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14년차에 접어들었다.

by 친절한영D

나는 직장 생활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여자들이 많은 직업군이다 보니, 내 나이 또래 팀원들은 이미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그만두거나 육아 휴직 후 돌아오면 부서 이동이 됐다.

14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니, 주위에 또래도 동기도 없다.

내 위로는 18년, 20년 차이가 나는 상사와 아래로는 7년의 차이부터 시작이다. 7년, 8년, 10년, 11,12,13,14...

가깝게는 사촌 동생 뻘, 멀게는 띠동갑 나이의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사에게는 평소 예의를 갖추되, 팀원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며 적재적소의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팀원들을 대표하여 보고했고,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성취감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일은 가끔 일어나는 응급상황을 제외하곤, 루틴적으로 하는 일을 반복해서 하다보면 4년이나 14년이나 별 차이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히려 실시간 변하는 정보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디지털이나 IT 사용에 능숙한 젊은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느껴져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 했었다. 나 자신을 나름 열린 마음으로 여유롭게 바라보는 선배라고 착각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20년 차이가 나는 상사와는 알 수 없는 선이 생겼다.

젊은 팀원들처럼 엄마, 이모 뻘 되는 상사에게 살갗에 다가가 장난을 치며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면 놀랍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들기도 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말처럼, 상사는 상사인 것이다. 너무 가까워져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선 안되는 존재이다.

그리고 평소에 말에 무게를 가져야 하고, 결정에도 책임이 따랐다. 내 결정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팀원들의 볼멘소리에 상사에게서 독단적인 결정을 자제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젊은 팀원들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나를 제외한 젊은 팀원들만의 단톡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은 금방 그들 사이에서는 다 통했다. 나만 제일 늦게 전해 들었다.

나와 함께 어울려 웃고 떠들었던 순간들 또한 그들끼리 어울리는 시간보단 불편했을 것이다.

또 이런 시간을 자주 갖자는 나의 말에 몇 날 며칠을 명확한 대답을 안 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는 그들에게 존재 자체로 든든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겐 나도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젊은 팀원들 사이에 또 다른 리더가 존재했다. 팀원들을 대표하고,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나의 리더십과 역량이 도태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상사와 팀원들 사이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상사와는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팀원들에게는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하는지. 변화에 걸맞은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과 역량의 방향을 알려주는 지침서 및 멘토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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