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을 시각적으로 접했던 때는 1991년이었다. 당시 국민학교 4학년이었던 때다. 국민학교에서 역사를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은 안 난다. 다만 5.16이 혁명으로, 광주가 민주화운동 정도로 서술됐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돌아와, 어떻게 시각적으로 접했는가 하면,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MBC 36부작 특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 1970년대 말 출간됐던 소설 '여명의 눈동자'가 원작이었다. '정신대'라고 불렸던 위안부, 태평양 전쟁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때까지 한국 근현대사가 시대 배경이었다.
2015년 초에 이 드라마를 다시 봤다. 푹 같은 OTT에도 VOD에는 올라와 있지 않아 동영상 사이트에서 봤다. (이름을 밝히면 MBC에서 막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따로 물어보시면 알려드립죠. 별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놀라웠던 점은 당시 제작진의 제주 4.3에 대한 인식이었다. 어리고 철없던 시절에는 그냥 드라마였으려니 봤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드라마였음에도, 제주민들 입장에서 4.3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던 노력이 돋보였다.
제주 소녀로 4.3 항쟁에 가담했다가 생포된 여배우 '전미선'이 앳된 모습으로 나와 미군정 조사관으로 내려온 '박상원'에게 일갈한다. 단순 폭동이나 공산주의자들의 책동이 아니라고. 물론 수뇌부는 공산주의자일 수 있으나 그들을 따랐던 제주도민들은 그것과는 상관없었다. 일제 경찰이 다시 해방 후 경찰로 돌아온 현실과의 싸움에 나선 것일 뿐. 그런 제주도민들을 집권 세력은 빨갱이로 몰며 살해한다.(역사는 반복된다던가.)
그렇게 죽은 제주도민이 2만 명에 가깝다. 저번 일요일에 처음 가본 제주 4.3 평화공원에 모셔진 위폐와 신원불명자 묘 수만 1만 8000 정도다. (인구 10여만의 폐쇄된 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점도 평화공원 가서 알았다.)
사람은 평생 성장한다던가. 어릴 때 몰랐고 청년 때 묵인했던 여러 사실을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되새김하고 하고 있다. 주변 멘토들 덕분이다.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