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7일. 평범한 금요일로 그날 만큼은 별일이 없기를 기원했다. 금요일인만큼 제 시간에 퇴근해서 가족을 보고 싶었던 생각 뿐. 때마침 주목할 만한 일도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기일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외에 큰 특이사항이 없었던 때였다.
오후 느즈막한 때 즈음에 올라온 속보 하나. ‘[속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기자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뉴스였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구속 기소 절차 등을 문제 삼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짐작 못했다.
게다가 때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변론 절차를 종료하고도 일주일 넘게 지난 때였다. 선고를 위한 평의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판결문을 거진 다 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르면 3월 11~14일, 늦어도 그 다음주 정도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여부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때 이후로는 그야말로 ‘조기대선’ 체제다. 민주당도 기자들도 마음을 놓고 있었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처럼 윤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에서 나오게 됐다. 구금 51일만이다. 구속기소가 된지는 40일이었다. 석방의 골자는 절차상의 일부 오류였다.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날짜 수대로라면 검찰의 기소가 온당하나 상대는 법기술자였다. 정확히 하루를 24시간으로 따졌고 구속기한 만료와 실제 기소 간에 몇 시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법을 잘 모르거나, 혹은 잘 알더라도 일반 피고인들에게는 적용될리 없는 이례적인 판단이었다.
관례대로라면 검찰은 항고하지 않고 법원의 석방 판단을 받아들여야 했다. 촘촘히 법 사항을 따지고 들어가면 본인들의 잘못이자 귀책사유였으니까. 민주당은 검찰의 안일한 기소를 비판했고 항고를 요구했다.
난감해진 검찰은 끝내 항고를 포기했다. 재판부의 석방 이유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 상식으로 봤을 때 법 규정이 모호할 때는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도록 했다. ‘날짜’냐 ‘시간’이냐를 따지고 봤을 때 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봤을 때 그랬다. 달리 보면 불구속 상태일 뿐 그가 받아야 할 재판은 변함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검찰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 변호인들을 안일하게 봤다. 평생 법으로 먹고 산 사람들인데 어떻게 해서든 허점을 찾아내고 이용할 것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거짓 증언’으로 추정되는 진술도 서슴없이 헌법재판관들에게 했다. 예컨대 ‘의원들을 끌어내라’이다. ‘요원들을 끌어내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긴 했는데, 당시 국회 상황을 봤을 때 얼토당토하지 않은 변명 같았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은 계엄의 정당성을 거듭해서 주장했다. 자신들의 상황이 법리적으로 불리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헌법 조문을 인용하며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이자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체포, 수사 주체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부적성을 제기했다.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한 적법성보다는 상대(검찰, 공수처)가 하는 절차의 위법성 여부에 집중해 공격했다.
이는 공수처가 본인을 내란죄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체포에 불응했다. 애꿎은 경호처와 대통령실 직원들만 ‘모시는 대통령’과 ‘집행하러 온 공권력’ 사이에서 어느 편에 들지 선택을 강요받아야 했다. 어디까지가 적법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고, 이후 어떤 후과를 겪어야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다. 한 사람의 판단 착오가 여러 사람의 인생을 흔들리게 만든 셈이다.
다음날인 8일 오후 5시40분께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차에 타지 않은 채 여러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마치 정치적 탄압으로 구금됐다가 나온 투사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곧장 자신의 입장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 우리 미래세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윤 전 대통령의 석방이 현실이 되자 여야는 각기 다른 입장을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의 항고 포기를 높게 평가했다. 이들은 ‘늦게라도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식 논평을 보면 민주당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내란수괴의 졸개이기를 자처한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은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구치소를 나오면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차량에 탑승해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는 등 개선장군 같은 모습을 보였고 이는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임을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다.”
민주당이 우려했던 부분은 사실 따로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반(反) 민주당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혹여 광화문에 나와 있는 지지자들과 연대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봤다. 소요사태로 불거질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조선일보에서도 했다. 그 다음날 10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자중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도 윤 대통령의 신분을 놓고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라고 규정했다. 내란 등에 있어 혐의를 벗은 게 아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봤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민 갈등을 치유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비록 다른 한 켠에서 보수지라는 비판을 받는 게 조선일보이지만, 조선일보도 국가 위기적인 상황에서는 본질을 꿰뚫는 평가를 한다. 국가 운영에 있어 중요한 덕목을 바로 본다고 할까. 조선일보 입장에서도 마냥 윤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듯 하다.
한 예로 조선일보에서 유명 기자로 이름을 날렸고 월간조선 편집장을 했고 보수 논객으로 잘 알려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윤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했다. 그들을 향해 ‘가짜 보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