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탄핵선고, 초조해진 야당

지쳐가는 국민들

by 팟캐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리스크 하나가 덜어졌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초조함은 계속됐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에 뜸을 들인다고 여겼다. 기자들도 무슨 이유로 선고가 늦어질까 궁금했다. 갖가지 억측이 나왔다. 혹시 탄핵 선고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헌재는 한달 전인 2월 25일 서둘러 변론을 종결했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열흘에서 2주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초조함이 괜한 게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조차도 3월 초중순이면 선고가 나올 것으로 여긴 듯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던 게 그 예다. 3월 20일 두 사람은 만났다. 분위기는 차기 대선주자와 국내 최대 기업 CEO의 만남인데 직함은 어색했다. 그때까지 이 대표는 야당 대표의 신분이었다. 국내 최고 정보력을 자랑하는 삼성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일 것이다. 대선주자로 만날줄 알았던 사람이 단순히 야당 대표라니.


야당의 초조함,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대행’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까지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끌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9명 체제를 완성시켜주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탄핵 기각 의견이 3명인 상황이라면 서둘러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9명 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된다는 점이다. 그 날짜까지 지나면 탄핵심판은 유야무야된다. 다시 헌법재판관 구성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 정국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다시 또 탄핵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다. 3월 22일 탄핵심판에서 살아 돌아온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재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무위원 줄탄핵 얘기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런 야당을 “내란 세력”이라 지칭했다. 급기야 서로가 소러를 고발하는 그림까지 연출됐다. 누가 봐도 고약한 그림이었다.


언론도 지쳐갔다. 헌법재판소 앞 상주 취재진은 물론, 국회 기자들조차 피로감을 감추지 않는다. “어떻게든 결론 좀 나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정치가 국민을 지치게 만든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좀 심한데’라는 불평이 절로 나왔다.


그러는 사이 국회 경내엔 매화꽃이 피었다. 겨울을 넘어 어느덧 봄이 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불안감은 더 커졌고 여러 억측이 사실처럼 메신저를 타고 흘렀다.


법리만 따지자면, 탄핵 인용 쪽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었다. 보수 유권자 중 30%가 탄핵에 찬성했다. 조갑제 같은 원로 인사조차 윤석열 대통령을 ‘미치광이’라 칭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그 역시 8대0 인용을 점쳤다. 그런데도 묘한 불안감이 멤돌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지라시가 카카오톡방을 돌았다. 별별 얘기가 있었다. 4대4로 기각될 것이라는 설이 있었다. 민주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미래민주당에서도 그런 예상을 했다.


그 와중에도 여야는 쉬지 않았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두고 충돌했다. 평소라면 누군지도 모를 헌법재판관이 전국적인 인사가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민주당에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종용했다.

정치권이 정쟁을 일삼는 사이 참사가 또 일어났다. 3월말에 있었던 경북 산불 참사였다. 서른 명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운신하기 어려운 노약자가 사망자의 대부분이었다.


이 사건을 두고도 여야는 서로 ‘네탓’을 했다. 특히 여당이 야당 탓을 하며 공세를 높였다. 지난해 말 예산을 깎아서 복구비가 부족하다는 주장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말하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저격했다.

이 와중에 경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각 기관에서 성장률 전망을 하향해 조정했다. 1%대 초반대까지 예상 성장률이 낮아졌다. 생산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 악화됐다.


수출 대한민국에 중요한 지표인 원·달러 환율도 심상치 않았다. 계엄 선포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3월 중순 이후에도 1470원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외부 변수보다 정치 리스크가 환율을 끌어올렸다.

크게 보면 윤 대통령의 계엄이지만 사안별로 보면 고질적인 정치 무능이 한국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 잠재성장률보다도 못한 경제성적표를 우리 국민들은 받아들여야 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의 신뢰를 이미 잃었다. 그런 대통령이 다시 돌아온다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뭔가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다. 그 기점은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그리고 새정부의 새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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