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암담한 이유

by 팟캐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4년 전까지 1300원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는 1200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입니다. 그나마 지난달 크리스마스 직전 1480원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낮아진 수준입니다.


우리가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이런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지, 혹은 떨어질지 여부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의 투자 전략에도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는 달러 등 외화 환투자에 대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고, 더 나아가 해외 자산 매수·매도에 대한 포트폴리오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요국 통화의 대원화 환율.png


◇ 환율은 무엇일까?


먼저 환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환율은 우리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 적용되는 ‘교환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라는 것은 1달러를 우리 원화 1400원과 교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대적인 숫자로 표현된 하나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1달러에 1400원이라고 해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은행에서 1달러를 산다면 대부분 1400원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은행 수수료가 붙기 때문입니다.


다음 화면은 하나은행의 외화 환율 표인데,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가 꽤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팔 때, 즉 내가 달러를 가지고 은행에 와서 원화로 바꿀 때는 1422원 정도를 받습니다. 반대로 달러를 살 때는 1472원 안팎을 지불해야 합니다. 약 50원의 차이가 나는데, 이 차이가 은행의 환전 수수료와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스프레드가 1.75%라면, 은행이 환전 중개 과정에서 약 3.5% 수준의 수수료를 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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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수료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환전이 잦은 외화일수록 수수료율은 낮아집니다. 달러나 엔화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환전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화는 수수료가 더 높게 책정됩니다. 여기에 더해 환율 변동성이 큰 통화일수록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해당 국가의 경제·정치 상황에 따라 환율이 크게 흔들릴 경우,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환율’이라는 단어는 원화와 외화 전반의 교환비를 뜻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원화와 달러의 교환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환율’이라고 하면 ‘달러를 사는 데 드는 원화 가격’이라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경제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정확히 표현하지만, 뉴스에서 단순히 ‘환율’이라고 하면 대체로 달러 가치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표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환율이 올랐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바꿔 말해 1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의 양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1달러에 1200원이던 것이 1400원이 됐다면, 이를 두고 ‘환율이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환율이 오르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가 쨍쨍하면 아이스크림 장수가 웃고 우산 장수가 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업에는 유리합니다. 예컨대 1달러어치를 수출해 환전받을 경우, 예전에는 1200원이었지만 환율 상승 이후에는 1400원을 받게 됩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원화 기준 수익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난다’, ‘수출기업이 웃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환율을 높게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가 있었습니다. 수출기업의 수익을 늘려 고용과 세수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곡소리가 납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수입업자들입니다. 예를 들어 양파를 수입하는 업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과거에는 1200원을 내면 됐지만 환율 상승 이후에는 1400원을 내야 합니다. 이 원재료를 사용하는 음식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게 됩니다. 식량과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나 일본 소비자에게 환율 상승은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현 정부뿐 아니라 전임 정부 역시 라면값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서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인데 기업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다는 지적이었습니다. 2022~2023년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환율 상승으로 원화 기준 수입단가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로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자주 쓰이는 표현이 원화 약세, 원화 강세입니다. 강달러, 약달러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입니다. 원화 약세란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거나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는 뜻이고, 원화 강세는 그 반대입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이렇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사과 한 개를 사는 데 미국 소비자는 1달러를 내고, 한국 소비자는 1200원을 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후 원화 약세가 진행되면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1달러를 내지만, 한국 소비자는 1400원을 내야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1000원을 기준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작년에 1000원으로 배 1개를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0.5개밖에 못 산다면 원화의 구매력이 절반으로 떨어진 셈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기억하면 ‘환율이 올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원화 가치가 떨어졌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겠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제 뉴스도 훨씬 읽기 쉬워집니다.


투자 관점에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런 흐름은 환투자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원칙에 따라 원화 가치가 낮을 때 외화 자산을 매입하고, 이후 원화 가치가 회복될 때 되파는 방식으로 환차익을 노릴 수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입하는 현상도 환율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가격의 주식이라도 환율이 높을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더 적은 달러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들도 직접 달러와 원화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달러 RP나 은행의 외화예금이 대표적입니다. 자산가 중에는 실물 달러를 보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금융계좌를 통해 달러와 원화를 오가며 환차익을 추구합니다.


◇ 최근 달러 환율은 왜 올랐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이 현 정부의 ‘돈 풀기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입니다. 국내 재화·용역뿐 아니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 주장은 이론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학문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명확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석에서 할 수 있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만, 기자나 학자가 공식적으로 단정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환율 예측은 코스피 예측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변수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M2 통화량(체크카드 잔액까지 포함)의 추이입니다. 현 정부 들어 확장 재정 기조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과거 정부들과 비교했을 때 통화량 증가폭이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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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약 20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등이 풀렸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체 통화량 약 4200조 원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물가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투자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 7976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158억 달러 증가했습니다. 3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입니다.


같은 기간 해외 증권 투자는 1조 1259억 달러에서 1조 2140억 달러로 890억 달러 늘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해외 채권 투자도 이어졌습니다.


이를 쉽게 풀면, 미국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환율을 ‘달러를 사는 비용’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여기에 수출기업의 행태 변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대부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달러 공급이 늘고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했다가 빠르게 안정된 것도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대거 국내로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달러를 보유한 채 국내에 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미국 등 해외 투자에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가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어난 셈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대기업들을 불러 달러를 국내에 유입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 의지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아래로 빠르게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미 간 물가 안정 이후 본격화된 금리 차이도 환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2023년까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한미 금리 차이가 2%포인트 이상 벌어져도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양국 모두 물가 상승률이 3% 아래로 내려온 상황에서는 금리 차이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원화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서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 주식에 더 관심을 보이고, 수출 대기업들 역시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더 적극적일까요. 다시 말해, 왜 원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이 단기간에 개선될 조짐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상황입니다.


제가 아는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인이 가장 유심히 봐야 할 경제지표로 ‘GDP 성장률’ 하나를 꼽았습니다. GDP 성장률은 한 나라가 벌어들이는 총소득의 증가율인데, 이 수치가 계속 둔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0.9%에 그쳤습니다.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이런 성장률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내수 시장이 크게 확대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자본은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찾아 움직입니다. 최근 환율 흐름은 이런 한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 정책에서도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자칫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특히 한국은 경제 규모나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제시해야 해외 자본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그 수익률의 기준 중 하나가 기준금리인데, 저성장 국면에서는 이를 높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00원대나 그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사례가 그 예입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해외 자산의 분산 투자를 권하고 있습니다. 주식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 하더라도 달러 예금 계좌 정도는 만들어 꾸준히 외화를 보유하는 전략을 검토해 볼 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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