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다녀온 이야기 4

마지막 날, 귀국

by 천생훈장

이 날은 다른 일정이 없어서 역시나 느긋하게 아홉시 넘어서 기상하여 식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도 이르다고 불평을 들었습니다ㅠㅠ

어제 사둔 먹거리들을 대충 먹고 나서 이제 떠날 준비를 합니다. 11시쯤 체크아웃하고 지하철로 타이페이 메인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타이페이역은 지하상가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무척 넓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잠시 헤매다가 1층으로 올라왔습니다. 뭔가 기념될만한 게 있을까 1층 상점들 둘러보고 점심 먹으러 2층의 식당가로 갑니다. 식당가도 정말 넓고 가게들이 많지만 우리는 딤딤섬 가기로 미리 정해 두었으므로 바로 딤딤섬으로 갑니다. 첫날 점심을 먹은 팀호완과 마찬가지로 단품요리인 딤섬들을 이것저것 시켜서 먹었습니다. 역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요리들인데, 팀호완보다는 조금 더 비싼 느낌이네요.

점심 후 2층과 1층에 있는 가게들에서 현지 과자와 펑리수들을 샀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한국 와서 먹어본 과자들은 다 고급스러운 맛이어서, 선물로 드린 분들도 좋아하셨다 싶습니다.


출국 비행기가 무려 5시 40분이므로,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았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이라면 아마 이 날에도 몇 군데의 관광코스를 잡았겠으나 저희는 아무 계획이 없으므로 근처 카페에서 좀 쉬기 위해 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길 건너편에 첫날 점심을 먹은 팀호완이 있고 바로 옆에 성품 서점이 있는데, 딸이 반색을 합니다. 알고 보니 찾고 있던 굿즈가 있더라구요. 성품서점은 우리로 치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곳이라 책과 함께 다양한 굿즈들을 팔고 있씁니다. 따님이 찾고 있던 뻬이따이 키링을 구입하였습니다. 뻬이따이는 일종의 텀블러 캐리어인데, 강아지와 너구리 인형이 붙어 있는 뻬이따이는 역시나 이쁘고 비쌉니다.

아무려나 맘에 드는 굿즈를 득템해서 기분이 좋아진 딸과 함께 조금 걸어서 커피 투라는 카페로 갔습니다. 스페샬티 드립커피와 역시 이런저런 굿드를 파는 가게인데 가격이 착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쾌적합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딸과 좋아는 하지만 위가 약해서 많이 마시는ㄴ 못하는 아내는 쥬스를 시키고 저는 에티오피아 게샤를 주문했습니다. 이 집의 시그니처커피로 현지에서 재배한 커피콩으로 만드는 아리산 커피가 있습니다만 한잔 가격이 무려 1000 대만달러입니다. 환율이 대략 1대만달러당 44원 내외이니 사만 오천원이라니.

카페에서 앉아 있으려니 어느 덧 시간이 두시가 넘어서고 있어서 이제 다시 공항을 향해 출발합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타오위안 공항 MRT 급행입니다. 서너 군데의 역에만 멈추는 급행으로 공항까지는 40분 남짓이므로 도착하니 역시 세시 조금 넘은 시간. 출국 수속과 보안검색을 마치고 면세점이며 공항 출국장 일대를 쉬엄쉬엄 둘러보다가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타오위안 공항의 출국 게이트는 게이트마다 테마별로 독립적이고 독특한 주제로 꾸며져 있습니다. 저희가 출발하는 게이트는 한의학과 식용 본초를 주제로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옆 게이트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액션피규어들로, 그리고 그 옆 게이트는 전자기기 매장처럼 되어있더군요. 시간이 되면 모든 게이트를 둘러보아도 좋겠다 싶을만큼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대만의 문화적인 잠재력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각자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시각이 되어서 비행기에 탑승하였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대만과는 1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돌아오니 꽤 늦은 시각이 되었네요. 며칠 간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았으나, 우리 차가 하이브리드라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예약도 미래 해 두어서 쾌적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딸은 ‘좋은 여행이었다’라고 흐뭇해 하더군요. 흠, 느긋하게 게으르게 다니는 여행을 딸은 좋은 여행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모처럼 멀리까지 가서 이만큼 밖에 안 보고 오다니 했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하다 싶어졌습니다. 각자의 취향, 각자의 경험치가 있는 거니까요. 가족들이 좋은 여행이었다면 그것보다 좋은 여행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3박 4일의 타이페이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이 곳 택시는 소형과 중형이 있어서 가격이 다릅니다. 택시를 잡기는 어렵지 않은데,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할아버지 기사분들이 많은 편이라 당황스러울 수도 있답니다. 그런 사태를 피하려면 우버 택시를 부르시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지하철이 편리하고 버스도 경로를 알면 좋다고 하네요. 저희는 버스는 타보지 못했지만 지하철 경험은 아주 쾌적했습니다.

타이페이는 건물들의 색이 차분하고 눈을 찌르는 네온간판이나 지나치게 화려한 간판이 거의 없어서 도시가 들떠 보이지 않았습니다. 와서 알아보니 우기에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해서 색이 빨리 바랜다고, 그래서 화려한 색을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거리는 낡아 보여도 깨끗하고 교통도 편리한데, 사람들은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서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여러 모로 한국과 비슷한 시스템이 많아서 다니기 불편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친절합니다. 교통비를 제외하면 물가는 싸지 않았지만 음식은 입에 잘 맞았고 다니기도 수월했습니다.



(대문의 사진이 우리가 출국한 게이트입니다. 본초 이야기와 실제 약초들로 잘 꾸며 놓은 게이트였네요)

20250123_113812.jpg 타이페이 역의 딤딤섬. 한국인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20250123_135805.jpg 카페 투의 에이디오피아 게이샤 커피. 나쁘지 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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