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을 보는 상반된 두 시선

by 팟캐김

설 연휴가 지나면서 조기대선 분위기가 서서히 감지됐다. 그전에도 조기 대선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왔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시기와 적절성에 있어 신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12월에는 계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고, 연말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조기 대선을 언급했다가는 여론의 질타를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하는 일부 지지자들의 눈치를 봤고 더불어민주당은 오만하게 보일까 여론을 살폈다.


사건·사고도 있었다.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에서 발생했던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그 그 예다. 황망하게 많은 생명이 떠나간 탓에 여야 모두 정쟁을 멈추고 애도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다. 조기대선 분위기는 어림 없었다.


1월 한달이 윤 대통령 체포, 서부지법 난입 사태 등을 겪으며 보냈고 어느샌가 2월이 됐다.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목이 그쪽으로 몰리면서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탄핵정국’이 실감이 됐다. 야권에서는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디어 입장에서도 새로운 이슈가 필요했다. 방송 카메라는 돌아가야 했고, 뉴스 페이지는 주목받을 만한 기사로 채워져야 했다. 누군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했다. 이를 잘 알고 주인공처럼 무대 중앙으로 들어온 이가 바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다.


물론 이전부터 이 대표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주목받던 정치인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악플도 관심이다’라고 했던가, 그에 대한 비난 보도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그가 ‘대형 정치인’인데 있다.


계엄 이후 탄핵으로 ‘권력 공백’ 상황이 길어지자, 그의 위상과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누가 봐도 강력한 차기 권력이었다. 당내, 당밖 어느 누구도 그의 존재감에 범접할 수 없었다. 몇몇 잠룡들이 있었다고는 하나 큰 주목을 못받았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민주당과 이 대표는 대권 후보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2월 들어 정책 행보를 뚜렷하게 보였다. 그는 “취임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력 대권 후보 시절 내세웠던 ‘7-4-7’ 공약과 유사했다.


이 대표는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 시리즈’ 공약을 잠시 내려 놓고 대선주자로서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언론은 이를 두고 ‘우클릭’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이유로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지급 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는 ‘주 52시간제’ 상한 적용의 예외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포기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입장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대권 주자들이 자당 내 반대 세력을 포용하며 ‘통 큰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과 유사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직접 이를 ‘대선 준비’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조기 대선을 대비한 움직임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이 탄핵 반대 정서와 극우·기독교 세력의 결집 덕분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결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존재감과 함께 대선을 치르기도 어려웠다. 계엄으로 국회를 장악하려고 했다는 시도 자체부터가 ‘역대급’ 걸림돌이었다.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층 여론은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에 무게중심이 가 있었다.


지난 2024년 4월 22대 총선 대패도 따지고 올라가보면 윤 대통령의 비호감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총선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여론 지지율은 근소하게 여권이 앞서는 흐름이었다. 정치평론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의 압승을 전망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과 비명계 탈당 등이 겹쳤고 이재명 대표 중심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 여론도 있었다. 국민의힘에 분명 유리한 국면이었다. 사후적인 평가이긴 해도 이런 흐름이 윤 대통령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철회, 현실과 동떨어진 (대파) 물가 발언 등은 여론의 반감을 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낮다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행동은 국민의힘의 총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더 큰 충격은 총선 열흘을 앞두고 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였다. 4월 1일 실시한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의대 정원 확대 등 현안을 언급했지만, 국민들이 기대한 국정 쇄신 메시지는 없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비호감도는 더 높아졌다.


당내에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담화 발표 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총선을 준비하던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는 끝났구나’라고 한숨을 쉬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고집이 국민의힘 총선 전략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내 극우적 발언이 횡행하는 등 악재는 계속됐다.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국민의힘의 패배는 불 보듯 뻔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윤석열+극우’ 이미지를 가진 국민의힘이 승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요구하며 시간을 버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가 명분과 절차, 과정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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