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탄생기>
현재, 이 세상에 태어난 밤비는 그의 인생 519일째를 살아내고 있다.
이 무렵 다시 밤비 탄생기를 써내려가보는 이유는,
거의 600일의 시간동안 나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과 함께 또 다시 나를 정리해볼까, 기억을 통해 나와 내 아이의 시간들을 정리해볼까.
# 안나와
34주부터 '아기낳기'를 준비하라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시간이 지날수록 민망해졌다.
진통이 곧 올거라던 말씀을 굳게 믿고, 매일 아침 뱃속의 아이에게 너무 아프게 나오지 말라고 속삭였지만
보통 출산이 진행된다는 38-39주, 40주 예정일을 지나고도 소식이 없다.
휴가를 써야한다는 압박이 있던 남편은 의사쌤이 예고한 34주부터 직장에 그야말로 '휴가예고'를 해왔고
매일 로또 '꽝'을 맞이하는 사람의 기분으로 무소식을 들고 멋쩍은 출근을 이어갔다.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양수가 터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에 갔다가 이슬(출혈)이 비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진통이 몰려와 산책을 하다가 출산을 하러 가기도 한다는데.
맘카페를 통해 그 모든 상황을 접하며, 시뮬레이션도 다 해놨구만..
나는 양수도, 이슬도, 진통도 없다.
편안함이, 무고통이, 이리도 고통스러웠을 때가 있었나.
진짜.. 안나온다 안나와....
나는 남편 그리고 달과 함께
매일밤 2시간의 경보산책, 엉덩이 짐볼 굴리기에 열심을 다했다.
고통을 기다리며 40주 5일을 지난다. 원래도 기다리지 못하는 나는 이 시간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40주 5일에 의사쌤은 날 불러 말했다.
"아기가 정말 장난이 심한가봐요. 나올 것 같으면, 올라가고, 나올 것 같으면 올라가고.
아직도 얼굴 안돌리고 하늘보고 있는데.. 그래도 더 커지기 전에 빼야 할 것 같아요.
내일 새벽 5시부터 유도분만합시다."
'그래, 차라리 유도든, 수술이든 뭐든 빼야지 안되겠다. 드디어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오는구나.
숨도 제대로 쉴수 있고, 똑바로 누워 잘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부대낌 없이 먹을 수 있다. '
기대감과 약간(정말 약간)의 공포로 다음날을 맞았다.
전날 챙겨놓은 캐리어(맘카페와 유튜브에서 알려준 출산/조리원생활 필수템이 가득 든)를 들고
남편과 병원으로 출발했다. 이미 시뮬레이션 했던 주사바늘꽂기, 약먹고 속비우기를 거뜬히 해냈다.
남편과 장난치며 사진도 찍었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