비용’이예요. 이 명시적 비용은 실제 내가 B를 선택하면서 치르는 값이예요. 숫자로 표현될 수 있어요. 기회비용은 ‘암묵적 비용’에 ‘명시적 비용’을 합한 값입니다. 


참고도서 

 '금융투기의 역사', 에드워드 첸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국일 증권경제연구소) 

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 하워드 블룸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타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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