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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내시는 어떤 방법으로 될까?

미디어로 보는 역사 이야기 첫 글

by 팟캐김

'브런치 작가군'에 합류하게 됐다. 신청할 때는 '미디어'에 전문화된 콘텐츠를 올리겠다고 했으나, 이왕 된 것 내 마음껏 쓰련다. 응가하러 가며 바지를 부여잡을 때와 일 보고 나와서 어찌 같은 마음이겠는가. 이게 사람의 마음이다. ㅋ


미디어와 관련된 글은 천천히 써보려 한다. 애초 브런치에 지원했던 목적대로 가는 것. 지난 3월에 처음 브런치에 지원할 때는 '환관'에 대해 써보겠다고 했다. 역사에 대한 절대 독서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모한 도전일 수 있겠으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꼭 써보고 싶었다.


능력과 관계없이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으면 뭐라도 되고, 그런 그들이 유세를 부리는 구조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이런 구조는 기업이든 기관이든 상하 관계가 있는 조직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출세를 하려면 능력보다도 권력자의 눈에 띄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환관 얘기로 돌아와 보면, 환관은 낮은 계급의 사람이 '관'이라는 끈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거시기만 사라지는 고통만 참는다면, 다시 말해 거기가 잘리고도 살아남는다면 왕의 최측근에 어슬렁거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운만 좋다면 진의 시황제 시절 호사를 누렸던 환관 '조고'와 같은 권세도 누릴 수 있다.


이런 환관이 나온 영화로는 2012년 작품인 '광해'가 있다. 궁중 사극에는 환관이 흔하게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는 꽤 비중 있는 인물로 나왔다. 극 중 조 내관은 진중하면서도 은근 깨는 깨방정 연기로 극의 묘미를 살렸다. 어찌 보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잔뜩' 희화화된 내시보다 더 현실감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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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 가짜 광해군 하선과 조 내관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용인즉슨, 지나치게 불합리하고 가중한 부역 때문에 많은 백성이 도망을 가거나 스스로 내시가 된다는 내용이다. 어른이 돼 후천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택적 '고자'라고 하면 맞는 말일까.


조 내관처럼 고자가 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영화에서처럼 부역을 피하기 위해 내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양성이 되는 경우가 더 흔했다고 한다.


우선 내시가 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중성화된 남자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외과적 수술 방법이 있고, '전족'처럼 어릴 때부터 성장을 막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세균 감염, 과다 출혈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 어릴 때부터 음낭을 싸 매어 놓는 방법은 그런 면에서 생존율이 높다. 환관 특성화 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외과적 방식은 어떻게 보면 동서양에 있어 보편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일반 성인에게도 가능했다. 배우 조여정의 파격 노출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후궁'(감독 김대승)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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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집 딸 '조여정'과 사랑했던 사이였던 '김민준'은 극 중에서 거세를 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조여정'과 도망을 갔다가 잡힌 죄로 죽임을 당해야 하는데 형벌을 받고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이 '김민준'이 궁중에서 '조여정'과 다시 조우하게 된다. 여기서 궁중 사람들의 그들 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김민준'이 진짜 내시인지 확인하는 모습이 나온다. 잠깐 카메라를 비춰주는 데 '둘 다' 없었다. 뭐가 두 개인지는 중학교 생물학 교과서를 참조하시라. 자세히 알려하지 말고.


중국 역사서 '사기'를 썼던 사마천도 궁형을 당했다. 이 궁형도 음낭만 자르느냐, 음경만 자르느냐가 나뉜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과 조선이 이 부분에서 좀 갈린다. 중국 환관들은 두 개다 없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은 배설에 필요한 부분은 남겨 놓았다. 2차 성징에 필요한 그 부분만 없앤 것. 그렇기 때문에 영화 '후궁'은 당시 조선의 궁내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하나는 남겨주는 게 조선의 인심인데, 두 개가 없어서다.

환관들이 가정도 있고 결혼도 했다고 하는데, 조선의 내시들은 물리적으로는 성생활도 가능했을 것 같다.


