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HN벅스와 관련된 갈등, 정책 변경 후 받게 된 오해에 대한 해명
팟캐스트를 만들어 운영한 지 언 11개월. 취미 삼아 운영해 왔다. 매달 9900원 호스팅비도 꼬박꼬박 냈다. 팟빵 플랫폼에 광고도 가끔씩 했다. (여전히 '하고 있다'에 위안을 갖고 있을 정도로 허접하다.)
국내 몇 안 남은 콘텐츠 플랫폼 '팟빵'에 애정을 키워가던 5월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글을 보게 됐다. 팟빵이 RSS를 막아 생존이 어렵게 됐다는 한 미디어 스타트업의 불평이었다.
RSS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약자라고 하는데, 난 '구독 주소'라고 쓴다. 인기 블로그의 글을 모아서 볼 때 RSS는 활용됐다. 일일이 블로그에 방문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콘텐츠 업데이트 상황을 볼 수 있다.
팟캐스트도 RSS가 있다. 출발도 사실 블로그와 비슷했다. 음성으로 하는 블로그라고 할까. 애플 팟캐스트는 이런 음성 블로그들의 업데이트 주소를 모아놓는 서비스를 했다. 독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구독하는 식이었다.
6월 27일 팟빵은 이 RSS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름의 플랫폼 선언인 셈이다. 호스팅비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매월 9900원 호스팅비를 무료로 전환한 것. (난 아직 종이통장 사본이 없어 돌려받지 못했다. 밥 한 끼 값 정도라 안 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팟캐스트 정신을 어겼다', '플랫폼 강자가 횡포를 부린다'고까지 비난했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이 워낙 작은 탓이 있지만, 국내 팟캐스트 호스팅 강자 팟빵의 변신은 업계 내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만큼.
누구나 공유하고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를 고집해야 할까, 아니면 유튜브 같은 콘텐츠 플랫폼으로 가야 할까. 팟빵은 성장을 위해 후자를 선택했다. 기업 규모 25명 정도의 IT벤처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NHN벅스(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의 시장 진출은 팟빵을 자극했다.
여기서 잠깐. 팟캐스트 플랫폼 유형을 짚고 넘어가 보자.
첫 번째는 애플 아이튠즈와 같은 모델이다. 얘네는 파일 호스팅을 제공하지 않는다. 팟캐스터가 자체 서버든 호스팅을 하든 알아서 팟캐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애플에 제공하는 것은 RSS 주소다. 애플은 팟캐스트 등록 신청을 RSS로 받는다. 들어보고 괜찮으면 '합격'.
애플 팟캐스트는 팟캐스트 시장에서는 허브나 마찬가지다. OS 시장 점유율만 놓고 봤을 때는 안드로이드에 밀렸다고는 하나 절대 강자다. 생태계며 원조다.
국내에서는 미디어자몽의 '몽팟'이 비슷한 형태다. 여기도 RSS 등록 신청을 받는다. 제작자가 등록 신청을 한다는 점에서 아이튠즈랑 비슷하다. 어느 면에서 보면 팟빵도 비슷하다. 6월 27일 이전 팟빵도 전체적으로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했다. 사용자가 RSS 등록 신청을 했다.
좀 독특한 것은 팟빵은 호스팅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하지 않는 일인데, 7월 전까지는 매월 9900원의 호스팅비를 받았다.
사실 팟캐스터 입장에서 자체 서버를 구축하기는 어렵다. 다른 외국어 팟캐스트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팟캐스트 호스팅은 팟빵 입장에서도 손해였다. 서비스 단계별로 호스팅비를 비싸게 받기도 힘들었다. 손해를 감수하고 팟캐스트 호스팅을 고집한 덕에, 팟빵이 국내 최고 팟캐스트 플랫폼이 된 셈이다.
두 번째를 팟빵 모델이라고 하자. RSS를 모아 청취자들한테 추천해주는 서비스와 호스팅을 동시에 하는 서비스다.
세 번째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으로 하고 싶다. 개인적인 분류다. 오디오클립 이건 네이버 서비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에 의한, 네이버가 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서비스인 셈.
그러다 보니 네이버가 선정한 제작자의 오디오 콘텐츠만 채널로 개설된다. 좀 수준 있는 제작자들을 가려 받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 아무나 못한다. 등록과 큐레이션 모두 네이버에서 해주고,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 유입도 수월하다.
