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배 설교문: 요한복음 4장 1절-26절
목사님께서 공덕교회 창립 기념 주간 설교를 위해서 서울로 출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신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본문은 꽤 오래 전에 정했지만 충분히 준비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준비한대로 함께 은혜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함께 읽은 ‘수가성 여인’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도 성경 말씀 가운데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자주 돌아보는 말씀이 있으시겠지요. 좋아하는 음식도 한 가지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듯, 성경을 균형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길잡이가 되어주는 구절, 자주 위로받는 이야기가 있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수가성 여인의 이야기는 풍성하고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묵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 관계상 오늘은 그중에서 두 가지 중요한 주제를 말씀드리고 싶고, 더불어서 성경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 나누려 합니다.
오늘의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예수님 당시, 곧 서기 30년 무렵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의 갈등과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의 깊은 불신과 단절, 그리고 그 배경에는 분열왕국의 역사, 정치적 변화, 신구약 중간시대의 그리심산 성전 파괴 등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 왜 예수님이 사마리아 땅을 일부러 지나가셨는지, 왜 여인이 예수님의 말씀에 즉각 반응하며 조심스러워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문의 시대적, 문화적 맥락을 살펴보고 문자와 원의미를 찾는 방식을 ‘문자적·역사적 성경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이해하고 묵상할 때 맥락과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성경읽기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본문을 읽을 때,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는 소외되고 목마른 여인을 찾아가신, 차별과 경계를 허물고 여인과 그 여인의 마을사람들을 구원하신 구원자로서의 예수님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성경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예수님을 가리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그리스도의 빛으로 성경 읽기’ 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을 바라볼 때성경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을 통해 오늘 내게 하나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듣는 것입니다. 본문의 역사적인 구조와 맥락을 파악하고, 예수님을 중심에 둔 큰 그림을 이해한 뒤에는, 각 구절과 단어들을 지금 내 삶에 비추어 묵상하며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여러 번 본문을 읽다 보면, 어떤 한 말씀, 한 단어가 나를 붙잡고 흔들기도 하고, 위로와 도전이 되기도 하지요.
요 며칠 이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가장 많이 와 닿았던 구절은 13절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것이다’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라서 날마다 세상적인 위로를 찾아 헤맵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지치고 낙심하지요. 본문의 여인도 그러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십니다. 말하자면 이 여인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형편에 놓인 셈이고 예수님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십니다. 그리고 그 막다른 골목에서 생명의 말씀을 내어 놓으십니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샘물이 될 것이다”(14)
사실은 우리도 이 여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형편들을 경험해 오지 않았나요. 이런저런 인생의 좌절과 어려움들을 겪고, 그 속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추구해 보지만, 결국은 다시 목마르고 결핍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물, 세상이 주는 기쁨과는 다른 하늘의 영원한 기쁨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경험하게 되는 것이 신앙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이 말씀을 읽을 때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이해를 넘어서,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정말 그렇구나’하고 경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믿음의 자리로 나가도록 매일매일 성경을 읽으면서 묵상하고 기도해야 하고, 또 일상의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생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요한복음 7장 37절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셔라.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신학적으로는 이 생수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말씀을 조명하시고, 그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새 힘과 생명을 주십니다. 다시 말해, 말씀을 듣고 읽는 가운데 하나님의 성령이 내 안에 역사하시는 체험이 바로 ‘생수의 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문제는 우리가 말씀을 듣고 읽기는 하지만, 정말 그 말씀이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변화시키는 힘이 되어주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말씀이 나를 감동케 하고, 두렵게 하고, 위로하고, 때로는 내 삶을 흔드는 경험이 우리에게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말씀을 가까이하고, 묵상과 기도를 거듭할 때 우리는 성령 하나님의 감동과 인도하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일상에서 한 걸음씩 실천하기 시작할 때, 주님 안에서 주시는 진짜 해갈과 기쁨, 변화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주님의 말씀 앞에 다시 서기를 소원합니다.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구절을 새롭게 읽고 내 삶에 들어오도록, 성령께서 인도해주시고 말씀을 생명으로 받아들이는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내 안에 끊임없는 갈증과 목마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이 내게 다가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다시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성경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삶의 복잡한 문제,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 주님이 주시는 말씀과 성령의 ‘생수’를 붙들고, 매일매일 새 힘 얻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