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 3년 써 본 소감
2019년 1월 애플 홈페이지에서 직접 CTO(Configure To Orde) 버전으로 구매한 13인치 맥북. 인텔 듀얼코어 i5 2.3GHz 모델에서 메모리를 16GB로 업그레이드했고 SDD도 512GB로 올려 받은 모델. 표기상으로는 2017년형 모델로 나온다.
회사에서 주로 쓰는 노트북이 윈도 기반 PC이고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삼성 제품이다. 지금까지 애플 제품이라고는 아이폰5S 정도 써본 게 전부이다. 초기 애플 맥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맥북을 사기로 결정한 데는 시스템의 안정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애플 특유의 터치패드 사용성도 한 몫하긴 했지만.
메일을 보고 검색을 하고 문서 작성을 하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는 윈도PC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뭔가 고차원적인, 다시 말하면 영상이나 음성 등 콘텐츠를 만드는 요소에 들어가게 되면 윈도PC는 한계를 드러낸다.
한 예로 지난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갔을 때다. 스마트폰에 잔뜩 영상을 찍어서 노트북(회사 지급 PC)에 넣어놓고 편집을 할 때 여러 벽에 부딪혔다.
우선은 프리미어프로 같은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아예 쓸 수가 없었다는 것. 노트북 사양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윈도무비메이커라는 기초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막을 넣고 컷 편집도 일부 했지만, 무시무시한 렌더링 속도에 기가 질려 버렸다. 4분짜리 영상 하나 만들고 mp4 파일로 뽑아내는데 40분 이상 걸렸던 것.
프리미어프로 등의 프로그램을 충분히 돌려주기 위해서는 PC 사양을 높이는 게 최선. 어차피 돈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값비싼 윈도 노트북을 산다고 해도 3년내 성능 저하를 피할 수 없다면 맥북으로 가자는 생각을 그전부터(2018년) 했다. 어차피 들어갈 비용이라면 조금 더 들여 맥북을 ‘지르자’였던 것.
그렇게 해서 예쁘게 생긴 맥북을 2019년 1월에 들일 수가 있었다. 맥북 에어만큼 얇지는 않지만 묵직한 금속성 체구에 알록달록한 디스플레이가 인상 깊었다. 물론 맥북 사용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 수개월이 들었다.
맥북을 사면서 바랬던 점 점 한 가지를 꼽자면,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실제로도 써 보니 웬만하면 PC가 멈추거나 뻑이나지 않는다. 파이널컷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뽑을 때도 중도에 렌더링을 멈추는 일이 거의 없었다. 참고로 윈도 PC를 갖고 프리미어프로나 무비메이커로 영상을 뽑을 때는 ‘중간에 멈출 것을 각오하고’ 임해야 했다.
물론 맥북도 기계인지라 5년 이상 넘어가면 속도 저하를 피할 수 없다. HD에서 풀HD, 풀HD에서 4K, 8K로 영상 파일 크기가 대용량화되면서 구형 맥북은 물론 ‘과거에 한가락 했던’ 윈도PC도 버벅거릴 수 밖에 없다.
다만 맥북 자체적으로 맥OS에 최적화돼 있다보니 비교적 수명이 길고 작업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하드웨어와 OS가 일체형이라는 것에서 오는 장점이다. 파이널컷 같은 프로그램도 맥OS에 맞춰 개발돼 있다보니 뻑이나거나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이 일어나는 일도 비교적 적다.
요새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CPU까지 탑재한 맥북이 나오고 있다. 속도 면에서 ‘인털 CPU 못지 않다’ 혹은 ‘가격 대비 성능이 더 좋다’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맥이 갖는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맥북이 비싸지만 그래도 돈값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는 이것들이 가진 소프트웨어 파워에 있다. 사무실에서 문서 작성할 때 쓰는 오피스 프로그램이 공짜다.
파이널컷이나 로직프로X처럼 돈을 내고 앱스토어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았다면, 맥북을 교체해도 계속해서 쓸 수 있다. 하드웨어 교체에 따른 추가 라이센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는 프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큰 이점이다. 프리미어프로나 큐베이스 같은 프로그램은 월 정액제로 일정 돈을 내거나 하드웨어가 바뀌면 라이센스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프로그램 비용 면에서 맥북이 갖는 이점이다. 물론 불법 카피본을 PC에 깔아서 소요되는 비용을 ‘0’으로 만든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예컨대 난 맥북을 사고 영상 콘텐츠 프로그램 파이널컷(40만원 정도)과 음성 콘텐츠 프로그램 로직프로X(20만원 정도)를 유료로 사서 깔았다. 애플에서 개발해 판매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이후로도 계속 업데이트 혜택을 받으면서 쓸 수 있다. 초기 비용은 비싸게 들지 몰라도 이후 유지비용은 거의 안드는 셈이다. 물론 그 다음 PC도 맥북을 써야하는 가정이 있어야 하지만.
음악 콘텐츠 편집 제작 프로그램 로직프로X는 전문가용이나 취미용이 따로 없다. 그냥 20만원이란 돈만 내면 프로 전문가가 쓰는 프로그램을 그냥 쓸 수 있다. 20만원이란 가격만 놓고 보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같은 성능에 준하는 큐베이스와 같은 프로그램의 가격을 생각해봤을 때 비싼 금액이 아니다. 프로용 큐베이스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최소 80만원 이상 부담해야한다고 알고 있다. 이후 라이센스 갱신에 대한 비용도 있다.
