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준비하는 소회
학부 때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했던 터라, 이번 과정에서만큼은 꼭 써보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혹은 커리어적으로 큰 이득은 없겠지만, 중형차 이상의 비용과 수백 시간을 들인 결과물을 '물리적 형태'로 보고 싶었다.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에서 흠결성을 제거하고, 그리고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도출해 인사이트를 추론하는 게 논문 작업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감정을 호소하는 글쓰기가 아닌 논리적 근거를 갖는 논증적 글쓰기를 이미 많이 해왔던 이유가 있었다.
다만 간과했던 사실은, 이미 수많은 선각자들이 있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들이 수 없이 많다는 점이었다. 수업 때도 생생하고 젊은 두뇌들이 스펀지 물 흡수하듯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탄했는데, 그들보다 더 공부에 조예가 깊은 대학원생들도 힘겨워하는 게 논문작업이었다.
게다가 대학원 학위 논문은 '출발점'에 가깝다는 것. 나 같은 특수대학원생은 하나의 과정을 종결하는 '상징물'이지만 학자적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불과 시작점'일뿐이다. 계량 수업을 했던 교수도 누누이 강조했다. "여러분은 이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요구를 하지 않는다."
실제 단순회귀분석 등 OLS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게 채 1년이 안된다. 이제 막 OLS 돌리고 그에 따른 표준편차 보정 같은 것을 배웠는데, 박사급 논문들은 휘황찬란한 분석기법과 모형틀을 쓴다. 그들과 같은 리그에 있는 교수들이 봤을 때, 일반대학원생도 아닌 특수대학원생들의 논지나 논리구조가 '기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한 학기에 수십 명의 직장인들이 이곳 경제대학원에 들어오지만, 논문까지 쓰는 이들은 열 손가락 미만이다. 어제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세어봤는데, 2024년까지 한 해에 4~5명 정도다.
다행인 점은 챗GPT 등의 생성형 AI가 일반대학원생-특수대학원생, 혹은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학문적 격차를 많이 줄여줬다는 점이다. 통계패키지 하나 돌리고 검정하는 것도 일일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보정까지 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쓰면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나 지식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정말 체감한다.
인생이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 가는 내 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학문적 목표도 꾸준하게 정진하는 게 아닐까. 새로운 기회도 일상의 반복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다른 일상에서 겪었던 교훈도, 직장인 대학원이나 논문 쓰기의 세계에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제 남은 학기는 한 학기. 논문학기다. 수업을 계량을 한 번 더 들을지, 아니면 듣고 싶은 것 위주로만 할지, 혹은 논문 쓰는 것에 집중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 무엇을 들을지 고민하는 지금 이때가 가장 심리적으로 들떠있곤 한다. 시험 준비,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중에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