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화. 이윽고 생명의 탄생(2)

<밤비탄생기>

by Bamnoon

#진통 다 겪고 설마 제왕절개?


내 팔에는 유도제와 연결하는 주사바늘이,

내 등에는 소위 무통주사라 하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과 연결하는 주사바늘이 꽂혔다.

유도제가 들어가자, 쥐어짜는듯한 통증.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진통이 시작되었다.

진통이 시작되고, 그것이 규칙적으로 변할 때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아기의 머리가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파악하려고

내 몸 깊숙히 손을 집어넣어 휘저어댔다.


무통주사 때문에 그 느낌이, 찢기거나 할퀴거나 하는 것 같은 고통은 아니었지만

정말정말 기분 나쁜 둔탁한 기분.

내가 물건이 된 것 같은 기분. 아무렇게나 다뤄지는 물컹한 덩어리가 된 듯한 기분.

이런 기분들이, 더 기분 나쁜 진통의 느낌과 결합되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내 뱃속에 정말 아기가 들어있는 게 맞는지, 꿈틀거리는 이 존재는 도대체 왜! 나오질 않는지!


'아. 이래서 유도분만이 힘든 건가.

나는 조금 더 기다려서 자연 진통을 기다렸어야 했을까.

그동안 짐볼을 더 많은 횟수 돌려야 했을까.

수중 분만을 했으면 괜찮았을까.

이러다 진통 다 겪고 수술해서 낳는 거 아니야......'


별의별 가정과 후회를 거듭하며, 진통은 왔다갔다, 내 몸은 점점 너덜너덜해졌다.

새벽 5시부터 진통을 향한 기다림, 사투를 반복하길 11시간째.

옆에 있는 남편에게 밥먹고 오라고, 자라고, 주무르라고, 몇 시냐고..

지루하고도 깝깝한 공간의 숨결을 참아내고 있는데.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산모님, 많이 힘드시죠? 아휴 저는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안나오는 것 보면 좀 힘들 것 같고, 아기도 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수술 하시죠"


남편과 난 서로 흔들리는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윽고 남편이 선생님께 말했다.

"저희 좀 더 버텨볼게요"

"??......??"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럼.. 제가 퇴근을 해야 하니까 당직 선생님께서 도와주실거예요.

애쓰세요 산모님"


# What??????????????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남편이란 사람이 자연분만을 고집한다고?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들어가며, 내가 약해지면 꼭 붙잡아야 한다고. 나는 자연분만을 꼭 하겠다고 ... 그랬다고 함)


아니, 주치의라는 사람이 퇴근한다고 날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가버려? 퇴근하겠다고 날 수술시키려 한거 아니야?(의사선생님들이라고 병원에서 환자들만 기다리며 살수 없지 않는가?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쉼이 필요하고, 퇴근시간은 보장되어야 하지..)



불안과 기대를 안고, 오후 네 시부터 뱃속 아기와의 밀당 이차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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