그런데 맥북만 사면 추가 비용 없이 계속해서 쓸 수 있다. 프로들이 쓰는 프로그램까지 깔아놓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한심할 때가 있긴 하다. 아직은 ‘개발의 편자’ 수준이지만 추후 작곡을 배우게 된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하긴 파이널컷프로도 일반 아마추어 사용자나 방송사 프로들이나 사용하는 게 다르지 않다. 제작자의 역량에 따라 콘텐츠의 질이 달라질 뿐이다.
(맥북을 계속 사야한다는 가정이 있지만) 이런 애플의 정책은 일반 유저들한테도 나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프로그램 개발사들의 과금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보편화된 지금 시대에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까는 게 아니라, ‘요금을 내고’ 프로그램을 쓰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잘 못 느낀다? 카피본을 쓰고 있거나 회사 공용 PC를 주로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프리미어나 포토샵 정품을 쓴다면 매월 몇 만원의 라이센스 비용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도 연간 단위로 돈을 내고 써야하는 상황이다. 가랑비에 옷 젓는다고, 이런 비용이 쌓이면 적지 않다.
맥북을 사면 MS워드 격인 ‘페이지’, 엑셀 격인 ‘넘버스’, PPT 격인 ‘키노트’를 무료로 쓸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 용량을 늘리라는 메시지가 뜨긴 하지만 이건 간단히 무시해주면 된다.
이중 키노트는 MS의 PPT 못지 않은 범용성을 자랑한다. 페이지도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곧 익숙해진다. 이들 오피스 프로그램은 굉장히 심플하게 구성돼 있지만 있을 기능은 다 있다.
다만 다른 윈도 PC 사용자들과 협업 과정에서 호환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MS워드나 엑셀로 받은 파일도 맥북에서 변환돼 큰 불편함이 없다. 페이지에서 작성한 문서를 윈도 PC 사용자한테 보낸다면 파일 확장자 명을 바꿔주면 된다. 맥 계통 PC의 치명적 약점인 ‘호환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된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계속 공짜로 쓸 수 있다. 물론 맥을 사용한다는 가정 아래에서 가능하다. 맥북을 처음 살 때만 해도 파이널컷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새는 이들 오피스 프로그램을 많이 쓴다.
맥북이 비싸다라는 선입견이 있긴 하지만, 요새 나온 맥북은 가벼운 버전인 ‘맥북 에어’에서도 영상 편집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맥북 프로 가격이 비싼 감이. 있지만, 주변을 보면 5년 넘은 것도 쌩쌩하게 잘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윈도 PC가 3년을 기점으로 성능 다운이 확연한 것과 비교된다.
영상 유튜버 중 한명인 ‘용호수’는 맥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프로가 쓰는 자본재’라고. 무슨 말이냐 하면, 영상 편집자, 음악가 등 콘텐츠로 돈을 버는 프로들에게 맥이 가진 장점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프로그램 개발자도 들어간다.
윈도 PC가 일률화된 조직 구성원에게 적합할 수 있다면 맥은 전문 프로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맞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나도 그와 비슷하게 쓴다. 기사를 쓰는 등의 회사 내 본연의 업무를 할 때는 윈도PC를 쓴다. 협업이 강조되고 많은 사람들과 신속한 소통이 필요할 때다.
회사 일과 분리돼 나만의 일이나 취미 활동을 할 때는 맥북을 쓴다. 회사 업무와 개인 업무를 분리하자는 철칙에 따라 맥북을 일부러 더 쓰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영상이나 음성 편집에 있어 맥북이 가진 신뢰성이 높아서다.
내가 하려는 작업에 온전히 집중해서 할 수도 있다. 외부 다른 사람과의 호환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내가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내가 쓰는 맥북은 온전히 ‘내가 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릴 때는 파이널컷과 키노트를, 그리고 요새는 큐베이스(이건 애플 프로그램이 아니다)를 많이 쓴다. 개인적으로 내가 만든 콘텐츠를 유통하는 용도다. 퇴근 후 회사 업무와 분리돼 오로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어 만족한다.
실제 얼마 간의 수익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2018년부터 직접적인 수익이 있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생긴 수익이다. 맥북을 사면서 투자한 비용 정도 건졌다고 할 수 있는 수익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맥북은 프로 혹은 프리랜서 성격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것 같다. ‘맞는 것 같다’라고 하는 것은 윈도 PC로 잘 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맥북을 사 놓고 잘 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다. IT 기업에서는 맥북을 업무용 PC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만약 본인이 영상이나, 작곡, 미술, 사진 혹은 개발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를 하고 있다면 맥북은 그 쓰임새를 잘 할 것이라고 본다. 맥북에어나 아이패드 등을 갖고 저술 활동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반 PC와 비교해보면 악성코드를 잡거나 프로그램 오류로 보내는 시스템 자원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맥북을 쓰면서 느낀 단점은 ‘호환성’, ‘익숙하지 못한 어색함’ 정도. 아직 정부 기관 등에 가서 PC로 업무를 볼 엄두는 못 내고 있다. 윈도 PC를 쓰거나 모바일을 쓴다. 요새는 모바일이 훨씬 편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못한 어색함은 ‘쓰면서 익숙해진다’라고 하고 싶다. 아이폰에서 느겼듯, 맥북 자체도 직관적으로 사용자환경을 구성해 놓았다. 터치패드부터 프로그램 배열까지 ‘쓰면서 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년을 만족하면서 써서 그런지 요새도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이맥이나 최신 맥북을 들여다보곤 한다. 차마 지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또 사고 싶은 게 맥북이다. 핸드폰은 삼성을 써도 개인용 PC로는 번듯한 맥북이나 아이맥을 한 대 들여 놓고 싶다. 아이폰도 좀 보고 있는 것도 사실.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애플의 ‘돈지랄’ 작전이 마음에 안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