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에 부쳐

논문을 준비하는 소회

by 팟캐김

학부 때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했던 터라, 이번 과정에서만큼은 꼭 써보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혹은 커리어적으로 큰 이득은 없겠지만, 중형차 이상의 비용과 수백 시간을 들인 결과물을 '물리적 형태'로 보고 싶었다.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에서 흠결성을 제거하고, 그리고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도출해 인사이트를 추론하는 게 논문 작업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감정을 호소하는 글쓰기가 아닌 논리적 근거를 갖는 논증적 글쓰기를 이미 많이 해왔던 이유가 있었다.


다만 간과했던 사실은, 이미 수많은 선각자들이 있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들이 수 없이 많다는 점이었다. 수업 때도 생생하고 젊은 두뇌들이 스펀지 물 흡수하듯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탄했는데, 그들보다 더 공부에 조예가 깊은 대학원생들도 힘겨워하는 게 논문작업이었다.


게다가 대학원 학위 논문은 '출발점'에 가깝다는 것. 나 같은 특수대학원생은 하나의 과정을 종결하는 '상징물'이지만 학자적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불과 시작점'일뿐이다. 계량 수업을 했던 교수도 누누이 강조했다. "여러분은 이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요구를 하지 않는다."


실제 단순회귀분석 등 OLS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게 채 1년이 안된다. 이제 막 OLS 돌리고 그에 따른 표준편차 보정 같은 것을 배웠는데, 박사급 논문들은 휘황찬란한 분석기법과 모형틀을 쓴다. 그들과 같은 리그에 있는 교수들이 봤을 때, 일반대학원생도 아닌 특수대학원생들의 논지나 논리구조가 '기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한 학기에 수십 명의 직장인들이 이곳 경제대학원에 들어오지만, 논문까지 쓰는 이들은 열 손가락 미만이다. 어제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세어봤는데, 2024년까지 한 해에 4~5명 정도다.


다행인 점은 챗GPT 등의 생성형 AI가 일반대학원생-특수대학원생, 혹은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학문적 격차를 많이 줄여줬다는 점이다. 통계패키지 하나 돌리고 검정하는 것도 일일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보정까지 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쓰면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나 지식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정말 체감한다.


인생이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 가는 내 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학문적 목표도 꾸준하게 정진하는 게 아닐까. 새로운 기회도 일상의 반복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다른 일상에서 겪었던 교훈도, 직장인 대학원이나 논문 쓰기의 세계에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제 남은 학기는 한 학기. 논문학기다. 수업을 계량을 한 번 더 들을지, 아니면 듣고 싶은 것 위주로만 할지, 혹은 논문 쓰는 것에 집중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 무엇을 들을지 고민하는 지금 이때가 가장 심리적으로 들떠있곤 한다. 시험 준비,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중에 생각하자.


ChatGPT Image 2026년 2월 11일 오전 10_54_10.png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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