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되는 탄핵선고, 슈퍼위크 열리다

by 팟캐김

국회, 특히 야당쪽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 기일을 3월 중순 정도로 예상했다. 빠르면 3월 초순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4월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소수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탄핵 반대 여론이 많이 올라왔다고 하지만 다수인 탄핵 찬성 여론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도 국회에 군인들이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충격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들의 변론도 긍정보다는 부정 의견이 많았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은 더더욱 실망스러웠다. 자기 변명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국회가 자신을 반대한다고 해서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사고 방식 자체를 망상으로 봤다.


그러는 사이 보수 진영은 분열됐다. 이른바 광화문파, 여의도파의 갈등 양상이다.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와 국민의힘 주류 세력 간 갈등도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윤상현 의원 등 일부는 여전히 전 목사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선 차이가 분명해 보였다.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대선 가능성까지 따져봐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극우·기독교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는 광장 탄핵 반대파와 거리를 둬야 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한결 여유를 둘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다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가 뜨고 조기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라고 여겼다. 탄핵 반대파가 있다고 해도 조기대선 국면으로 돌입하면 곧 소멸할 것이라고 봤다.


물론 윤 대통령의 석방이 보수 결집의 구심점이 될 수 있겠으나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민주당에서 누군가는 ‘석방됐다고 윤석열이 웃는 것도 길어야 열흘이다’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인용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과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 때를 보면 헌법재판소는 열흘 안팎의 심리 기간을 거쳐 결론을 냈다.


허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새롭게 전개됐다. 탄핵 심판 선고가 계속 미뤄진다는 점이었다. 예상했던 3월 14일이 가까워졌는데도 헌재는 요지부동이었다. 보통은 2~3일 전에 선고기일을 통보했는데 직전 날인 13일이 되어도 없었다. 혹자는 5월 황금연휴 이후 바로 대선날이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헌법재판소장 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이 만장일치 탄핵 인용 의견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누군가는 탄핵 반대 세력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예상했던 시점보다 탄핵 선고가 늦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러다 이재명 대표 2심 선고 기일 뒤로 밀리는 것 아냐”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2024년 11월 선거법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도 실형을 받게 되면 그의 대선 도전은 차질을 빚게 된다. 설사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해도 이재명 대표의 대선 가도는 차질을 빚게 된다. 3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유죄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고 해도 상대방에서 ‘3심까지 기다려보자’면서 당선 무효를 주장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표 2심 선고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 시점보다 밀리면 어떡하냐’라는 걱정은 현실이 됐다. 3월 19일 수요일 저녁이 되어도 헌법재판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관련 어떤 공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대로 한 주가 더 지나간다면 3월 28일이 탄핵선고일 후보가 된다.


결국 3월 21일 금요일이 지났다. 24일 월요일로 시작하는 3월 마지막 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슈퍼위크가 됐다. 우선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일이 24일로 잡혔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이 대표의 2심 선고일이 있었다. 만약 그 주 금요일(28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잡히면 월요일은 국무총리, 수요일은 제1야당 대표, 금요일은 대통령이 법정의 선고를 받게 될 터였다.


이 중에서도 월요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심판은 기각이 유력해보였다. 민주당 일부, 특히 지도부와 거리가 먼 당직자들 중에서도 이 같은 예상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게 ‘파면’ 조치를 할 만큼 위헌적이었는지가 논란이었다. 야당이 제기한 탄핵소추안이 근거가 부족했고 정파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심어준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전에도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남발된다고 비판을 듣곤 해다. ‘이런 것까지 탄핵해야 하냐’라는 비판이 그들(지도부)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선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무기로 탄핵이 쓰인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다.


특히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국회가 직접 나선다는 점에 있어서는 여러 무리수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선은 전례가 없었다. 공수처라는 조직이 있고 검찰 조직의 징계 절차가 있었다. 그들의 ‘솜방망이’ 징계를 믿을 수 없다고 그들을 탄핵하는 게 과연 ‘정의’라는 관점에 부합할까. 그 탄핵이 정의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까.


3월 24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항간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 총리는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최초로 탄핵소추를 받은 국무총리이면서 살아남은 첫 총리가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무리한 탄핵이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민주당을 쏘아 붙였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이변도 없었으며, 억지 탄핵을 밀어붙인 민주당도 예상했던 결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더불어탄핵당’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이번 탄핵 기각은 ‘탄핵 9전 9패’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연쇄 탄핵을 시도한 것은 정략적 계산에 따라 대한민국 행정부와 헌정 질서를 마비시키려는 거대 야당의 내란 기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 한 사람만 잡겠다’라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24일) 당장 선고기일을 정하고 내일(25일) 선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민주당이 느끼는 다급함의 표현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선고보다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앞서게 되면서 조기대선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끝난 후, 어느 정도 정치적 여유를 갖고 이 대표의 선고를 기다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조기대선 판이 확정된 이후에 유력 후보자를 (법원이) 내치겠는가’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사실 민주당도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의 2심 선고(26일 공직선거법)가 무죄로 귀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대한 실형을 피하면서 3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하로 형량을 줄여보자는 전략이었다.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형을 받는다고 해도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게임 끝’이라고 봤떤 것 같다. 헌법 84조가 그 근거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고 윤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경우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고 이 대표는 3심에서도 유죄를 피하지 못한다. 국가적으로도 예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돌았다. ‘탄핵이 기각된다고 해도 나라 망할 일 없다’는 게 골자였다. 2024년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도전했던 김두관 전 의원은 혹시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된다고 해도 임기단축 개헌을 하면 된다고 봤다. 민주당의 재탄핵 시도가 있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살아남을 유일한 수는 ‘임기단축 개헌’이라고 본 것이다.


어찌됐든 분수령은 이재명 대표의 2심 공직선거법 선고였다. 유무죄와 상관없이 이 대표는 출마를 하겠지만 ‘가볍게 출마하느냐’, ‘무겁게 출마하느냐’가 갈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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