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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 모양 금리곡선...'시장 불안감' 반영

by 팟캐김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추이를 보면, 중기채라고 할 수 있는 2년물·3년물이 뚜렷하게 내려앉은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중단기적으로 시장이 불확실성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우선 단기 구간을 보자. 6개월물까지는 약 4.2% 수준으로 미국 연준의 연방기준금리(4.25~4.50%)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연준이 일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아직까지는 긴축 기조임이 분명하다. 당장의 금융 여건은 여전히 빡빡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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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기 구간이다. 2~5년물은 초단기물과 비교해 뚜렷한 역전 현상을 보인다. 이는 곧 “앞으로 2~5년 동안의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진 상황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영한다.(단기적으로 봐도 당연한 전망이지만...) 즉, 경기 둔화와 그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미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기물이 장기물보다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불확실성이 클 때는 장기물보다 중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중기물 금리가 더 크게 내려간 것이다. 결국 시장은 중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고, 이는 경기 침체 우려와 맞닿아 있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큰지, 금리 인하 기대가 더 큰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2~5년 안의 금리를 3%대, 혹은 그 이하로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장기채는 다시 금리가 높아졌다. 10년물 이상에서 4.7~4.8%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재정적자 확대, 국채 공급 증가를 시장이 미리 반영한 결과다. 단기·중기 경기 둔화 전망과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물가와 재정 압력이 여전히 깊게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채는 듀레이션(가격 민감도)이 길어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장기채 가격은 크게 오르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진다. 그런데도 최근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금리 경로 전망보다 물가 불안과 재정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단기 역전이 의미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앞날, 즉 중기적 관점에서 경기 둔화를 뚜렷하게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침체, 장기적으로는 물가 불안이라는 이중 위험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고율 관세 확대와 감세·재정 지출 병행이라는 상충된 정책 조합도 이러한 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읽힌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물가 불안이라는 두 개의 파고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한 차례 ‘악몽 같았던’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까스로 누그러뜨렸지만, 다시금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금리곡선에 선명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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