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이 정해졌다...몇대몇?

by 팟캐김

2025년 4월 1일 만우절. 전 세계인이 거짓말과 장난을 즐기는 날이다. 만우절 거짓말처럼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조 윤핵관’으로, 그의 취임 초기에 막강한 권세를 누렸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였다. 부산 사학재단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국회의원도 3선을 지낸 그가 이렇게 쉽게 갈 줄은 몰랐다.


2000년대 이후 성 혹은 뇌물 문제에 연루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한 이들은 주로 진보 진영 정치인들이었다. 고결한 삶을 살아온 리더로서 존경을 받던 이들이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의심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수치였고 삶을 끝낼 이유였다.


이런 맥락에서 장 전 의원의 죽음은 여러 충격을 줬다. 이 중에서도 윤석열로 상징되는 권력의 종말을 암시하는 신호 같았다. 그의 혐의점이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고 최근 들어 언론에 알려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진짜 ‘권력의 끝’이 온 것 같았다.


어쩌면 22대 총선 전부터 그의 말로는 예고됐을지도 모른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장 전 의원은 용산의 압박에도 선거에 나서겠다는 점을 밝혔다. 이후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치권에서는 ‘캐비넷이 열린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지역 정치인이자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유력 정치인의 허무한 죽음을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실감했다. 어떤 게 과연 행복일까. 돈이 많고 높은 지위를 갖는다고 해서 행복은 다가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장 전 의원이 보통의 정치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늘 그렇듯 화려해보이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그즈음 두눈을 의심하는 소식이 올라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정청래의 알콩달콩. 4월 4일 오전 11시, 헌재 선고 연락 받았습니다.”


언제 정도 선고기일이 잡히나 기다렸는데, 막상 그 소식을 접하게 되니 그또한 거짓말 같았다. 더구나 4월 1일은 화요일이었고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하루가 더 빠르게 선고기일이 잡혔다.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금요일 선고를 앞두고 수요일 기일이 통보됐다.


‘이것도 지라시 아냐?’라고 어리둥절하던 차에 두 번째 메시지가 돌았다. 헌법재판소 출입기자들이 받은 공보국 공식 문자였다.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2025. 4. 4.(금)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방송사의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이 허용됩니다.”


헌법재판소의 공식 발표까지 접하고나니 ‘이제 진짜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노트북을 열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탄핵 인용을 절실히 바란다”는 논평이 나왔다.


참고로 이들 소식 모두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접했다. 인터넷 시대가 기자들에게 준 편리함이라고 할까, 기자실에 앉아서도 각종 소식을 접해볼 수 있었다. 팩스로 기사 원고를 보내야 했던 30년 전 선배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소식이 진위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채 빠르게 퍼진다. 특히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단체카톡톡방 문화는 ‘지라시’ 유통에 큰 역할을 했다. 누구나 쉽게 만들고 쉽게 배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여론전을 위해 일부러 퍼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들이 헌법재판소 선고일 통보 소식을 단번에 믿기 어려웠던 것도 그간 지라시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이었다.


물론 흥미로운 해석도 여럿 있었다. 예컨대 선고가 있는 4월 4일에 대한 해석이다. 4라는 숫자가 두 번 겹치니 ‘왕이 죽는다’라는 해석이 붙었다. 공교롭게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死월 死일 一十一시(王)”


우연하게도 4월 4일은 계엄령이 발령된 12월 3일 이후 정확히 123일째 되는 날이었다. 1, 2, 3이라는 숫자를 한자로 겹쳐 쓰면 또 왕(王)이 된다.


이런 글이 돌면 ‘탄핵 인용’에 대한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커진다. 이후 다른 정보를 접하게 된다고 봤을 때 ‘탄핵 인용’과 관련된 정보에 더 귀기울이게 된다.


여권 지지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4대4 동수로 기각될 것’이라는 해석이 퍼졌다. 듣고 보면 또 ‘그런가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윤 대통령의 세례명이 ‘암브로시아’라는 점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나왔다. 어떤 이들은 암브로시아가 죽은 날이 4월 4일이라며 그가 죽을 운명이라는 ‘운명론’을 펼쳤다. 반대편에서는 “암브로시아는 그리스어로 ‘불멸’을 뜻하니, 윤 대통령은 돌아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밀이 많을 때 억측도 늘어난다고 했던가, 헌법재판소 내 하나의 작은 행동, 단서 하나에도 큰 의미가 붙었다. 한 예로 “평의 중 큰소리가 났다” 식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얘기에 다양한 해석이 붙었다. ‘헌법재판관 들 사이에 이견차가 커서 뜻이 모이지 않았고 그러면서 늦어졌다’ 식이다.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탄핵 인용은 분명해 보였지만 갖가지 그럴싸한 지라시는 기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은밀하게 ‘나만 아는 것’ 같은 정보는 더 자극적이었다.


그나마 선고일이 확정되면서 소문도 잦아들었다. 법조기자들의 간접 취재로 헌법재판소 내부 사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본 것처럼 어떤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뭔가 평온한 분위기였다.


누군가 이렇게 해석했다. “4대4나 5대3이라면 재판관 간 합의가 어려워 혼란스러웠을 텐데, 분위기가 안정된 걸 보면 ‘8대0’으로 결론 난 것 같다.”


또 다른 해석도 있었다. “헌재가 노무현·박근혜 때보다 다룰 사건이 많아 선고가 늦어진 것”이라는 것. 실제로 민주당은 30회 가까이 탄핵을 시도했고, 권한쟁의 심판 등도 수차례 제기했다. 과도한 탄핵 시도가 윤 대통령 선고 시점을 늦췄다고 해도 틀린 추론은 아니었다.


선고일 하루 전, 헌법재판소는 주위를 차벽으로 둘러쌌다. 경찰특공대가 배치됐다. 지난 서부지법 사태의 사례가 있었던지라 헌재 주변의 경계는 삼엄했다.


국회 주변 경계도 강화됐다. 정식 국회 출입증 없이는 국회 정문을 통과해 들어갈 수 없었다. 기자들은 ‘탄핵 인용’과 ‘기각’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기사를 나눠 준비했다. 4월 4일 오전 11시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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