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복지부 장관께 부탁드리는 말씀
오늘 오후에 교육 부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학교를 다녀갔습니다. 도지사와 진주 시장도 같이 참석했으니 꽤 큰 간담회가 되었네요.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지원책을 의논하는 간담회 자리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부의 입장을 지역 현장에서 언론에 알리려는 목적이 컸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학장으로서는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래처럼 발언문을 만들어서 간담회 자리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주 도지사 미팅 때 말씀드렸 내용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별로 챙겨 들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내키지 않아도 만남 자체를 너무 회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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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부총리님, 복지부 장관님, 도지사님, 진주시장님 그리고 같이 자리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희 학교를 방문하셨으니 의과대학 학장으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의 간담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시 필요한 지원책을 의논하자고 하셨지만, 저는 교육과 진료가 파행을 겪고 있는 지금 당장의 현실이 더 시급하고 답답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수업이 중단된지 6주째에 이르고 있는 지금,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대규모 유급이나 휴학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교육 현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워지고 이러한 혼란은 한두 해 만에 수습하기도 어렵습니다.
교육부에서는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고 학생들의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고 계속 말씀하시지만, 개강 연기나 압축 수업 등의 편법으로라도 더 이상은 학사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학생들을 수업에 복귀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학장인 저로서는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학을 허가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합니다.
적절한 의대 정원이 얼마여야 하는가는 사회적인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정답이 정해져 있을 수 없습니다. 증원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칠 필요가 있고,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증원 이외의 다른 정책들도 세심하게 설계되고 조율되어야 합니다.
학교와 병원 현장에 있는 교수님들이 여건의 준비 없이 급격한 증원이 이루어지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음을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교육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교육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처럼 사회적인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모든 관련자들이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중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므로 이제 정부 당국자분들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 어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께서 좀 더 유연한 접근을 말씀하셨고 부처에서도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하신다니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의사는 단순히 경제적인 보상만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살아가는 대표적인 전문직입니다. 이천 명 증원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원칙으로 주장하고 의사들을 몰아붙인 결과 오히려 필수의료 현장은 황폐해져 버렸고, 그나마 필수의료를 지키고 있던 의사들과 미래의 필수의료를 꿈꾸었던 학생들조차 더 이상은 필수의료를 하고자 하는 자부심과 의지가 꺾여 버렸음을 절망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필수의료를 개혁하겠다는 정책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헌신으로 유지되어왔던 현재의 필수의료를 무너뜨리고 있는 안타깝고 역설적인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시고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립니다.
2024.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