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기대 해안 산책로를 걷던 중간쯤 나는 그냥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흙길, 돌길, 오르막 내리막. 수많은 계단들.
쉼 없이 1시간을 걸었다. 지치고 힘들었다.
그중 오르막이 가장 힘들었다. 다리가 터질 듯 아팠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잠시.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는 길에 나름 숨을 고를 수 있었던 내리막이 다시 돌아갈 때는 지옥 같은 오르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시간을 다시 돌아가는 일도 막막했다.
결국 그냥 계속 가던 길 그대로 걸어가기로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언젠간 끝이 있겠지’하고 일단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는 잠시 멈춰서 주변을 돌아봤다.
멀리 바라보면 매번 목적지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길모퉁이가 간간이 보였다.
그때 문득 ’아! 목적지에 내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걸어보자.‘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벅찼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희망이 보일 때 환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눌러쓴 모자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랗고 화창한 하늘에 몽실몽실 떠 있는 솜사탕 같은 새하얀 구름이 꼭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곤 나에게...
“그래. 그렇게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맞아. 모자 푹 눌러쓰고 앞만 보고,
땅만 보고 쉼 없이 걸어가니깐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고, 대체 끝이 있긴 할까 의심하고 불평하니깐 마음이 괴로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위에 찰싹찰싹 부딪히는 파도 소리. 자연 ASMR이었다.
푸릇푸릇 나무들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발아래 치이는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 해안암반과 절벽까지 절경이었다.
어느덧 지나치며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 흥얼거려도 보고,
노래에 발맞춰 춤추듯 걸어갔다.
그러다 튼튼한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 향을 맡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들에 감사했다.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라보고,
느끼며 걷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가 있을 테니깐.
걷다가 너무 힘들 때는
계단 옆 펜스를 잡고 의지해서 가기도 하고,
때론 기대서서 숨도 고르면서 걸어갔다.
어쩌면 살아가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는 누군가를 의지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도움들을 받으며 살아가는 순간들이 필요하고,
기꺼이 받고 또 내어줄 수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르막이 계속되고, 그 거리가 길어질 때면
차라리 그 오르막 끝을 올려다보지 않고, 몸을 숙여 내 발걸음만 쳐다보며 묵묵히 오르는 것도 방법이었다.
'어디가 끝이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지?' 하며 불만 가득하게 걸어가는 길은
그 끝을 알고 걸어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오르막의 끝이 어딜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지금 내딛는 내 걸음에 맞춰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 끝에 와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벌써 다 왔네’
오히려 그 길이 가깝게 느껴졌다.
2시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걸어온 해안 도로의 전망을 먼발치에서 바라봤다.
절경도 이런 절경이 없었다.
히말라야, 알프스산맥이야 뭐야~~~
못지않은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자연경관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
2시간의 산책? No No 산행! 을 통해 느낀 것들이
앞으로 내가 걸어갈 인생길에 자양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