참고로 네이버는 자신들은 "팟캐스트가 아닙니다"라고 한다. 오디오 콘텐츠라고 한다. 팟캐스트가 자유로운 공유와 메시지 전파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면,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팟캐스트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네 번째는 해적과 같은 서비스다. 플랫폼이 RSS 주소를 수집해 서비스한다. 중소 플랫폼 혹은 팟캐스트 마니아 사이트를 들 수 있다. NHN벅스의 팟티도 RSS 주소를 애플 팟캐스트에서 따 와서 큐레이션해 서비스했다. 실제 본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팟티 내 채널로 들어가 있었다. 후에 보고 알았다. 기분은 괜찮았다. 더 많은 사람이 들으면 좋으니까.
팟빵이 발끈하게 된 계기는 팟티와 직접적이 연관이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라는 속담이 들어맞는. 팟빵 입장에서는 손해 봐가면서 호스팅 서비스하고 있는데, 그런 자신의 채널이 돈 많은 회사 서비스에 들어가 있으니 열이 받을 수밖에.
팟캐스트 정신이 자유로운 공유와 메시지 전파에 있다면, 이는 비자본 비권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팟티는 팟빵의 주적이 됐다. 팟티가 시장에 안 들어왔다면, 팟빵도 무리해서 RSS를 차단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훨씬 이후가 됐을 것이다.
다음은 김동희 팟빵 대표와의 10문 10 답이다. 최근 팟티와의 갈등, 정책 변경 이후 받게 된 오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었다. 팟캐스트를 하시거나 팟빵 앱을 들으시는 분들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듣보' 채널이지만 팟빵 안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본인 입장에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1. 올해 들어 네이버, NHN벅스 등에서 음성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서비스 강자 입장에선 반갑지 않을 것 같다.
"해당 도메인 내에서 그 역할을 해주면 된다.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고 같이 순풍을 타는 것이니까. 시장을 늘리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2. '팟빵'이 순수 스타트업은 아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 혹은 '대형 상권의 골목 상권 침탈'이라는 논리는 무리지 않나.
"맞다. 팟빵의 모회사는 코리아센터닷컴이다. 100% 출자 자회사로 시작했다. 코리아센터닷컴은 중견기업이다. 팟빵을 시작할 때는 '태그 스토리'로 시작했다. 수익 구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팟빵을 5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누적 결손이 십 몇억 원가량이다. 호스팅비 부담이 많았다. 수익 모델을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금수저 스타트업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에서 (자금을) 끌어당겨 쓰는 것이다. 15명 정도의 태그 스토리에서 했다. 반면 NHN벅스는 상장 기업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한두 명 지날 오솔길을 팟빵이 터왔다. 열심히 터 놓았는데 상장 기업이 들어왔다. 상장 기업 대 스타트업인 셈이다."
3. 그렇다고 해도 팟빵은 팟캐스트 플랫폼 강자다. 자신들이 넓힌 길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이 못 들어오게 차단기를 설치한 게 아닌가? 최근 외부에서 RSS(구독 주소) 수집을 막은 것을 놓고 하는 말이다.
"길을 막고 더 확장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기껏 열어 놓았더니 중장비로 밀고 들어와 '더 넓히겠다'며 밀어내겠다는 것이다. 막은 것이 아니다. 막았다는 개념이 안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길을 열기 위한 목적이다."
4. '팟캐스트 정신'은 무한 공유에 있다. 그 밑바탕은 RSS 공유에 있다. 팟빵에 호스팅 중인 팟캐스트의 RSS를 막은 것은 이런 생각과 정신에 위배되는 게 아닌가.
"RSS를 기반으로 한 시장은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팟캐스트 캣처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때 RSS를 갖고 하는 것이다. RSS 피드를 받아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팟티(NHN벅스의 팟캐스트 서비스) 등의 경우처럼 저작자 동의 없이 RSS를 가져오는 관점이다. 애플 팟캐스트 RSS를 가져왔다고는 하나, 애플이 대놓고 가져가라고 노출한 게 아니다. 뒤에 RSS 주소를 꽁꽁 숨겨놓고 있다. 애플 팟캐스트도 막 공유하라는 게 아니다. 가져갈 수는 있다. 그럼에도 RSS를 무단으로 가져가 자기 것처럼 서비스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구글도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했다. 구글 뮤직에서 한다. RSS 피드를 할 수 없게 했다가 뮤직에 통합했다. 올리는 사람이 추가하는 방식이다."
5. 팟빵 호스팅을 쓰던 제작자 입장에서는 많은 플랫폼에 노출되는 게 더 좋은 게 아닌가.
