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가 진실은 아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 보고 든 몇 가지 생각

by 천생훈장

하나. 띄엄띄엄 알고 있었던 일본 센가쿠 시대(전국시대)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그림이 머리 속에 생겼다. 특히 1600년의 세키게하라 전투와 1614-15년의 오사카 성 전투가 놓인 맥락, 이후의 에도 막부 성립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그래도 띄엄띄엄하지만^^


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매우 훌륭한 책략가이자 정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다, 토요토미, 도쿠가와 모두 다 풍운아라고 하겠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힘으로 밀어붙인 스타일,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교활하고 영리한 스타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참고 견뎌서 얻어내는 스타일로 묘사된다. 아마 실제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반영한 듯. 세사람의 스타일을 비교한 두견새 노래에도 세 사람의 이런 차이가 잘 드러난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오다 노부나가 - 바로 죽여 버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 내가 울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 울 때까지 기다린다)


셋. 일본은 아주 오랫동안 봉건시대를 경험해서, 역사적으로 유럽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다. 탈아입구의 염원이 이해되기도.


넷. 임진왜란이 나오는데, 조선에서의 전투에 대한 묘사는 끔찍한 수준이다. 복식이고 역사적 고증이고 다 너무나 엉성하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드라마적 묘사들이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 허술함이 눈에 확 들어온다. 지상에서 조선이 이긴 최초의 전투를 남강 전투(아마 진주성 대첩을 말하는 걸텐데)라고 하고, 곽재우가 그 전투를 이끌었다고 나온다(진주성 대첩 당시 외부에서 곽재우가 이끄는 의병이 김시민 장군의 내부 병력을 도운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전투의 묘사에서는 강을 건너는 일본군을 산 중턱에서 화살과 조총을 쏴서 섬멸했다고 나온다. 거기 나오는 강은 생김새가 어디 아마존에 있는 강인 줄 알았다. 곽재우 역의 배우는 한국계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일텐데, 발음이 끝내 준다. 물론 두 마디 밖에 안 하지만(가쫘, 공↘격↗하라↱)

사무라이의시대3.jpg (곽재우 장군도 그렇지만, 의병들의 복식이나 주위 풍경이 조선처럼 보이는지?)


다섯. 공명심 강하고 권력욕에 가득찬 정치가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면 백성들과 시민들이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정치가가 있기는 하나?


여섯. 학자나 교수가 나와서 전문가스러운 태도와 말투로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면, 그리고 자막으로 먼가 전문가스러운 소속과 전공을 써주면, 생구라를 쳐도 모르는 사람은 대부분 “저게 다 사실이구나”라고 믿게 된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사무라이의시대4.jpg (곽재우 장군이 입은 홍의가 처녀들의 월경혈로 물들인 거라고 어떤 전문가(?)께서 아주 아주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는 장면)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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