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망도 자기가 믿는대로 나오더라
코스피가 '꿈의 5000' 턱밑까지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이렇게까지 빨리', '5000까지' 달성할지는 미처 몰랐을 것입니다. 정권 교체만으로도 3000선을 넘어 4000선까지는 갈 것이라고 봤을 것 같습니다. 어렴풋하게 '5000까지만 가자'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코스피가 '더 오를까', 혹은 '이젠 떨어질까'일 것입니다. 더 오를 것이라면 여전히 우리 주식에 대한 '투자 적기'가 됩니다. 떨어진다면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에 시동을 걸 것이고 개인 투자자들은 인버스류 상품을 찾겠죠.
투자업계에서 닳고 닳은 전문가들조차 감히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출입기자가 감히 전망하거나 추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와 주관에 따라 여러 갈래로 예상해볼 수는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서 많이 말하는 요구수익률, 인플레이션 예상 수치 등을 놓고 '밴드' 정도는 전망할 수 있습니다.
◇같은 경제 현상도 정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20세기 후반부터 나타난 기조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류처럼 취급되고 있는 경제학 내 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시장의 합리적 주체가 각자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하고 이에 따라 균형 가격이 형성된다'가 전통 경제학적인 관점이라면, 행동경제학은 '심리적인 부분'을 봅니다. 인간의 결정이 불완전하고 때로는 감정에 가려 이성적 판단을 못할 때가 있다고 본 것이죠.
여기에 접목할 수 있는 과거 격언 하나가 있습니다. 기원전 고대 로마에서 제정의 길을 사실상 열었다고 평가받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로 전해지는 문장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는 취지입니다. 일종의 비합리적 행동과 편향이 자기 나름대로는 '합리적'이지만, 그 생각의 틀이 '자기 이념과 감정'에 제한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23일) 나온 한국갤럽의 조사는 이를 잘 반영합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향후 1년간 우리나라 주식 가치, 즉 주가지수 등락에 대한 전망을 물었습니다. 이 결과에서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5%, '내릴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5%였습니다. '변화 없을 것'은 15%였고, 15%는 의견을 유보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코스피만큼은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높았던 것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현 대통령의 평가에 따라 투자 예상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성향별 주식 보유자 비율은 보수 49%, 중도 51%, 진보 59%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향후 1년간 국내 주가지수 전망 순지수(상승-하락)는 보수층 -8, 중도층 +20, 진보층 +55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외 선호 투자처에서도 정치적 태도별 차이는 컸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일수록 국내 주식,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은 해외 주식을 선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향후 경기 전망 등과 별개로 부정적으로 코스피 전망을 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현상은 코스피가 일종의 '정치 화두'가 되면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보인 성과가 바로 코스피 상승이기 때문이죠. '코스피 상승 = 이재명 정부의 성과'로 이어지다 보니, 사고의 틀도 그렇게 짜맞춰져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현상도 단기적이고 사례 수가 매우 적은 부분입니다. 그래도 정치에 대한 선호도가 투자 선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연구해볼 만한 분야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 정부를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은 '코스피 하락'에 베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코스피 상승'에 기대를 할 것입니다. 주식시장 안에서 '두 생각'의 차이가 얼마만큼 격차를 보이는가에 따라, 향후 코스피의 등락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수익률 기반 이론 있지만...항상 달라져
앞선 정치 성향에 따른 투자 선택은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부정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심리적인 요인을 수치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정치 성향이라는 게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각 개인들의 선택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학문적으로 검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투자업계나 경제학자들이 그래도 설득력 있게 볼 수 있는 적정 주가지수에 대한 예상은 '수익률'과 밀접하게 관련 있습니다. 이른바 요구 수익률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최소한의 수익은 있어야 한다'라고 풀어 쓸 수 있습니다. 이 전제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주체는 최대 수익률 기대에 따라 선택한다'라는 게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는 '요구수익률 = 기대수익률'을 전제할게요)
요구수익률은 각 경제 주체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무위험수익률을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고채 금리처럼 안전하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본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최소한 국채 수익률보다는 높아야 한다'라고 합니다.
주식시장 장기 평균을 고려한 시장 기대수익률도 있습니다. 대충 코스피 ETF가 장기적으로 몇%의 수익을 보였을지 고려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데, 최소한 그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내 돈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라는 가정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여기까지 하고 요구수익률을 갖고 아주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고 단순하게 계산을 했을 때는 '국고채 수익률', '시장 장기수익률'을 통한 적정 주가의 계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렇게 나온 계산식도 무엇을 기준으로 드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99년에 'DOW 36,000'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다우지수가 머지않아 3만6000이 된다는 책이었습니다. 당시 1만대에 머물렀던 다우지수를 근거로 봤을 때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죠. '주식 투자가 위험하지 않다'라는 가정 아래 이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꽤 화제가 됐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주가가 당장 3배가 오른다니'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죠. 이 책에서 사용한 계산식은 '고든 성장모형'인데,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놓고 계산했습니다.
최근 다우지수가 4만9000선(예: 1월 23일 종가 49,098.71)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의 예측은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3만6000선을 넘어선 게 2021년 시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긴 기간이었습니다.
주식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작위적으로 0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고, 로버트 쉴러 같은 사람은 또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 2000년대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모형에 어떤 변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수익률만 놓고 현재 코스피의 적정 수준을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PER로 봤을 때 아직 낮긴 하다
특정 주식의 주가가 고평가냐 저평가냐를 놓고 판단할 때 보는 게 PER(주가수익비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들었는데, PER도 특정 주식의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자료가 됩니다.
일단 뉴욕증시와는 PER 면에서 격차를 보입니다. 여러 통계 사이트에서 보면 S&P500의 PER은 30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 코스피는 15~16선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1월치를 기준으로 봐도 많아야 20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많이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증시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대만 증시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만가권지수의 PER은 22~23배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증시 PER 최대치가 20배 정도라면,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우리 코스피 시장에서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앞으로 오를지, 떨어질지 어느 것 하나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평균 추세로 봤을 때 지금의 증시는 과거 10년 평균, 20세기 평균 때와 비교하면 PER이 확실히 올라가 있습니다. 과거보다 주식시장에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된 이유가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하락'을 예견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쓰는 '거품론'의 근거 중 하나가 과거 추세와의 괴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S&P500의 PER은 30을 대체로 넘는 것으로 나옵니다. 20세기 평균은 물론 21세기 들어와서도 좀 높은 편입니다. 이를 두고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보는 것도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평균회귀의법칙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죠.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 주식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서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성장성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처지고 실제 성장률은 1%를 겨우 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죠. 주주들에게 불리한 제도, 부동산에 몰린 기형적 자산 시장 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이게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도 성장률 회복을 대선 때부터 강조했습니다.
지수는 숫자이지만, 그 숫자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기업 이익과 투자자들의 믿음입니다. 코스피 5000이 ‘꿈’에서 ‘현실’로 바뀌는 순간에도 시장은 늘 다음 장면을 묻습니다. 이익이 더 자랄 수 있는가, 자본이 더 들어올 명분이 있는가, 그리고 그 명분을 정책이 뒷받침할 수 있는가. 상승의 기억은 달콤하지만, 주가는 기억만으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결국 관건은 성장의 문장을 다시 쓰는 일입니다. 그 문장이 설득력을 얻을 때, 5000은 ‘끝’이 아니라 ‘기준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