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등 활용기
네이버 포스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팟캐스트용 대본을 다듬어 글로 만들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텍스트로도 서비스한다는 개념이었다.
더불어 책 출판에 대한 것도 있었다. '텍스트로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출판하기 쉬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이 기대감은 결과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먼저 포스트에 올려놓은 글과 출판에 나올 수 있는 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출판은 팔기 위한 글이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정제되어야 하고 정렬되어야 한다. 자본과 노동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스트에 쓰이는 글 이상의 품질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 괜찮은 글로 새로 태어나기도 한다. 다만 출판사는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책이 팔리지 않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반 개인이 출판사로부터 픽업돼 책까지 쓰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장벽이 (출판 미경험자에게) 높기 때문에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다만 파워블로거나 파워유튜버처럼 일반인이면서도 특정 분야에 대한 조예가 깊다거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는 충분히 베팅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반면 우리가 만든 포스트는 글은 올라가 있지만,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게 아니었고, 일관성 면에서도 떨어졌다. 책이 되려면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뚜렷한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그때 방송용으로 급조한 대본을 글로 쓰다보니, 전체적인 통일성이 낮았던 것이다. 각각의 글이 갖는 완성도는 높을지 몰라도 하나로 묶여 독자에게 공통된 메시지를 주기에는 약했다.
그냥 써서 올리는 방식이라면, 책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다. 자비출판을 전제로 올라온 글을 얼기설기 그냥 묶는 것이다. 두번째는 많은 글을 써 놓고 이 중에 골라서 만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모수(母數)가 많아야 가능한 방법이다.
◇텀블벅을 통한 출판
대안점은 같이 하던 윰기자가 제시했다. 텀블벅이라는 크파우드펀딩 플랫폼을 이용하자는 것. 텀블벅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독특한 플랫폼이다. 자비 출판을 하기에는 개인 입장에서 제작비 부담이 큰데 이를 크게 덜어줄 수 있다.
텀블벅에 올린 브런치에 따르면 텀블벅 '저자 지원하기'에서 예상 목차 등을 보내면 콘텐츠 수요와 내용 등을 파악해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보통은 14일 이내에 결과를 보내준다.
이 부분까지는 브런치의 '작가 지원하기'와 비슷하다. 브런치도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브런치 운영팀의 검토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이 뭘 쓸지 기획안을 써서 보내고 구체성과 전문성이 돋보일 수록 작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브런치와 텀블벅 간의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브런치는 한 번 작가로 선정이 되면, 이후 브런치 플랫폼을 블로그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런치 글을 본 출판사와 작가가 연결이 되거나, 브런치가 개최하는 출판 이벤트에 응모하면 책으로 펴낼 수 있다.
텀블벅은 처음부터 e북이나 종이책 발간을 염두에 두고 저자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수익 배분에 대한 계획안도 비교적 상세히 돼 있다.
텀블벅 측이 기획안 검토를 마치고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면 그때부터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목차까지 마련되면 수요 조사를 한다.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이 된다.
방식은 간단했다. 목표한 펀딩 금액이 채워지면 작가는 글을 쓰고, 출판에까지 이른다. 미리 독자가 정해져 있다보니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목차부터 책 제작에 대한 총괄은 윰기자가 주도해 나갔다. 포스트와 함께 운영중인 팟캐스트 채널에도 책을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마케팅했다.
◇첫 실패 후 진짜 책으로 나오기까지
처음 올린 텀블벅 글은 팟캐스트에 관한 글이었다. 문제는 팟캐스트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뒀지 팟캐스트를 함으로서 얻게 되는 이점에 대해 불명확하게 서술했다. 유튜브 시대에 팟캐스트를 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하니, 독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텀블벅 측의 기획안 검토까지 통과하고 수요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에는 보다 면밀하게 했다. 포스트에 있는 글을 모아서 정렬하고 정리했다. 경제 위기가 오는 국면에 있어 쉬운 경제를 지향하는 책을 쓰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과거 경험을 교훈 삼아 팟캐스트와 유튜브, 포스트 등에 자체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우리 플랫폼의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첫 마케팅이었던 셈. 다행히 이 시도는 성공을 했고, 100권을 출판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지인 마케팅까지 했던 덕분이었다.
지인 마케팅은 유튜브든 팟캐스트든 혹은 출판이든 초기 단계에 꼭 필요한 마케팅 단계다. 그들이 내 콘텐츠를 청취하거나 사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을 기대하는 것이다. 더 큰 파급력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혹은 블로그 등에서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큰 이점이 된다. 진성 구독자로 팬심까지 갖고 있다면 콘텐츠 확장이 쉬울 수 밖에 없다.
한가지 기억해야할 점. 당신이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일부러 당신의 글을 읽거나 책을 사 보지는 않는다. 사실 유명 작가도 자신의 독자들에게 돈을 쓰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비단 이름값 있는 이들도 각자 개인 마케팅을 해야하는 마당에, 무명의 우리들은 오죽이나 할까. 유명 배우가 아닌 이상 보통의 배우들은 오디션이 생활이다. 유명 작가가 아닌 보통의 아마추어 직장인 작가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텀블벅이나 브런치 같은 플랫폼은 당신의 이런 노력을 보다 쉽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광고하지 않는 책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