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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Nov 22. 2020

0%대 금리가 서글픈 이유

올해 5월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했습니다. 기존 0.75%에서 0.25%포인트 내린 것입니다. 


금통위는 지난 4월초 긴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때 무려 0.5%포인트를 내렸습니다.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뒤 채 두 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기준금리를 또 내린 것이죠. 


우리나라 최고 경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금통위원들이 최근 한국 경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금리 인하 약발은 2000년대 들어 잘 먹히지 않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통화가 있는 나라(달러, 엔화, 유로)들은 자국 통화를 찍어 시장에 푸는 정책을 같이 쓰곤 합니다. 국채 같은 우량 채권을 사들여, 채권 시장 금리를 낮추면서 시장 유동성(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나서 국채 같은 시장의 우량 채권을 매입하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시장에 유통되는 현금이 늘어나게 되고, 부가적으로 채권 가격 상승의 효과를 내게 됩니다.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금리는 떨어지고, 이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시장 금리를 낮게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기준금리 추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부분입니다. 더 떨어질지, 아니면 1%대로 회귀할지 여부입니다.


이를 따지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점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는 하나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경제에 한국은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 나라의 통화 정책에 따라 한국의 통화 정책도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더 높은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부터 말씀드리자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려도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선진국들의 금리가 0%대에 수렴하고 채권 매입을 통한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가져갔기 때문이죠. 한국이 0%대 금리를 가져가도 이들 선진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니까요.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로 요약 가능)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세계는 돈풀기 경쟁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내부 상황과 관련 있습니다. 시장금리는 통상 미래 경제성장률과 물가 성장률을 반영합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물가상승이 기대된다면 금리 또한 뛸 수 밖에 없죠. 


(경제성장률이 높은 개발도상국들의 금리가 높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들 나라들은 기준금리도 높게 가져갑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도 우리나라의 최대 잠재성장률은 2.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특별히 경제정책을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성숙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죠. 특히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0%만 되어도 ‘선방했다’ 평가할 정도입니다. 


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소비활동 감소에 따른 물가상승 둔화까지 예상되니, 금리가 뛸 이유는 없게 됩니다. 


(다만,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시장금리가 뛸 수 있습니다. 금융 시장에 또다른 충격이 와 은행들이 돈 빌려주기를 주저하고, 채권에 대한 수요가 몰릴 때 등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모습이죠.) .


구조적이고 필연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안정화된’ 선진국 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입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사회가 안정되면 금리는 내려갑니다. 고대 로마도 지중해를 통일했던 시기에는 금리가 낮았습니다. 


서유럽이나 일본의 금리가 낮은 것은, 그들이 저성장 국면에 있다는 점 외에, 세계적으로 안정된 사회라는 데 있습니다. 대내외적인 변화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지요.금리, 곧 이자는 미래 리스크에 대한 비용일 수 있습니다. 이런 미래 리스크가 낮다보니, 이를 헷지하는 이자도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은 걱정은 두가지인데요, 첫번째가 인플레이션이고, 두번째가 미국 연준의 정책 변경입니다. (코로나19가 퇴치된다는 전제 하에) ‘시장에 돈이 많아지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이건 1930년대 독일이나 19세기 대원군이 뿌렸던 당백전에서 그 사례를 볼 수 있어요. 화폐 가치가 엄청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죠. 이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해당 나라의 경제는 파멸 상황까지 갑니다. 더이상 경제주체들이 제대로된 활동을 못하는 것이죠. 


조선말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왔던 당백전


현재 봤을 때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불거진다면 한꺼번에 엄청난 파고로 올 것입니다. 쓰나미가 몰려오듯이 말이죠.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도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대로 떨어뜨리고 인위적으로 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미국 경제가 살아나서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혹은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해서, 자기가 살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높여 이를 억제하려고 하면 당장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리스크를 감안해서 되도록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려고 했고요.


결론으로 들어와보겠습니다.


지금의 저금리 상황은 ‘시장에 돈이 넘치는데 돈을 투자하고 쓸 곳이 마땅치 않다’라고 요약할 수도 있습니다. 잠재 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 돈이 공장을 만들고 고용을 하는 데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결국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몰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은 누가 갖고 있을까요? 바로 자산가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있는 사람’들인 것이지요. 이들의 돈이 불어나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재산 증식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집값이 하나의 예가 되겠네요.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격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또 저금리 사회는 곧 저성장 사회를 뜻합니다. 그런 저성장 사회에서는 ‘없는 사람’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재산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있는 자’와의 힘의 균형에서, ‘없는 자’들이 밀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앞으로 도래할 저금리 사회가 두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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