"맞다. 콘텐츠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많이 보이는 게 유리하다. 반면에 누군가 내가 만든 콘텐츠를 허락 없이 가져간다면 괜찮을까. 양면성이 있다. 큰 그림으로 보면 (RSS 무단 유출은)은 팟빵이 5년 동안 운영해왔던 근간의 붕괴다. 앞으로는 앱에서 발생하는 트래픽보다 AI 스피커,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늘 것이다."
"(팟빵의 정책 변경, 다른 플랫폼과의 분쟁) 등은 팟캐스터 입장에서 유치한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대기업이 들어와 더 좋을 수 있다. 이마트가 쉬면 불편한 것처럼 말이다. 정리가 필요하다."
6. 혹자는 공정위에 신고까지 한다고 했다. 팟빵이 RSS 외부 피드를 막은 것에 대해서. 현재는 어떻게 정리됐나?
"납득을 한 상태다. 공정위에 신고를 하면 이슈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팟티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
7. 또 다른 혹자는 팟빵이 애플 팟캐스트의 RSS를 서비스했던 과거를 잊은 채, 다른 서비스를 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팟빵이 센호스팅을 인수했다는 소문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센호스팅이 이름을 팟빵호스팅으로 바꾼 것이다. 팟빵의 시작은 호스팅 결합 모델이었다. '애플 것 다 긁어와 시작했는데 니들 너무한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2012년도 팟빵이 시작할 때 애플 팟캐스트에 국내 팟캐스트는 30개 정도였다. 그때 그 사이트를 등록했고 호스팅과 동시에 시작했다. 이후 거의 모든 팟캐스트의 원적이 팟빵에 있게 된 것이다. 로봇을 가동해서 RSS 주소를 수집한 게 아니다. 애플 팟캐스트를 프리라이딩했다? 그것은 아니다."
8. NHN벅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중소 사이트나 개인 사이트도 막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구제의 방법이 없다. 전문 앱들 일부가 막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분간 자체적으로 구제할 방법은 없다. 미디어자몽의 몽팟은 팟빵과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한 서비스에는 고지를 드렸다. 몽팟은 된다. 실로암이라는 앱도 있다. 시각 장애인 앱이다. 시각 장애인들도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그런 분한테 문의가 와서 비공개로 열었다."
"팟티에 너무 긴장하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애플을 상대로 점유율을 키워왔다. 팟티가 들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들어왔다고 해서 시장에서 밀린다고 보지 않는다. 대형 자본이 반드시 이기지는 않는다."
"팟티가 네이버 오디오클립처럼 자신의 도메인에서 자체 서비스를 키운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서비스 간 교집합은 생길 수 있다. 팟티가 자체적인 서비스로 성장했다면 전체적으로 막는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팟티는 팟빵 호스팅 팟캐스트를 빼고 남은 수의 90%가 방송사 라디오 팟캐스트다. 진짜 크리에이터가 만든 것은 100개 미만일 것이다. 팟캐스트 플랫폼화를 하려면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다른 서비스의 것을 끌어오기보다는."
"IR에서 이같이 밝힌 적이 있다. 국내 플랫폼 중에서 애플을 이긴 게 있나. 우리 팟빵 앱은 이겼다고 자신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반이니까, OS 간 시장 점유율 덕분에 이겼겠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팟빵은 단순하게 애플 팟캐스트를 미러링 한 게 아니라 자체 서비스로 성장했다. 여러 가지 시도도 했다."
9. 팟빵의 정책 변경이 유료화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전체 유료화는 아니다. 유료화는 중위권 팟캐스트 중에서 특별히 버티컬 콘텐츠를 갖고 있는 분들에 유리할 것이다. 상위 팟캐스트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분들은 많은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상위 100위, 200위, 300위 정도 되는데 광고 수익이 크지는 않아도, 고유의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팟캐스트들이 자체적으로 유료화를 할 수 있다. 이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 웹툰 비즈니스라고 보면 된다. 포털이 전에는 웹툰을 서비스하고 광고 수익을 거뒀다. 그러다 레진코믹스 등 유료 웹툰 플랫폼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가치 있는 콘텐츠라면 돈을 지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폐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털 안에서 취미로 하던 게 산업으로 발전했다. 이번 유료화 정책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10. 팟빵에만 콘텐츠를 올려야 하냐는 우려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각자 알아서 올릴 수 있다. 단지 RSS 발행이 안되면서 제작자들한테 불편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청취자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 있다. 그래도 90% 이상인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를 이용자들은 달라질 게 없다. 나머지 10%는 불편할 것이다. 이 분들 중 상당수는 팟빵이 불편하고 싫어서 간 분들이다. 연말까지 팟빵 앱을 더 편리하게 만들 계획이다. 불편해졌으니 팟빵이 미우실 수도 있다. 사과드리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