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논문 준비하면서 느끼는 점

AI 활용이 주는 엄청난 이점

by 팟캐김

야간대학원이지만 이곳에 들어와서 인상 깊었던 서비스 중 하나가 '일반대학원생 조교 상주'였다. 각 교수연구실에 조교들이 있지만, 당번처럼 돌아가면서 조교실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간대학원생들이 수업을 듣기 시작하는 야간 시간대에 아마 집중적으로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 활용해 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와서 아무것이나 물어보라는 것. 공부하는 데 있어 혹은 논문 쓰는 데 있어 모르는 것을 물어봐라는 뜻이었다. 대부분의 야간대학원생이 학부 졸업 후 시간이 꽤 지난 이들이라서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때는 '조교한테 직접 물어볼 수 있고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교수한테 편하게 물어보기 힘든 것을 과외받듯 물어볼 수 있으니.


다만 실제로 이들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다. 나 말고도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실제 통계 패키지를 돌리는 데 있어 과거였으면 일일이 코딩 짜는 방법을 물어봐야 했을 것 같다. 학부 수업 때 SPSS를 썼는데, 간단한 회귀분석조차 힘들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서는 과외선생한테 조르듯 물어봐야 하는데, 나 같은 내향형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SPSS가 깔린 컴퓨터가 학부 내 조사실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무조건 키고 돌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때도 구글링을 하면 웬만한 코드는 다 나오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후 누군가에게는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또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게 '인간 선생님'이 될 것이 아닌가.


아마도 이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논문 쓰는 것을 포기한 이들이 많았을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일반 대학원생처럼 시간을 내기 힘들뿐더러, 교수들을 만나기도 어려웠을 테니까.


2022년 12월 생성형 AI의 대중화는 이 모든 것을 바꿨다고 본다. 복잡한 코딩도 하는 AI에게 STATA 같은 코딩은 간단할 수도 있다. 코드 오류가 난 것을 바로 화면 캡처로 물어볼 수 있으니 편리하기기까지 하다. 즉각 답을 하고 거의 무제한 물어볼 수 있다. 과외선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예전 같았으면 심화해서 알지 못했던 계량경제학 기법도 쓸 수 있게 됐으니, 누군가(특히 지도교수)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실제 지도교수도 챗GPT 사용을 권장했다. 데이터 수집과 검증은 인간이 한다고 해도 연구 설계와 선행연구자료, STATA 등 통계 패키지 구동에 있어 챗GPT를 활용하라고 했다.


논문쓰는 아저씨.png 챗GPT 생성 이미지


여기에 데이터 가공도 가능해졌다. 엑셀파일에 대한 로그변환 같은 게 그 예다. STATA 상에서도 할 수 있고, 데이터 병합 등의 업무도 할 수 있다. 많은 지식이 '전수'가 아닌 'AI를 통한 자체 문답'이 되니 기존 상아탑 내 '독보적 상하관계(예를 들면 교수-대학원생)'에도 균열이 가지 않을까.


이를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지도교수께 조언은 받지만 절대적 의존은 하지 않고 있다. 그분도 시간상 여건상 그렇게 해줄 수 없고. 지식의 공백을 AI가 메꿔주니 그분도 나도 서로가 윈윈이다. 빠르게 연구설계를 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통계패키지에 돌려보고, 생기는 오류 등에 대해서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다. 그냥 혼자서. 챗GPT 등이 없었던 5년 전이었다면 감히 시도조차 못해봤을 터인데. 아마도 나는 이미 포기했을 것 같다.


어제 그제 여러 시간을 들여 STATA 데이터 분석을 했는데, 챗GPT가 없던 세상에서는 몇 주일을 고생했을지 모른다. 곧 생산성의 차이다.


그나저나 AI는 상아탑의 교육 행태에 큰 변화를 줄 것 같다. 아니 이미 상식이 되어서 더 가져다 붙일 말이 없을 정도다. 누구도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의 독점적 권한으로 관계의 우위를 가져가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이미 AI를 통해 보여주는 생산성은 그 관계에서 얻게 되는 혜택을 훌쩍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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