두 번째가 앞서 언급한 '음낭'에 대한 '전족'이다. 사춘기 전의 어린아이가 대상이 된다. 2차 성징을 막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조선의 내시들은 이런 방식으로 '양성' 된다는 얘기를 본 듯하다. 호르몬 발달 기관을 막기 때문에 내과적 거세라고 할까.


물론 조선에서도 다 큰 성인이 직업 선택을 위해 스스로 거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양 어느 곳에 비밀리에 있었다는 데, 들리는 속설로는 천둥 번개가 치는 밤에 자른다고 한다. 비명 소리가 너무 처절해서라나 뭐라나.


르언홍이 쓴 '중국 고대의 환관'(UUP)를 보면 외과적으로 어떻게 자르는지 나온다. 디테일한 그 부분은 나중에 언급하고 싶지만 조금 하나 더 얘기를 한다면 이렇다. 자르고 나서 요도 속에 보릿짚을 넣는다. 3일이 지나고 나서 소변이 나오면 그 사람은 산 것이고, 피가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오면 그 사람은 곧 죽는다.


음낭을 묶는 방법도 여럿 있다. 어릴 때 실로 꽁꽁 묶어서 괴사시키는 방법이 있고, 아이가 기절한 사이 송곳으로 찌르는 외과적인 방법도 있다. 모두 끔찍한 방법이다. 인명이 천시되는 시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다.


다만 세균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때라 수술 후 감염돼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생존율은 반 정도. 게다가 남자에게 있어 생식은 자존심이다. 이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다. 내성 발톱 하나 자르는 것도 무서운데 중요 부위는 오죽이나 할까. 남자에서 여자가 되는 수술도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마취제도 없던 시절이라 맨 정신으로 오로시 감당해야 한다. 업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눈빛이 있다면 돌려보냈다고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일종의 상도덕이다. 공무원이 되는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환관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환관의 존재는 있었던 듯하다. 서양의 경우 공화정 로마 때까지는 없었지만 제정으로 돌아서고 아시아 문화가 유입되면서 환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집트는 이미 고대에 거세를 하는 와과적 수술 방법이 있었다.


내시들은 성욕이 있었을까. 일반 남자처럼 왕성하지 않았을 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내시와 궁녀 간의 불륜도 있었다고 한다. 물리적 거세를 해도 성욕은 존재한 것 같다. 문헌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서양의 한 수도자가 넘치는 성욕을 주체 못 하여 스스로 거세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도 후회를 했다고 하니 성욕은 남자가 살아있는 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것 같다.


거세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사례도 있었던 것 같다. 실수로 아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발각되면 궁에서 쫓겨나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궁궐 내시 업무 중 하나는 수염이 난 자가 있는지 혹은 가짜로 거세를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런 확인 절차에는 예전 잘랐던 신체 부위를 보여주는 과정도 있었다. 이른바 '양물'이라고 했다. 이런 얘기는 드라마에 나와 있다. 최근 '박보검'과 '김유정'이 주연했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내시들의 '양물'을 확인하고 바지를 벗어 그 부위를 확인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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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관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유정 같은 예쁜 내시는 상상 속에나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왕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유사시 왕을 보호하며 싸워야 한다.


체력도 좋았던 듯싶다. 광해군이 왕좌에서 쫓겨나 궁 밖으로 도망갈 때 왕은 직접 뛰지 않았다. 내시들의 등에 업혀 도망갔다. 고귀한 분이라 두 발로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관념 때문인 것 같다.


목소리가 간드러진 내시는 우리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다. 아니면 남성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이의 불행을 보고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던가. 나보다 남성성이 약한 누군가를 보면서 상대적인 위안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


참고 문헌 :

'중국 고대의 환관' 르언홍 저, 이상천 옮김, UUP

'환관 이야기, 측근 정치의 구조', 미타물 다이스케 저, 한종수 옮김, 아이필드


참고 영화 :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추창민 감독

'후궁 : 제왕의 첩' 2012 김대승 감독


참고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2016 KBS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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